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휴가가 무서워지는 순간

직장인의 걱정병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현자가 계시다면 댓글로 자기만의 팁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1.10.06)

언스플래쉬9월은 여러모로 정신이 없었다. 그전까지 벌여왔던 일이 늘 그렇듯이 한꺼번에 밀어닥쳤고, 회사에서는 백신 휴가와 추석 연휴와 연차와 재택근무와 퇴사 등으로 일이 착착 진행되지 않고 점점 누적되었다.

심지어 회사원이라면 모두가 손꼽아 기다린다는 추석연휴과 빨간날이 반갑지 않았다. 직장인이 빨간날을 싫어한다고? 중증이다.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스스로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차분히 따지고 들어가면 휴일이 반갑지 않은 게 아니라, 휴일 전에 해치워야 할 업무와 휴일 이후 해치워야 할 일의 몫까지 미리 앞당겨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깜냥 이상으로 무언가가 밀어닥치는 기분.

요새는 모험을 하기가 싫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원래 모험을 싫어하는 기질이 나이를 먹고 더 심해졌다. 새 음식을 사 먹는 대신 먹어봤던 음식을 시키고, 만나던 사람을 만난다. 듣던 음악만 듣고 보던 프로그램만 본다. 피곤증 역시 매년 심해지는 느낌이다. 밤 11시 이후 무언가 해야 하면 짜증이 난다. 

규칙이 너무 좋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일을 하는 게 편안하다. 오히려 매일 다른 시간에 일어나 매일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면 질색했을 것이다. 회사에서도 무언가 새로운 일이 터지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해낼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무언가 나에게 닥치는 게 싫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비둘기』를 보면 30년간 같은 일을 해온 경비원이 어느 날 아침 나타난 비둘기에 당황한다. 비둘기 때문에 늘 하던 루틴을 빼먹고, 비둘기 한 마리 때문에 자기 인생은 망했으며 이제 죽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둘기는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갑자기 사라지고, 경비원은 다시 살아간다. 

나는 『비둘기』의 경비원처럼 별거 아닌 일에 히스테리를 부린 것이 아닌가, 또 반성했다. 실제로 내 능력 이상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은 하다 보니 다 해결되었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엄청 커 보였는데, 막상 문을 여니까 자그마한 존재가 그림자만 뻥튀기해서 보여준 것 같았달까. 사서 걱정하는 것도 버릇이라고, 몸 사리다가 비둘기에도 놀라 나자빠지는 인간이 된 것 같았다.

지치고 힘든 때 기분을 새롭게 하려면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지치고 힘든 한 마리 땡벌이 되었고 새로운 일을 못해서 다시 지치고 힘들고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 활동하는 모든 곳에서 나의 지침을 호소했더니 다들 내가 그만두는 것은 아닌지 한 번씩 확인했다. 아니 당장 그만둘 생각은 아닌데요, 그냥 지쳤어요. 그렇다고요... 

휴가를 내야 지치는 게 줄어드는데 휴가를 내려면 지쳐야 하는 역설. 다음주는 또다른 휴가가 남아있고 나는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다.  빨간날이 하나도 없는 11월이 되면 '배부른 고민 했구나' 눈물을 흘리면서 일할 지도 모르지만,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현자가 계시다면 댓글로 자기만의 팁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휴일이 무서운 직장인, 어떻게 해야 하나요?



비둘기
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 | 유혜자 역
열린책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유혜자> 역13,320원(10% + 5%)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나다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어른을 위한 우화. 소설가 전경린은 이 작품을 일러 "따스함과 유머와 순수함과 충실성을 느끼게 하며 예민하고 남루한 우리들 인간의 영혼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치솟게 한다"고 평했다. 주인공인 조나단은 나이 오십을 넘겼으..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ebook
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유혜자> 역11,840원(0% + 5%)

&lt;b&gt;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어른을 위한 우화. &lt;/b&gt; 소설가 전경린은 이 작품을 일러 &lt;따스함과 유머와 순수함과 충실성을 느끼게 하며 예민하고 남루한 우리들 인간의 영혼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치솟게 한다&gt;고 평했다. 쥐스킨트가 창조해 낸『비둘기』의 주인공 조나단..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가가 형사 시리즈’ 최신작

호화 별장지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범인이 자수하면서 해결되는 것 같지만, 범행 과정에 관한 진술을 거부한다. 진상을 밝히고자 가가 형사가 나선다.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서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보이는 전통 미스터리 소설로 여름의 열기를 식혀 보시길.

변화의 흐름을 잡아라!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박사가 선정한 글로벌 경제 이슈를 담았다. 다가오는 미국 대선 이슈부터 부활하는 일본과 떠오르는 인도까지. 14가지 핵심 토픽을 정리해 세계 변화의 흐름을 한눈에 바라본다. 급변하는 세계의 변곡점에서 현명하게 대응하고 부의 기회를 만들어보자.

삶에 역사의 지혜를 들여오다

선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을 때 우리에겐 역사가 필요하다 더 깊어진 통찰과 풍부해진 경험으로 돌아온 최태성 저자의 신간.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넘어 삶에 역사의 지혜를 들여오는 방법을 다룬다. 역사에서 찾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단단한 가치는 여전히 역사의 쓸모를 증명한다.

성적이 오르는 아이의 비밀은 어휘력!

초등어휘일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30만 학부모 멘토 이은경쌤이 엄선한 10대가 꼭 알아야 할 국어 교과서 문학,비문학 속 필수 어휘! 교과서 속 처음 접하는 '낯설고 생경한 어휘' 때문에 공부가 어려운 아이들에게 공부의 기본기가 되어 줄 어휘력! 하루 10분, 하루 1장 씩 자연스럽게 익혀 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