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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탄생] 왜 하필 이 제목이죠? (13)

<월간 채널예스>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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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책 제목만큼 책 제목이 태어나는 장소(순간)또한 다양하다. 저자와의 카톡 대화창부터 회의실, 퇴근길 택시, 베스트셀러 매대 앞까지, 제목의 신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2021.08.31)

언스플래쉬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

정해심 지음 | 호호아



한겨울에 손에 들어온 원고의 가제는 ‘책방지기의 태도’였다. 저자가 어른을 위한 그림책 전문 서점 ‘카모메’를 5년째 운영한 이야기다. ‘책방지기’의 관점으로 썼지만 ‘좋아하는 일’에 대한 태도로 읽혔다. 흔히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이 편안하고,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맞지 않을 때도 많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만족하기가 얼마나 힘든가? 무슨 일을 하든지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제목에 담고 싶었다. 제목을 정하자 저자는 길지 않냐고 걱정했다. ‘합니다’는 끝나는 느낌이었다. ‘하며 삽니다’를 소리 내어 말할 때 흘러가는 느낌이 좋았다. 길어도 괜찮다. 서민경(호호아)

 


『하우 투 딴짓』

조재형 저 | 북스톤 


다양한 책 제목만큼 책 제목이 태어나는 장소(순간)또한 다양하다. 저자와의 카톡 대화창부터 회의실, 퇴근길 택시, 베스트셀러 매대 앞까지, 제목의 신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이번 제목은 ‘딴짓’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관건이었다. 딴짓을 내세우자니 철 지난 유행처럼 들렸고, 사이드 프로젝트라 쓰자니 어울리지 않는 옷 같았다. 이번 책 제목은 딴짓 하는 순간에 찾아왔다. 제목이나 카피가 떠오르지 않을 때 한강을 달리곤 하는데, 그날도 재택근무를 하다 무작정 뛰쳐나갔다. ‘역시, 딴짓도 자꾸 해야 느는 법이지’라고 생각하던 중 제목이 머리를 스쳤다. 제대로 딴짓 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 『하우 투 딴짓』은 그렇게 태어났다. 김은경(북스톤)



『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저/이소담 역 | 미디어창비 


"최애가 불타버렸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이다. 온라인상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에이전시 소개로는 '나의 우상'이었다가, 번역가 이소담 선생님을 거쳐 '최애, 불타다'로 가제를 잡았다. 2021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일본에서는 이미 아이콘이 되어버린 99년생 작가 우사미 린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작품으로 원제를 살리고 싶었다. ‘불타다’, ‘타다’보다는 ‘타오르다’의 어감이 무대 위에서 빛나는 아이돌과 그들을 향해 환성을 지르는 팬들에게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웹소설 풍으로 ‘내 세상에 중심은 너야’ 같은 제목도 떠올려봤으나…… 얼마나 다행인가). 이지은(미디어창비)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세상 모든 일에 “궁금할 수 있잖아요!”를 외치는 저자가 익숙한 주거 공간을 생물학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독자는 어떤 이야기를 가장 궁금해할까? 그렇게 ‘아파트 생물학’이라는 제목이 출발했다. 소나무, 고양이와 같이 친숙한 생물에서부터 아메바, 지의류 등 기묘한 생물에 이르기까지 비인간 주민들의 삶이 종횡무진 펼쳐진다. 저자 특유의 쾌활함과 엉뚱한 상상이 녹아 있어 자연스레 몰입을 더하므로 ‘곽재식’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신기하고도 사랑스러운 세계의 풍경이 일상에 스며들기를 바라며. 이인선(북트리거)



『남편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박승준 저/강승연 그림 | 오르골 



저자가 정한 가제는 “나는 요리한다 고로 존재한다”였다. 주방 일을 하며 존재감을 찾는다는 상징성은 좋지만 무거웠다. 원고를 읽으며 상상한 ‘귀여운 라떼 아저씨’가 온데간데없는 느낌이랄까. 더욱이 은퇴자가 구입하기보다 아내와 딸이 선물할 확률이 높은 책이라 중년 친구들에게 물었다. “고마웠어. 앞으로 식사는 내가 책임질게!”란 말을 가장 듣고 싶다는 전업 주부의 답변. 실마리를 찾았다. 주방 일에 지친 주부들의 소망, 남이 해주는 밥. 그 중에서도 남편이 해주는 밥이라면? 이렇게 생활 밀착형 제목은 탄생했다. 자, 찬바람 불기 전 아버님 댁에 이 책 한 권씩 놓아 드리시길. 박혜련(도서출판 오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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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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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신작. 영미문학의 대표작가답게 ‘소설은 이렇게 쓰는 장르’임을 입증해냈다. 엘리자베스 핀치라는 인물을 통해 진실의 아이러니를 들춰내고, 인간과 삶의 다면성을 지적으로 풀어냈다. 이 소설을 읽으며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란, 내가 변하기 위한 일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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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구할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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