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예스24 어린이 MD 김현기 추천] 한국 할머니의 힘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조금 부풀려 말하자면 이 책은 출판계의 미나리!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듯이, 이 책 또한 어디서든 잘 팔리리라! (2021.04.28)


미나리처럼 느낌이 좋은 책 

벚꽃이 막 피기 시작할 즈음 출판사 담당자분으로부터 새 책 출간 소식을 들었다. 뉴베리상 대상 수상 작품을 준비 중인데, 작가는 한국계 3세 미국인이고 책에 호랑이와 한국인 할머니가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 기대감으로 눈이 번쩍 뜨였다. 조금 부풀려 말하자면 이 책은 출판계의 미나리!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듯이, 이 책 또한 어디서든 잘 팔리리라! 검토용 가제본을 전달 받았다. 정식 출간 전에 먼저 책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 MD라는 직업의 장점이라면 장점. 표지는 원서 디자인을 그대로 썼는데, 우리 전래동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호랑이 일러스트가 가운데 배치되어 있다. 이 책 왠지 느낌이 좋았다. 


갇혀 있기를 거부한 이야기 

릴리네 가족은 병에 걸린 외할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주로 이사를 한다. 할머니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릴리는 할머니의 옛 이야기에 등장할 법한 호랑이를 목격한다. 오직 릴리에게만 보이는 이 마법 호랑이는 할머니가 훔쳐간 이야기를 돌려주면 할머니를 낫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릴리는 사랑하는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마법 호랑이와 정면으로 승부하는 것을 선택한다. 릴리는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정의하고, 언니로부터는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라고 불리는 아이이다. 반면에 릴리의 언니 샘은 “조아여”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춘기 소녀이다. 릴리는 그런 언니에게 마법 호랑이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가 없다. 엄마에게도 마찬가지. 호랑이를 덫에 가두기 위한 작업을 비밀스럽게 진행한다. 할머니는 늘 밝고 상냥하고, 무엇보다 옛날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하지만 어린 시절 겪었던 한국에서의 경험은 잘 털어놓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식민지배와 핍박으로 많이 힘들었고 슬펐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손녀들에게 들려주지 않는다. 호랑이가 돌려받고자 했던 이야기는 바로 할머니가 가슴에 묻어 놓았던 이야기, 할머니 홀로 고통과 슬픔을 감내해야 했던 그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릴리는 마법 호랑이와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하면서 늘 자신을 규정해왔던 “존재감 없는 아이”라는 외적 시선을 허물어버린다.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동안 자신이 물려받은 전통과 가족의 힘을 발견하고,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 자신만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별처럼 반짝이도록 풀어놓는다. 


한국 할머니의 힘과 그 모습을 이어받을 우리 

책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접한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이 무척 반갑다. 책에 등장하는 한국 할머니의 작품 속 이름은 “애자”인데, 애자 할머니가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사랑과 친절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뿌리를 지키며 살아온 것도 함께 인정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현실과 상상 속 한국 할머니의 공통점을 꼽자면, 두 분 다 성별과 인종의 벽을 뛰어 넘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다. 한국 할머니의 강인한 모습, 그 모습을 이어받아 자기 정체성을 탐구하며 성장하는 릴리의 모습을 담은 이 책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아 나서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태 켈러 저 | 강나은 역
돌베개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현기(도서MD)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태 켈러> 저/<강나은> 역12,420원(10% + 5%)

한국계 작가 태 켈러 아동문학의 노벨상 ‘뉴베리상’ 수상! 「해님 달님」, 마법 호랑이, 강인한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 2021년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한국계 젊은 여성 작가 태 켈러가 쓴 2021년 뉴베리상 수상작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이 출간되었다. 릴리네 가족은 병에 걸린 외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