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이에스피(ESP), 여러 면에서 색다른 퓨전 국악 밴드

이에스피(ESP) <ESP>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한정된 재료로 비슷한 질감을 뽑아내니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그룹의 특징이 동전의 양면처럼 허와 실을 모두 갖고 있다. 그럼에도 매력적이다. 적어도 ESP가 원했던 방향으로 첫발을 뗐다. 여러 면에서 색다른 퓨전 국악 밴드. (2021.03.05)


기이하다. 한국과 서양의 악기가 결합한 많은 음악 중에서도 이 음반은 악센트를 강하게 주지 않는다. 2017년 미국의 인기 유튜브 채널 <엔피알 뮤직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NPR Music Tiny Dest Concert)>에 출연하며 큰 관심을 받은 씽씽을 비롯해 추다혜차지스, 잠비나이, 고래야, 악단광칠, 이희문이 만든 오방신과(OBSG), 그리고 최근 ‘범 내려온다’ 로 인기를 끈 밴드 이날치까지. 많은 퓨전 국악 그룹들이 사랑받았다. 대부분 한국인의 댄스 디엔에이를 가감 없이 저격하는 ‘뽕삘’ 을 내세웠다. 그렇지 않으면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드럼의 강렬함을 배합해 거친 사운드를 쏟아냈다. 음악의 폭이 넓어졌으며 선율이 선명해졌다. 그만큼 대중에게 다가갈 지점이 생겨난 것이다.

자신을 ‘모던 가야그머’ 라 부르는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 전자 음악 프로듀서 이상진이 만나 ESP를 꾸렸다. ESP는 Electronic Sanjo Project의 준말. 한국 전통 기악 독주곡인 산조와 전자음악이 만났음을 이름부터 내비친다. 보컬 없이 악기의 부딪힘으로만 이루어진 연주곡으로 전반을 채웠다. 쨍하고 화려한 색감보단 흑백의 무채색이 어울리는, 반복적이고 몽롱한 트랜스(Trance)가 이들의 핵심. 무언가에 취한 듯 지독하게 길어지는 ‘The whimori’ , 머릿곡 ‘Gaya DNA’  등 수록곡의 몇 곡만 만나도 그룹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레트로, 뽕삘 사운드를 가미했다는 설명이 적혀있긴 하지만 그 특징이 잘 살진 않는다. 오히려 ‘ Electro chemical’ 에서 살짝 우회해 선보이는 흔히 말하는 ‘까까류’ 의 EDM 즉, 2010년대 초반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 사운드 소스를 사용해 변주한 지점이 더 귀에 들어온다. 시류를 반영한 ‘ Pandemic’ 은 영화 <매트릭스>시리즈에 넣어도 손색없을 만큼 4/4박자 하우스의 맛을 제대로 살려주고 ‘밤 산책’ 은 서정적인 가야금의 음색이 이야기를 품은 듯한 멜로디와 잘 맞아떨어져 귀 기울이게 한다. 조급함이 없고 그리하여 묵직하게 끌어가는 두 연주자의 호흡 역시 특기할 만하다. 조금 더 강하게 치고 기세를 몰고 갈 법도 한데 멈춘다. 전체의 무게중심 맞추기를 위한 과정으로 느껴진다.

이 절제가 음반의 ‘더하기’ 이자 ‘빼기’ 다. 이제는 익숙해진 국악과 서양 악기의 만남이지만 이를 그간 잘 다뤄지지 않았던 분위기로 풀어냈다. 다 같이 뛰어 보자가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 수 있는 침착한 리듬의 반복. 분명 새롭고 일면 신선하다. 하지만 중심 악기가 가야금으로만 이뤄진 상황에서 힘이 빠지기도 한다. 특히 ‘모던 휘모리’ , ‘골방환상곡', ‘Raindrops’ 으로 이뤄지는 후반부, 곡사이 기조의 반복이 들린다. 한정된 재료로 비슷한 질감을 뽑아내니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그룹의 특징이 동전의 양면처럼 허와 실을 모두 갖고 있다. 그럼에도 매력적이다. 적어도 ESP가 원했던 방향으로 첫발을 뗐다. 여러 면에서 색다른 퓨전 국악 밴드.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박노해 시인의 첫 자전 에세이

좋은 어른은 어떤 유년시절을 보냈을까? 어두운 시대를 밝힌 박노해 시인의 소년시절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가 출간됐다. 지금의 박노해 시인을 만들어 준 남도의 작은 마을 동강에서의 추억과 유소년 “평이”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33편의 산문과 연필그림으로 담았다.

도도새 그림 속 숨겨져 있던 화가의 삶

도도새 화가, 김선우의 첫 에세이. 지금은 멸종된 도도새를 소재로 현대인의 꿈, 자유 등을 10여 년 동안 표현해 온 김선우. 이번에는 무명 시절에서부터 ‘MZ 세대에게 인기 높은 작가’로 꼽히기까지 펼쳐 온 노력, 예술에 관한 간절함, 여행 등을 글로 펼쳐 보인다.

왜 수학을 배워야 할까?

계산기는 물론 AI가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하는 세상에서 왜 수학을 배워야 할까? 질문 안에 답이 있다. 수학의 본질은 복잡한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것이다. 미래 예측부터 OTT의 추천 알고리즘까지, 모든 곳에 수학은 존재하고 핵심 원리로 작동한다. 급변하는 세상, 수학은 언제나 올바른 도구다.

기회가 오고 있다!

2009년 최초의 비트코인 채굴 후 4년 주기로 도래한 반감기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과거 세 차례의 반감기를 거치며 상승했던 가격은 곧 도래할 4차 반감기를 맞아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가? 비트코인 사이클의 비밀을 밝혀내고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