나는 아팠지만, 당신은 아프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나민애 저자 인터뷰
더 잘나가고 성공하고 싶어서, 더 반짝이고 싶어서 무던히 애쓰던 날들. 나민애 작가 역시 그런 날들이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그 아픈 기억들을 더듬으며 “나는 아팠지만, 당신은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는 진정 어린 마음으로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를 썼다고 한다. (2022.03.08)
“잘 살고 있나요?” 이 질문에 “네!”라고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학만 가면, 취업만 하면, 결혼만 하면……. 이런 목표들이 나를 지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더 잘나가고 성공하고 싶어서, 더 반짝이고 싶어서 무던히 애쓰던 날들. 나민애 작가 역시 그런 날들이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그 아픈 기억들을 더듬으며 “나는 아팠지만, 당신은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는 진정 어린 마음으로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를 썼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과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첫 에세이집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나요?
이제 저는 청춘이 아닌데, 고맙게도 청춘들과 함께 지내고 있어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거든요. 요즘 친구들을 보면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착하고, 그래서 너무 예뻐요. 요즘 젊은 친구들 욕하면 안 돼요. 우리 세대보다 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살거든요.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함부로 대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제가 딱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흔들릴 때 누가 옆에서 이런 말을 해줬다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지금에서야 들더라고요. 그래서 과거의 제 모습 같은 오늘의 청춘들이 덜 괴로웠으면 좋겠어서, 그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글을 썼어요.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서요.
솔직히 모두가 반짝이고 싶어 하잖아요. 잘 살고 싶으니까. 잘 살고 있다는 증거가 반짝이는 거고요. 그 마음을 알기에 작가님이 내려놓는 게 필요하다고 하시는 건데, 특별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몸이 아팠어요. 전력투구하면서 살았는데 남은 건 ‘병들어 가는 몸’밖에 없으니 자괴감이 밀려오더라고요. 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거든요. 서울대 들어오고, 박사 따고, 경력 쌓고. 그런데 매진하다 보니 어느 순간 죽겠더라고요.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고 날이 갈수록 병도 늘고. 여기저기 아파서 항생제를 달고 살았어요. 애 둘 낳고 ‘이러다 죽나 보다’ 싶으니 너무 무서웠죠. 살고 싶어서 내려놨습니다. 더 살고 싶어서요.
책에서 힘들 때 시에게로 도망간다고 표현하셨어요. 시가 작가님의 방공호라고 하시면서요. 시 평론을 하는 게 일이기도 하니까 힘들 법도 한데, 시를 찾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원고 노동자니까 평론 쓰는 게 힘들긴 해요. 특히 시가 맘에 안 드는데 원고 청탁을 받으면 몸이 꼬여요. 그런데 좋은 시를 찾는 건 하나도 안 힘들어요. 땅에서 공짜로 보석을 줍는 기분입니다. 암에 걸리면 환우들 모임 찾아가고 금연하고 싶으면 금연 센터 가는 것처럼, 저는 그 심정으로 시를 찾아갑니다. 거기서 내 동지를 찾는 건 스스로를 구원해주는 유익한 일입니다. 게다가 시집은 별로 안 비싸니까 돈도 적게 들고, 시는 짧으니까 시간도 적게 들죠. 얼마나 좋습니까.
책에도 쓰셨지만, 그렇게 매일 많은 시를 찾아다니면서도 「어머니의 휴가」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셨는데요. 지금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어떤 시를 소개해주고 싶으세요?
이 타이밍에서 아버지 시를 소개해야 아버지가 안 서운해하실 것 같은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할까 봐 아버지 시는 빼고 이야기할게요. 저는 얼마 전에 작고하신 이어령 선생님의 시를 알려드리고 싶어요. 이분이 시를 쓰신 줄 많은 사람들이 몰라요. 「정말 그럴 때가」라는 작품인데요. 이렇게 큰 산 같은 분도 좌절할 때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사람인데 왜 안 그러겠어요. 티를 안 내고 살 뿐, 모두가 매일 무너지며 살아요. 마냥 기뻐서 사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 무너지는 오늘을 미워하지 마세요.
누구보다 학생들을 가까이 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시잖아요. 그래서 요즘 세대의 어려움을 잘 알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될까요?
죽어라 노력해서 취직했는데 매일 불행한 사람. 영혼을 갈아 넣어 PPT 만들었는데 보란 듯이 멍청이 취급당한 사람. 아홉 번 애썼는데 마지막 한 번 잘하지 못했다고 괴로워하는 사람. 주변에서 아무도 “괜찮아”, “잘했어”라고 말해주지 않는 사람. 자신이 괜찮지 않은데 그걸 모르는 사람. 갑자기 길을 가다 한 발짝도 못 움직이고 식은땀만 흘리는 사람. 우리는 모두 행복할 자격이 있어요. 그런 모든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버지인 ‘나태주’ 시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직업도 그렇고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으셨나요?
많이 받았죠. 아버지는 삶 그 자체가 시였습니다. 숨 쉬는 것도 시를 위해 쉬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 세상 모든 사람이 시를 사랑하는 줄 알았어요. 주식, 금괴, 건물주보다 좋은 게 우리 집에서는 시인이었어요. 다시 태어나도 시인이 될 거라고 하시는데, 시가 뭐가 그렇게 좋을까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시를 궁금해하는 사람, 시 평론가가 되었어요. 아버지처럼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것도 우리 공통점이죠.
아버지는 시인이고 딸은 시 평론가라니, 두 분이 책을 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혹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아버지가 아침에 이런 문자를 보내셨더라고요. ‘아프다, 많이 아프다.’ 끙끙 앓으셨더라고요. 요즘 자주 그러세요. 언젠가 아버지 없이 사는 날이 올 텐데 어쩌면 좋지 걱정됩니다. 그래서 나태주와 나민애가 함께 책을 내자고 약속했습니다. 아버지는 50권이 넘는 책이 있어요. 저도 책이 제법 됩니다. 아버지가 먼저 길을 떠났고 저는 나중에 길을 나섰는데요. 언젠가는 영영 헤어질 때도 올 것 같더라고요. 그전에 이제는 많이 늙어버린 아버지와 막 늙기 시작한 딸이 손을 잡고 한 책 속으로 들어가보려고요. 어떤 내용인지는 나중에 책으로 확인해주세요.
*나민애 현재 서울대학교 글쓰기 담당 교수로 지내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이지만, 그들의 친구가 되고 위로가 되어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15년부터 동아일보 주간 시평 코너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을 연재하고 있으며, 때때로 강연을 나가 많은 사람을 만 나고 있다. 저서로는 『‘제망아가’의 사도들』, 『내게로 온 시 너에게 보낸 다』, 『책 읽고 글쓰기』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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