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의자를 샀다. 등받이가 있고 팔걸이가 있는 1인 소파처럼 생긴 안락의자. 사실 우리 집에는 의자 하나와 손님용 작은 스툴이 있지만, 몇 달 지내보고 편안히 쉴 수 있는 의자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보다 사람은 많은 생활모드가 있고 그에 따라 많은 물건이 필요하구나. 새삼 놀라면서, 고심 끝에 의자 하나를 골랐다.
며칠 뒤, 현관 앞으로 커다란 택배가 도착했다. 혼자 산다는 건, 배수구 청소, 전구 갈기 등 자잘한 일들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걸 뜻하고, 그중 하나가 커다란 가구를 조립하는 일이다. 낑낑거리면서 박스를 들여놓고 이리저리 뒤집은 끝에 가구 부품들을 꺼냈다. 그리고 밀려드는 막막함. 이케아 가구를 열었을 때 느껴지는 당혹감을 가리키는 단어가 있었으면 좋겠다. 과연 이게 의자가 될까 싶은 조각들과 한 장짜리 조립 설명서. 도전하는 마음으로 낑낑거리다가 “이 자식들 이거 제대로 보낸 거 맞아?” 싶을 때, 가구가 완성된다.
그런데 허탈하게도 가구를 놓기 위해 비워둔 자리보다 의자가 생각보다 컸다. 새 의자를 들이기 위해 길이까지 줄자로 재어가면서 준비했는데, 이제 딱 맞는 의자가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방 전체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왜 나는 더 큰 집에 살지 못할까 하는 자괴감이 찾아온다. 그냥 의자에 맞춰서 조금씩 모든 것의 배치를 조정하면 될 일인데 말이다.
잠시 만나던 사람과 헤어졌을 때가 떠올랐다. 새로운 사람을 마음에 들이기 전의 나는 늘 ‘아직 만나지 못한 누군가’를 상상하며 하루를 보내고는 한다. 내가 언제 편안함을 느끼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 어떤 것을 나누면 좋을지. 나를 관찰하며 미래의 상대에게 같은 기분을 주고 싶어 한다. 언제든 찾아와도 좋은 것을 내어줄 수 있도록. 타인에게 내 무게를 싣다가, 함께 휘청이며 불행에 빠지지 않도록.
하지만 아무리 머리로 계획해도 비워둔 자리에 의자가 들어맞지 않는 것처럼, 관계는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아무리 사랑해도 타인이란 세세한 면에서 나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내 모든 것을 조금씩 재배치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애써 비워둔 좁은 공간에 의자를 밀어 넣고 여러 번 걸려 넘어지면서, 사실 나의 것을 구축하는 것만큼이나 필요한 건 기존의 배치를 포기하고 또 다른 조화를 생각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때는 그걸 몰랐다.
그래서 새 의자는 어떻게 됐냐고? 마치 헤어질 결심을 하듯이 반품을 할까 당근마켓에 팔아버릴까 여러 번 고민 끝에, 방 배치를 모두 바꾼 후에야 제자리를 찾았다. 모든 것을 조금씩 바꾸고 나니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편안한 것. 요즘은 그런 관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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