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한강과 나란히 걷는 하루

온 방향으로 걷기 5화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탁 트인 시야를 따라서 걷는 그 시간은 이 도시 가운데 서서 도시를 안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모든 다리를 건너면서 모든 한강을 만나고 싶다. (2021.03.17)

평범한 오늘을 좀 더 특별하게 기억하는 방법!

문구 디자이너 이진슬 작가가 낯선 도시에서

순간의 조각들을 발견하고 깊게 즐기는 기술을 보여줍니다.

따뜻한 일러스트와 에세이의 만남! 매주 수요일 만나보세요.


난지에서의 노을_Illust by 이진슬, 자그마치북스 제공

런던에 머물 때 창문 밖을 가만히 내다보고 있으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하늘 위로 만날 수 있었다. 어떤 날은 여섯 대나 되는 비행가 한 번에 떠올랐다. ‘참 많은 비행기가 날아가는구나’ 매일 봐도 경이로웠다.

서울에서 처음 살던 동네는 공항이 서쪽에 있어서인지 하늘 위로 내려앉는 비행기를 퇴근길마다 마주하고는 했다.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비행기의 배를 보는 순간이 참 좋다. 저 작은 공간에 얼마나 수많은 들뜬 마음을 실어다 나를까? 길 위에 서 있는 나도 덩달아 도시를 여행하고 싶은 이 마음을 텔레파시로 쏘아본다.

선유도 공원_Illust by 이진슬, 자그마치북스 제공

요즘 내 저녁은 한강으로 시작해서 한강으로 끝이 난다. 망원한강공원 근처에 앉아서 내려앉는 감동란 같은 해를 쳐다보고, 붉거나 분홍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다, 금세 캄캄해진 저녁이 되면 불 켜진 야경을 즐기다가 자전거를 타고 돌아온다. 그렇게 앉아 있으면 한강을 따라 나는 비행기를 많을 때는 네 대나 볼 수 있다. 저 멀리서부터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서서히 서울의 땅 위로 가라앉는다.

한강 위를 두 발로 걸은 날/노들섬_Illust by 이진슬, 자그마치북스 제공

나에게는 소소한 목표가 하나 있는데, 한강 위를 지나는 모든 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버스나 차로 많이 건너기도 했지만, 이왕이면 걸어서 건너보는 게 꿈이다. 지금까지 두 다리로 걸어서 건넌 다리는 마포대교, 원효대교, 반포대교, 가양대교, 그리고 어제는 한강대교를 건넜다. 어떤 날은 바람과 맞서 싸우며 걸었고, 어떤 날은 야경을 품에 안으며 걸었다. 어떤 낮은 사랑했던 사람과 걸었고, 어떤 밤은 사랑하는 사람과 걸었다.


자전거 달리기_Illust by 이진슬, 자그마치북스 제공

탁 트인 시야를 따라서 걷는 그 시간은 이 도시 가운데 서서 도시를 안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모든 다리를 건너면서 모든 한강을 만나고 싶다. 이 도시의 모든 부분을 짧게나마 안아보고 싶다.



*이진슬 

마음이 서툴고, 말도 서툴러서 어쩌면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는 걸지도 모른다. 글을 그리면 그림이 되고 그림을 그리면 내가 된다.



온 방향으로 걷기
온 방향으로 걷기
이진슬 저
자그마치북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진슬(문구 디자이너)

온 방향으로 걷기

<이진슬> 저10,350원(10% + 5%)

온 방향으로 걸음이 향하고 마음이 향하는 곳들이 쌓여간다 평범한 오늘을 좀 더 특별하게 기억하는 방법! 똑같은 하루. 늘 지나다니는 별다를 것 없는 길의 풍경. 요즘처럼 어디 나가기도 힘든 날에는 일상이 무료하기만 하다. 아쉬움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밤, 우리는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