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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리더십의 진면목을 조명한 책

『태종 평전』 박현모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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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한민국 20대 대선을 앞두고, 조선왕조의 창업과 수성에 그 어느 국왕보다 깊이 관여했던 태종 리더십의 진면목을 조명한 책 『태종 평전』을 저술한 여주대학교 세종리더십연구소장 박현모 교수를 만나본다. (2022.03.08)


〈용의 눈물〉, 〈정도전〉, 〈육룡이 나르샤〉, 〈나의 나라〉…,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조선 제3대 국왕인 태종이 주인공 혹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사극들이다. 태종 이방원만큼 드라마나 소설 등에 자주 소환되는 왕도 드물다. 이들 매체에서 태종 이방원은 위화도회군, 최영·정몽주 같은 고려 충신들의 죽음에서부터 조선 개국, 정도전 숙청, 제1·2차 왕자의 난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보다 비정하고 차가운 칼날을 휘둘렀던 인물로 그려진다. 잔인무도한 권력의 화신으로 묘사되는 가운데, 정작 정치가로서 그가 추구했던  왕권 강화를 통해 이루려 했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온전히 알려지지 못했다. 『태종 평전』은 이제껏 잘 알려지지 않은 태종 이방원의 인간적인 면모와 정치가로서의 면모를 실록에 기대 면면히 파헤쳤다.



왜 다시 태종 이방원에 대해 읽어야 할까요?

저는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거의 10여 년간 『태종실록』을 연구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얻은 결론은 태종의 국가 경영리더십이 그저 옛날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문명의 이기는 많이 발전되었지만 정치 지도력, 특히 국가 경영 리더십 측면에서 볼 때 지금의 정치가들은 태종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태종이 왕위에 오르기까지를 다룬 책이나 논문은 더러 있었지만, 정작 왕이 된 다음에 어떤 비전을 가지고, 백성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고, 외교와 국방으로 나라를 지키고, 이를 위해 어떻게 인재를 썼는지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 책 3장(비전, 민생경영), 5장(외교와 국방), 3장(인재쓰기)은 그런 부족함을 메꾸었습니다.

태종 이방원에 대한 책이 적은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태종실록』을 통독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습니다. 대부분 낚시질하듯 태종실록에서 관심 있는 곳만 발췌해서 읽습니다. 행간의 의미까지 ‘비로 쓸 듯이’ 샅샅이 읽을 때 태종의 눈높이와 숨은 의도까지 그려낼 수 있다고 봅니다. 다른 한편 태종의 눈높이를 조망할 수 있는 저자가 많지 않았던 것도 그 원인일 겁니다. 위기돌파력과 인재경영, 그리고 합리적 결정 및 ‘국가절대론’이라는 이론적 무기까지 갖춘 지도자를 조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이 점에서 저와 함께 태종실록을 강독하면서 열띤 토론을 벌였던 다양한 전공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논쟁 과정에서 저는 여러 차례 ‘집단 지혜’를 경험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인 ‘평전’은 어떤 의미일까요?

‘평전’이란 “개인의 일생에 대하여 평론을 곁들여 적은 전기”라고 정의됩니다. 이 정의에는 두 가지 뜻이 내포되어 있는데, 첫째 개인의 삶 전체를 다룬 책(biography)입니다. 그 인물의 성장과 삶의 고뇌와 좌절 그리고 극복과정을 두루 담아야 한다는 뜻이죠. 두 번째, 비평(critique)을 곁들인 전기여야 합니다. 대상인물의 공식 기록(후손이나 제자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기록 외)에,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이야기를 아울러 조명해야 하죠. 이 점에서 위인전이나 (조선시대의 후손이나 제자가 만든) 문집과 다릅니다.

제가 『세종의 서재』를 쓰면서 살펴보니, 영국이나 미국 혹은 가까이 일본은 역사적 인물을 연구할 때 순서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인물에 대한 책을 출판할 경우 먼저 기초작업을 거쳐[정본화(定本化, canonization)], 평전이 나오고, 평전의 도움을 받아서, 다양한 연구 및 교양서적이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작업이나 평전 출판 없이 곧바로 교양서적이 나오는 실정이죠. 그 정도로 평전의 출판은 중요합니다.

태종 이방원의 리더로서, 지도자로서의 가장 특별한 정치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선발제지(先發制之)와 여치난승(如治亂繩)을 들 수 있습니다. 선발제지는 정도전 제거 시기를 회상하면서 태종이 쓴 표현인데, 먼저 일으켜 사태를 진압하는 ‘initiative leadership’을 가리킵니다. 태종은 탁월한 정보력으로 사태를 파악한 다음, 상황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나가는 데 귀재였죠. 정적을 제거할 때, 외교 협상에서 이런 리더십이 발휘되었습니다.

여치난승은 얽힌 실타래 풀듯이 세심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를 말하는데, 태종은 민생 문제에 접근할 때 이 방식을 취했습니다. 세심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정치는 구체적으로 ‘토의 정치’로 나타났는데, 『태종실록』에 이런 기록이 있습니다.

“각 조항마다 ① 의견을 올린 사람의 이름과 주요 내용[陳言·진언], ② 토의해 내린 결론[議得·의득], ③ 왕의 최종 결정[從之·종지, 不允·불윤]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태종실록』, 15년 6월 25일). 이러한 구언과 진언, 그리고 토의 과정은 그다음 해에도 계속되었다. 1416년 5월에 왕이 가뭄을 구제할 방책을 구언하자 ‘바로 그날’ 일곱 가지 방책 올라왔다[便民七事·편민칠사](『태종실록』, 16년 5월 14일).”

왕이 구언 요청을 하고, 신하들이 그 요청에 응해 수백 개의 정책 제안을 신속하게 올리고, 주요 사항에 대해 어전에서 토의한 후, 담당자의 계목(啓目: 실행 방안)을 검토한 후, 왕이 최종 결정하여 시행하는 정치는 집단 지혜를 모으는 과정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서 민생을 정책실험장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신중함을 보여줍니다.

태종 이방원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가 있을까요?

태종 이방원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비정하고 잔인하게 정적을 살해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태종이야말로 인재를 중용함에 있어서 대통합을 실천한 군왕이었습니다. 정몽주와 길재를 복권시킨 것은 알려져 있는 일입니다. 정도전의 아들 정진을 등용한 일도 있고, 고려를 그리워하는 사람까지도 포용했습니다. 『태종실록』을 보죠.

태종 재위 12년에 고려시대 관리였던 서견(徐甄)이 ‘백이(伯夷)의 도’를 말하면서 “고려의 왕업이 길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라고 시를 썼다가 탄핵되었다. 이 탄핵을 보고 태종은 “만일 이씨의 신하에 이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아름다운 일”이라면서 그 죄를 묻지 말라고 지시한 것도 그와 같은 취지였다(『태종실록』, 12년 5월 17일).

왕에 대한 험담만으로 사형을 내릴 수 있던 시대에 놀라운 일이었죠. 그만큼 태종은 능력 있는 인재에 대해 깊은 존경과 아량을 갖고 있었습니다.

인재를 중용하는 데 가져야 할 리더의 마음가짐 중에 중요한 한 가지 요소를 꼽을 수 있을까요?

원래 재능 있는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재주를 발휘해야만 속이 풀리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그들을 제자리에만 데려다 놓으면 그들은 어떻게든 능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인재의 본질입니다. 그럴 경우 조직은 저절로 발전하고 그 정점에 있는 최고 지도자는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새기게 됩니다.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두는 것이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정치 조직의 단순하면서도 변치 않은 기본 원리인 것이죠. 리더는 결국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眼目)이 뛰어나야 합니다. 그런 인재의 본질을 꿰뚫고 강점경영을 한 사람이 바로 태종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께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뛰어난 지도자가 나오면 온 나라가 복 받는다”  _『태종실록』, 18년 6월 3일

태종이 세종을 왕위 계승자로 지명하면서 한 이 말은 6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도 해당됩니다. 뛰어난 지도자에 대한 오랜 갈증이 사람들로 하여금 대통령 선거 등 새 리더를 뽑는 데 관심을 쏟게 하는 듯합니다. 이 책에서 그려낸 태종 이방원의 강명(剛明)한 리더십에서 뛰어난 지도자의 자격과 무엇보다 지도자를 보는 안목을 발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국민들이 지도자를 보는 안목이 있어야 훌륭한 지도자를 뽑습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저 아래 보이는 봉우리들의 높낮이를 볼 수 있는 것처럼, 태종을 알면 리더들의 크고 작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박현모

1999년 서울대학교에서 ‘정조(正祖)의 정치사상’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1년부터 14년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정조와 세종, 정도전과 최명길 등 왕과 재상의 리더십을 연구했다. 2013년부터는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 일본 ‘교토포럼’ 등에서 외국인 대상으로 ‘한국형 리더십’을 강의하는 한편, 시민강좌 ‘실록학교’를 운영해 왔다(2018년 기준 2,600여 명 수료). 현재 여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및 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며 ‘세종 리더십’을 강의하고 있다.



태종 평전
태종 평전
박현모 저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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