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인문 MD 손민규 추천] 선이냐 악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휴먼카인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전쟁, 범죄, 불평등, 동물 학대 등 오늘도 뉴스는 불편한 소식으로 가득합니다. 언론에 비친 인간사회는 악이 만연한 듯합니다. 인간 본성은 악할까요? (2021.03.08)
댕댕이와 냥이 중 어떤 걸 좋아하시나요? 티라노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 중 누가 더 셀까요? 닭이 먼저일까요 알이 먼저일까요? 결론 내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비슷한 질문으로 인간 본성에 관한 물음도 있습니다. 인간은 선한 존재일까요, 악한 존재일까요? 이 주제를 두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저 | 인플루엔셜)
전쟁, 범죄, 불평등, 동물 학대 등 오늘도 뉴스는 불편한 소식으로 가득합니다. 언론에 비친 인간사회는 악이 만연한 듯합니다. 인간 본성은 악할까요? 네덜란드의 대표 언론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밀그램의 복종 실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등 인간 본성의 악함을 규명해낸 기존 연구의 허점을 밝히고 인간의 선함을 입증했습니다. 그럼에도 왜 인간은 때때로 악으로 기우는 걸까요? 저자는 엘리트 권력과 언론에 책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악은 표면을 들추기만 하면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악을 끌어내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선을 행하는 것처럼 악을 위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휴먼카인드』 243쪽)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커 저 | 사이언스북스)
책 제목에 ‘천사’가 들어가서인지 이 책의 분량은 무려 1,400쪽입니다. 이 시대 저명한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가 고고학, 인류학, 역사, 심리학 등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며 인간의 폭력성의 변천을 그렸습니다. 핑커는 인간의 폭력성이 내재화된 게 아니라, 환경에 따라 전략적으로 발현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과제는 덜 나쁜 문명을 구축하는 것이겠지요. 우리 문명은 어느 정도 이 어려운 과제를 잘 해내 왔습니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지만요.
과거가 낯선 나라라면, 충격적이리만치 폭력적인 나라인 셈이다. 우리는 과거의 삶이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과거의 일상에 잔학성이 얼마나 깊숙이 구석구석 엮여 있었는지를 곧잘 잊는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29쪽)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임건순 저 | 서해문집)
맹자의 성선설, 순자의 성악설은 학교에서 지겹게 듣고 외워왔던 개념인데요. 왜 제자백가 시대 수많은 사상가들이 인간의 본성을 두고 논쟁했는지에 관해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이 책은 묵자, 상앙, 한비자, 노자, 장자, 순자, 맹자, 손자, 오기, 공자가 인간 본성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설명하며 이들 논의의 의의와 한계를 고찰했습니다.
이런 질문도 해보고 싶습니다. 가치덕목 중 유가적 전통에서 올바르다고 생각한 것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라고 단정한 것은 폭력이 아닌지 말입니다. 맹자가 생각한 올바른 인간상은 유가적 기준에서나 올바른 것이죠. 그런데 그것과 다른 모습을 보이면 인간 일반으로서 가진 고유한 본성 자체가 없거나 그 본성을 내다 버린 짐승 같은 인간이라고 한 것은 근본주의적 사고이고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343쪽)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저 | 반비)
무차별 난사로 수십 명을 죽인 콜럼바인 총격 사건의 가해자 엄마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이 직접적으로 인간 본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진 않지만 독자 스스로 악이란 무엇인지를 묻게 만듭니다. 내성적이고 가정에서 사랑받던 아이가 왜 무차별 총격 난사 사건의 가해자가 된 것일까요? 콜럼바인 사건의 실체를 두고 여러 논란이 많지만 이 사건은 학교 내 따돌림과 괴롭힘과 얽혀 있었습니다. 최근 유명인들의 학교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책입니다.
자식을 후회 없이 키운다는 건 아마 불가능한 일일 거다. 하지만 자식의 살인-자살 이후라면 죄책감과 후회가 끝없이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저녁이 되어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면 우리 가족 사진첩을 강박적으로 보고 또 본다. 목장에 놀러 갔던 날, 자연사박물관이나 공원에 갔던 날,. 흔한 중산층 아동기의 행복한 순간들이다. 딜런이 안기고 몸을 부비고 애정을 담뿍 받고 있는 사진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고 안도한다. 길에 나가 아무나 붙들고 사진첩을 보여주고 싶다. ‘보세요.’ 하고 말하고 싶다. ‘이거 봐요. 나 미친 엄마 아니에요.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보라고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207쪽)
슬프고도 무서운 진실은 언제 우리가(혹은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심각한 뇌건강 문제를 일으킬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4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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