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엽 “직장인, 대학원 갈까 말까 고민이라면?”
『내가 대학원을 가게 된다면』 정재엽 저자 인터뷰
직장을 다니시면서 박사를 ‘수료’하신 분들과 ‘졸업’하신 분들은 바로 한 끗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것은 특별함의 차이가 아니라,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있다는 것을요. (2021.03.22)
“대학원? 돈 아깝게 거길 왜 가? 실무 경험이나 더 쌓지.” 대학원을 가고 싶다는 말에 돌아온 직장 상사의 답이다. 실제로 직장인이 대학원 진학을 고려할 때 비용과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에 양해를 구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려면 직장에서 눈치도 봐야 하고,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족한 시간 탓에 가족에게 소홀해질까 염려되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대학원이라는 꿈을 가슴속에만 품어둔 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렇게 현실과 타협하느라 잠시 접어둔 꿈을 이제는 꺼내 펼쳐볼 때다. 직장인을 위한 슬기로운 대학원 생활의 지침서 『내가 대학원을 가게 된다면』의 저자 정재엽 작가를 만났다.
작가님의 간단한 소개와, 『내가 대학원을 가게 된다면』을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15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정재엽이라고 합니다. 2020년에 벤처기업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국제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학교에 학비를 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딱 3년 만에 졸업을 하겠다고 야심차게 생각했거든요. (웃음) 3년 차에 100페이지가 넘는 논문을 써서 지도교수님께 드렸는데, 첫 마디가 “아, 이거 다시 써야겠는데?”였습니다. 한마디로 ‘멘붕’이었죠. ‘나는 안 되나 보다.’ ‘내 머리가 나쁜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직장을 다니시면서 박사를 ‘수료’하신 분들과 ‘졸업’하신 분들은 바로 한 끗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것은 특별함의 차이가 아니라,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있다는 것을요. 한마디로 ‘일하면서 박사 따는 전략’이 있었던 것이죠. 그 깨달음을 얻게 된 순간, 저는 무릎을 탁 쳤죠. “그래! 이 노하우를 책으로 쓰자!” 그 깨달음의 결과로 나온 것이 바로 『내가 대학원을 가게 된다면』입니다. 모쪼록 이 책이 직장과 학위를 병행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대학원’이라는 곳에 대한 정보는 쉽게 찾아보기가 힘든 것 같아요. 이유가 뭘까요?
대학원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체감상 박사과정을 들어가서 실제로 졸업하는 분들은 전체의 1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취업이 힘드니까 취업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대학원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고요. 그렇게 ‘플랜 B’가 되다 보니 대학원에 대해서 치열하게 연구하는 분이 없는 것 같아요.
대학원은 ‘일반대학원’과 ‘특수대학원’ 그리고 ‘전문대학원’으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로스쿨이나 통역대학원 혹은 의학전문대학원과 같은 ‘전문대학원’은 대부분이 석사학위 과정이고 입시가 치열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나마 정보가 많은 편입니다. 지원자들도 비교적 많은 편이고요.
그런데 박사학위의 경우에는 경우가 좀 다릅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박사과정을 밟는 경우에는 정작 시작만 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학위를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죠. 즉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험은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논문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절대적으로요.
경우마다 다르겠지만, 직장인이 대학원을 진학했을 때 얻게 되는 가장 큰 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캠퍼스의 낭만’이 아닐까요? 책상이 빽빽한 사무실에서 상사 눈치만 보다가 멋진 건물이 즐비한 캠퍼스를 누릴 수 있으니까요. (웃음) 저 같은 경우에는 수업에 참여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학교에 나갔는데, 직장에서 경쟁과 실적에 치이다가 탁 트인 캠퍼스에 나가서 강의를 수강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힐링’이었습니다. 비교적 늦게 박사학위를 시작해서인지, 어린 친구들과 강의 이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것도 커다란 수확이었습니다. 띠동갑 젊은 친구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미래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하나의 사건을 놓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것은 커다란 기쁨이었죠. 이런 대화는 회사 내에서 후배 직원들과 나누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회사에서는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본인의 생각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후배들이 저를 그저 자신을 평가하는 상사로만 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강의에 참석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대학원을 다닐 때 마주하게 되는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일과 학위를 병행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다 어렵지 않을까요? ‘박사과정이 시작되면 더 이상 예전의 대학 신입생 시절을 떠올리는 것은 금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학 신입생 시절 누렸던 자유로운 캠퍼스 생활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습니다. 퇴근 후 학교에 갈 때도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고, 학교에 도착해서도 숨 돌릴 여유도 없이 곧바로 강의실로 직행해야 하죠. 게다가 조금이라도 늦는 날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이곳저곳 눈치를 보면서 자리에 앉아야 합니다. 전쟁이 따로 없습니다.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강의실에 그렇게 앉아 있다 보면, 어느새 눈꺼풀이 무거워집니다. 뒷목이 뻐근해지고 칠판은 흐릿해지죠. 자리에서 졸다가 헤드뱅잉이라도 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짓을 하지?’ 적어도 이런 일들을 4학기 이상 지속해야 합니다. 보통 한 학기에 3과목 이상을 수강하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 진행하기에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아마도 이런 순간순간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운 점 같습니다.
대학원생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것만은 미리 알았으면 좋았겠다’ 하는 것이 있나요?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셋째도 ‘논문 쓰는 법’입니다! 이것만 미리 알았어도 햇수가 두 자리로 넘어가는 긴 시간을 거쳐 졸업하지 않았을 겁니다. (웃음) 대학원에 입학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코스워크는 그럭저럭 따라가지만, 이를 마치고 나서 약 90%가 ‘논문 쓰기’의 벽과 마주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논문 표절 문제가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는 만큼, 점점 논문 쓰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논문을 쓰는 데 있어서 문장력은 나중 문제입니다. 프로젝트의 주제 선정에서부터,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미 어떤 연구가 실행되었는지 검토하고, 기존 연구들과의 차별성을 두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 번이라도 논문을 직접 써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요즘은 고등학생 때부터 소논문을 쓰는 훈련을 하기도 하므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논문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직장인들도 회사에서든 사회에서든 논문을 쓸 기회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책의 원고를 집필하시는 동안, 작가님의 학위논문이 여러 기관에서 상을 받았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어요. 대학원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논문 작성에 대해 짧게 조언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조언을 드리기보다는 ‘직장인들이 논문 쓰기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논문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고, 둘째는 ‘논문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고 싶은 욕망’ 때문에, 그리고 셋째는 ‘논문을 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그나마 지도교수님에게 매달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공부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교수님과 정기적으로 미팅을 하면서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 두 번째 문제가 사실 가장 심각한데, 대부분 직장인들은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이를 통해 세상을 바꾸어보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이 많이 들어가므로 보상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노노노(No No No). 박사학위 논문 하나로 세상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뿐더러 바꿀 수도 없습니다. 선배 연구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함으로써 기존의 논문에 기여한다는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간 부족 문제는 의외로 ‘논문을 쓰는 순서’를 잘 알지 못해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경영 사상가인 헨리 민츠버그의 말이 떠오릅니다. “완벽(Perfect)한 것보다 완성(Done)하는 것이 더 낫다.” 가장 잘 쓴 논문은 바로 ‘완성한 논문’입니다(The best dissertation is done dissertation).
마지막으로 대학원 진학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하고자 하는 직장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사학위 과정에 입학하는 순간, 이젠 꿈이 아닌 현실이 됩니다. 수업시간에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가야 할 수도 있고, 회의를 다 마치지 못한 채 서둘러 수업에 들어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출장을 다녀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시험장으로 직행해서 시험지를 받아 들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인생에서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희한한(?) 점수를 받고는 절망할 수도 있겠지요. 논문 아니면 평생 다시는 써보지 않을 통계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망신을 공개적으로 받을 수도 있겠네요. (웃음)
자, 자기 자신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십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박사학위가 필요한가?’ 하고요. 이렇게 물었을 때 마음에서 “네!” 하는 소리가 50%가 넘으면 일단 시도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해드립니다. 현재 박사 수료로 남아 계신 많은 분들, 현재 박사과정에 있는 분들 그리고 미래에 직장을 다니며 박사과정을 꿈꾸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재엽 뉴욕대학교(NYU)에서 의료경영(Health Management)을 전공한 후, 연세대학교에서 조직전략학 전공으로 국제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유학 후 18년간 제약 회사에서 영업, 마케팅, 전략, 기획 업무를 맡으며 학업을 병행했다. 몸담고 있던 회사에 어려움이 닥치면서 학위를 포기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직장을 병행하면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사람은 그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한정된 에너지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은 2020년 한국갤럽조사연구소와 한국조사연구학회가 주관하는 한국갤럽박사학위논문상 우수상으로 선정된 데 이어, (사)한국협상학회에서 주최하는 우수박사학위논문상 대상으로 선정되어 직장인으로서는 흔치 않은 명예를 얻었다. 현재 의료벤처기업에서 임원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대학원 진학을 통해 자기계발과 인생 2막을 꿈꾸는 직장인에게 그동안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새로운 희망을 들려주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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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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