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특집 에세이] 느슨하게 여행하기 – 북노마드 윤동희 대표
『월간 채널예스』 2021년 8월호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나는 어떤 여행을 감행하는 자일까? 역시 상투적이다. ‘좋아서, 혼자서’다. (2021.08.12)
새 세대가 만들어가는 새 물결에 밀려 고전의 바다를 유영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여전히 유용하다. 여행은 목적(지)뿐만 아니라 어떻게 가야 하고, 왜 가야 하는지를 알고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매일매일 따르던 삶의 규칙에서 벗어나기. 상투적이지만 이 언어의 조합 외에는 찾을 방도가 내게는 없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여행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시인의 여행은 시인의 낭독을 듣는 것 같고, 뮤지션의 여행은 멜로디가 귓전을 파고드는 것 같은 느낌. 나는 여행 무크지 『어떤 날』을 만들면서 여행은 사람 노릇임을 여실히 알게 되었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나는 어떤 여행을 감행하는 자일까? 역시 상투적이다. ‘좋아서, 혼자서’다. 바이러스 시대의 여행은 이른 아침이 좋다. 아침 8시면 문을 여는 효창동 카페 ‘mtl’ 테라스에서 혼자 모닝커피를 마신다. 바이러스 시대의 여행은 야전이 적격이다. 나 홀로 캠핑에 장비는 거추장스럽다. Less is more! 토요일 새벽, 의자와 테이블만 차에 싣고 길을 나선다. 발길 닿는 대로, 눈길 닿는 대로. 바비큐는 사치다. 커피와 컵라면이면 충분하다. 텐트를 치고 걷는 일은 노동이다. 나무 그늘 아래서 ‘읽다가 졸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는 『느슨하게 철학하기』에서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느슨함’이라는 삶의 키워드를 찾아냈다. 우리 시대의 호환마마가 가르쳐준 유일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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