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심리를 알면, 그림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미술의 마음』 윤현희 저자 인터뷰
『미술의 마음』은 명화 공부와 심리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책이다. 카라바조, 렘브란트, 모네, 호퍼, 로스코 등 바로크 시대의 화가들부터 현대 설치 미술 작가들까지 120여 점의 작품을 아우르며. 세계적 화가들의 작품과 그 뒤에 감춰진 개인의 삶과 내밀한 마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021.07.26)
카라바조는 왜 목이 잘리는 그림만 그렸을까? 모네 그림 속 여인의 얼굴은 왜 잘 보이지 않을까? 휘슬러의 그림에는 왜 안개 낀 날이 많을까? 그림에 담긴 화가들의 마음은 우리의 삶과 현재의 문제를 해석하는 단서가 된다. 『미술의 마음』은 명화 공부와 심리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책이다. 카라바조, 렘브란트, 모네, 호퍼, 로스코 등 바로크 시대의 화가들부터 현대 설치 미술 작가들까지 120여 점의 작품을 아우르며. 세계적 화가들의 작품과 그 뒤에 감춰진 개인의 삶과 내밀한 마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심리학과 미술을 만나게 하는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그 만남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어린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도 전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그립니다. 자신도 생각이란 게 있음을 표현합니다. 인간은 모두 자기 표현의 욕구가 있고 그림은 가장 보편적이고 원초적인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지요. 저는 심리치료와 진단을 하는 사람으로써, 처음에는 치료의 매개로서 그림을 사용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땐 표현 욕구가 충족되고, 그림을 감상할 때는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받아들이고 공감하려는 마음을 키우는 기회가 됩니다.
그림을 자주 접하고 감상하는 학교 교육에서도 배울 기회가 없었던 감정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한 그림에 공감하면서 위로와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림 감상은 개개인의 심리 치료의 매개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전 사회의 공감 능력을 키우는 일이죠.
심리학을 전공하시면서 미술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요? 직접 그림을 그리신다고도 들었습니다.
그림을 매개로 치료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림이 빗장이 굳게 쳐진 한 개인의 내면 세계로 들어가는 초대장 혹은 열쇠 같다는 사실이었어요. 예를 들자면, 중증의 정신질환을 앓아 말수가 극히 드문 환자들이 그림을 매개로 대화를 하다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많고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했지요. 집 밖에서는 절대 입을 열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을 겪는 아동 환자가 미술활동을 하면서 순조롭게 대화하고 치료적 단서를 제공하곤 했죠.
그림의 치료적인 효과를 떠나 개인적으로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정신적 해방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반 고흐가 자기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했죠.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소소한 진실 같은 것도 재미있습니다.
『미술의 마음』에서는 여러 화가들의 인생의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있다면요? 어떤 이유인지요?
제가 센강의 시시포스이자 행복의 달인이라고 해석했던 모네를 좋아합니다. 모네는 사물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타성과 관성에 젖지 않는 시선, 굳어지지 않는 시선을 가졌어요. 모네의 천재성은 대상이 가진 진실의 360도를 모두 그려내려는 끈기, 강박적일 정도의 집요함에서 탄생했습니다. 아름다운 사계절의 변화, 오전 오후의 빛이 품고있는 다채로운 감성과 아름다움, 모두를 담고 싶어한 것이죠. 모네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아요. 옆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일을 하는데 있어서 강박적인 욕심꾸러기라 할지도 몰라요.
화가였지만 모네가 그림을 그린 방식은 과학자들이 가진 연구자적 태도였습니다. 예를 들면, 들판에 선 짚단이 미적인 대상은 아니지만 모네는 그것을 수십 개를 그렸어요. 수련은 수백 번, 런던 타워도 수십 번. 무엇이든 모네의 눈에 들어오면 한두 번 그리고 끝내지 않았어요. 명작이든 명화든, 좋은 연구든 모두 끝없이 반복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선정하신 화가들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 책은 화가가 그린 빛에 대한 심리학적 해석입니다. “빛을 찾아가는 미술관 여행” 쯤으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로크로부터 현대의 공간건축까지 열다섯 명의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조명했고, 그들을 관통하는 예술의 키워드는 빛의 역사입니다. 회화의 역사 자체가 화가가 캔버스에 빛을 불어 넣어온 역사이기도 합니다. 카라바조로부터 시작된 바로크의 빛은 선과 악의 대립을 조명했지요. 17세기 렘브란트와 페이메르의 관조적인 빛의 표현은 일상을 시로 승화시키는 그림들을 탄생시킵니다. 이후 18세기부터 21세기까지 예술가들이 창조한 빛을 조명했습니다. 시대의 빛, 개인적 깨달음의 빛, 관조의 빛, 감성의 빛 등등입니다.
이 책을 읽고 '그림이 자꾸 보고 싶어진다'는 독자평이 인상적입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모네가 말했듯이 “그림은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좋아하고 사랑하면 되는 것”인데, 독자들이 모네에게 동의한 것이겠죠. 독자들이 그림과 화가들의 인간적인 삶의 이야기를 접하시면서 화가를 한 개인으로, 그들의 삶과 그림을 그들의 목소리를 담은 결과물로 친근하게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예술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이 많아지고, 그림과 예술을 쉽게 해석해서 대중친화적으로 풀어내는 노력이 예술을 우리 곁으로 돌려놓은 결과겠죠. 그림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접하면서 그림이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좋아집니다.
그림 감상에 대한 관심이 예술 애호가들만이 아니라, 점점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국민들이 정신적인 콘텐츠를 충족하고 싶어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합니다. 17세기 네덜란드가 그랬고 18세기 덴마크가 그랬듯이, 자신들의 삶을 풍요롭고 알차게 가꾸고 싶어하는 자연스런 귀결인 것 같습니다. 예술은 바로 그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콘텐츠의 중요한 부분이지요. 대항해 시대 네덜란드에서 물질적 풍요를 만끽하던 시민들은 일상을 표현한 정물화와 장르화 같은 그림들을 좋아했어요. 페르페이르가 현대에 와서 사랑받는 것은 바로 그 시대 시민들의 일상 풍경을 정물화처럼 사실적이고도 시적으로 포착해냈기 때문이지요.
다음 작업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고 계신지요?
미술이 심리학과 만나는 접점을 찾아내는 작업은 지속할 것입니다. 크게 봐서 제게는 그림 감상이 개개인의 공감능력 증진을 위한 활용적 매체입니다.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공감능력에 관한 담론을 심리학적으로 풀어내면서 독자들과 소통하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윤현희 임상심리학자. 심리치료의 한 가지 방안으로 미술작품의 창작과 감상을 활용한다. 그림에 담긴 심리학적 의미들을 발견하여, 대중적 저술을 통해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공감을 나누는 작업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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