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나란히 걷는 하루
온 방향으로 걷기 5화
탁 트인 시야를 따라서 걷는 그 시간은 이 도시 가운데 서서 도시를 안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모든 다리를 건너면서 모든 한강을 만나고 싶다. (2021.03.17)
평범한 오늘을 좀 더 특별하게 기억하는 방법! 문구 디자이너 이진슬 작가가 낯선 도시에서 순간의 조각들을 발견하고 깊게 즐기는 기술을 보여줍니다. 따뜻한 일러스트와 에세이의 만남! 매주 수요일 만나보세요. |
런던에 머물 때 창문 밖을 가만히 내다보고 있으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하늘 위로 만날 수 있었다. 어떤 날은 여섯 대나 되는 비행가 한 번에 떠올랐다. ‘참 많은 비행기가 날아가는구나’ 매일 봐도 경이로웠다.
서울에서 처음 살던 동네는 공항이 서쪽에 있어서인지 하늘 위로 내려앉는 비행기를 퇴근길마다 마주하고는 했다.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비행기의 배를 보는 순간이 참 좋다. 저 작은 공간에 얼마나 수많은 들뜬 마음을 실어다 나를까? 길 위에 서 있는 나도 덩달아 도시를 여행하고 싶은 이 마음을 텔레파시로 쏘아본다.
요즘 내 저녁은 한강으로 시작해서 한강으로 끝이 난다. 망원한강공원 근처에 앉아서 내려앉는 감동란 같은 해를 쳐다보고, 붉거나 분홍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다, 금세 캄캄해진 저녁이 되면 불 켜진 야경을 즐기다가 자전거를 타고 돌아온다. 그렇게 앉아 있으면 한강을 따라 나는 비행기를 많을 때는 네 대나 볼 수 있다. 저 멀리서부터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서서히 서울의 땅 위로 가라앉는다.
나에게는 소소한 목표가 하나 있는데, 한강 위를 지나는 모든 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버스나 차로 많이 건너기도 했지만, 이왕이면 걸어서 건너보는 게 꿈이다. 지금까지 두 다리로 걸어서 건넌 다리는 마포대교, 원효대교, 반포대교, 가양대교, 그리고 어제는 한강대교를 건넜다. 어떤 날은 바람과 맞서 싸우며 걸었고, 어떤 날은 야경을 품에 안으며 걸었다. 어떤 낮은 사랑했던 사람과 걸었고, 어떤 밤은 사랑하는 사람과 걸었다.
탁 트인 시야를 따라서 걷는 그 시간은 이 도시 가운데 서서 도시를 안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모든 다리를 건너면서 모든 한강을 만나고 싶다. 이 도시의 모든 부분을 짧게나마 안아보고 싶다.
*이진슬 마음이 서툴고, 말도 서툴러서 어쩌면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는 걸지도 모른다. 글을 그리면 그림이 되고 그림을 그리면 내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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