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책 다이어트를 한 작가, 1달 동안 1권만 읽는다면?

『책에서 한 달 살기』 하지희 저자 인터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한 권의 책을 한 달 동안 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그 대답을 찾아 나섰던 독서의 기록이다.(2021.02.15)


『책에서 한 달 살기』 “한 권의 책을 한 달 동안 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그 대답을 찾아 나섰던 독서의 기록이다. 우리는 흔히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삶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일까? 단지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만이 능사였다면 책 읽기가 이토록 막막하게 느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책에서 한 달 살기』의 저자이자 현재 프랑스에 거주 중인 하지희 작가는 이런 통념을 순순히 따르기보다는 '한 권의 책을 반복해서 읽고 그게 내게 무엇을 남기는지 지켜보겠다'라는 그녀다운 생각으로 한 권의 책을 한 달 동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느리고 깊게 읽자, 책이 나에게 새롭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마치 든든한 동료나 친구를 얻는 기분을 느끼며 이어 나간 책과의 대화는 어느새 작가에게 고스란히 스며들어 삶 그 자체가 되었다. 




책에서 한 달 살기. 한번 듣기만 해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입니다. 간단한 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책에서 한 달 살기'는 곧 '한 권의 책을 한 달 동안 여러 번 읽으면서 그 문장들을 천천히 몸에 새기기'라고 풀어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은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정해 읽고 또 읽으면, 너덜너덜해진 책만큼이나 읽은 사람도 달라진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는 1년간의 기록입니다.

해외에서, 그것도 미니밴에서 살게 되면서 강제로 “책 다이어트”를 하셔야 했는데요. 어렵게 택한 한 권 한 권이어서 더더욱 책을 열심히, 어쩌면 저자만큼이나 내밀하게 읽게 된 건 아닐까 싶어요. 그런 과정이 작가님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요?

한 달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한 책을 여러 번 읽다 보면, 책이 정말 제 곁을 지켜 주고 있는 것 같아요. 매일 최소한 한 문장이라도 저에게 깊이 와 닿는 문장이 있고, 그럼 그게 제가 하는 생각이나 행동 혹은 결정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에요. 처음 이런 형태의 읽기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는 제게 한 달 내내 '일단 뭐든 해 보라'고 말해 준 책, 고정된 형태의 노동에서 이탈해 내 몸에 맞는 새로운 노동 방식을 앞에 두고 망설이는 제게 ‘모든 노동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해 준 책,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지만 의욕만 앞선 제게 ‘변화하고 소통하는 삶’ 을 알려 준 책. 이 책들이 제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면서 곁에 있었기 때문에 전 이 한 달 살기를 계속 이어 갈 수 있었고, 새로운 노동을 시작할 수 있었고, 남편과 새로운 삶을 꾸리며 생긴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정말 지난 1년은 이 책들이 만들어준 고마운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이 나에게 무엇을 남길까’ 고민하면서도 ‘한 달 살기’ 를 끈기 있게 이어 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런 솔직함이 오히려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는 독자분들도 계셨고요. 책 읽기에서도 삶에서도 미지의 것을 계속 시도하고 지속하는 작가님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책의 본문에도 잠깐 나오지만, 저는 '심심한 시간'을 즐기는데요. 이때 계속 상상을 합니다. ‘이걸 하면 어떻게 될까?’, ‘이 과정을 거치면 난 어떤 모습일까?’ 이렇게요. 몽상하면서 시뮬레이션 하는 게 일상인 거죠.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구체적인 부분까지 상상하다 보면 어느새 ‘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하고 저를 밀어붙이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시도했던 일들이, 비록 드라마틱한 결과는 아닐지라도 꼭 무엇 하나는 남겨 주었어요. 생각의 전환이라든가, 새로운 인연이라든가, 사소한 발견이라든가, 반드시 변화는 일어나요. 그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일단은 시도하고 지속해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책을 읽다 보면 프랑스에서는 “요즘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예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하는 게 유별난 일이 아니라는 내용이 있는데요. 그렇다면 요즘 작가님이 빠져 있는 작가나 책은 무엇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은유 작가님의 『다가오는 말들』을 한 달, 아니 두 달째 거의 살다시피 읽고 있어요. 이 책에서 살다 못해 아예 눌러앉고 싶어집니다. 프랑스어로 된 책 중에서는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를 재미있게 읽고 있고요. 아침엔 은유 작가님의 말들과 함께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요, 저녁엔 다니엘 페나크 작가님의 말들과 함께 제 몸의 하루를 떠올려 보는 게 일상이 되었네요.

『책에서 한 달 살기』는 '이렇게 읽으면 이러저러해서 좋으니 따라 해라' 하는 식의 자기계발서의 어법이 아니라, 천천히 깊게 읽기를 시도하는 작가님의 체험이 담겼다는 게 차별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독자분들이 특히 어떤 것을 느끼기 바라면서 이런 글을 써 오셨나요?

책에서 한 달 살기의 진정한 기쁨은 정말 해 봐야 알 수 있어요. 저도 해 보기 전까지 이 읽기가 제게 이렇게까지 많은 감정과 변화를 가져다 줄지 전혀 몰랐어요. 여행도 그냥 “너무 좋았어” 하는 후기를 듣는 것과 직접 가서 한 달을 살아 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잖아요. 낯선 여행지가 내 삶 한가운데에 쑥 들어온 느낌, 한 권의 책이 내 삶의 일부가 되는 느낌을 정말 직접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동안 썼던 일종의 ‘책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펼쳐서 제가 얼마나 이 책들과 사랑에 빠졌는지 읽는 분들이 곧바로 느낄 수 있게, 그래서 “아, 이런 사랑이라면 나도 하고 싶다”며 안달이 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독서 그리고 글쓰기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작가님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듣고 싶어요.

책에선 다들 정돈된 언어를 쓰잖아요. 그게 좋았어요. 모든 책이 저와 잘 맞았던 건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을 다듬고 여러 번 살펴서 내어놓은 글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엄청난 만족감을 주더군요. 글을 쓸 때도 내뱉은 말을 다시 살피고 고민해서 정돈된 언어로 바꿔 놓으면 제가 조금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을 얻을 수 있죠. 이렇게 정돈된 언어에 익숙해지다 보면 모든 시선이 조금씩 정돈되어가는 것 같아요. 그 시선의 끝엔 무조건적인 혐오도, 확고한 불신도, 출구 없는 절망도 없어요. 그저 나와는 다른 사람, 고민해야 할 문제, 숨은 해결 방법만 있을 뿐이에요.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얻게 될 거라고 감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나를 다듬어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그래서 매일 정돈된 언어에 빚을 지며 사는 요즘이 만족스럽고 다행이라고 여깁니다.

다독하지 않아도, 깊이 천천히 읽어도 충분히 독서의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을 내셨는데요. 책 읽기라고 하면 늘 부담과 죄책감을 떠올리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책은 부담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책과도 사랑에 빠질 수 있어요. 내 곁에 좋은 사람 하나, 좋은 책 하나만 있어도 삶은 분명 달라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하지희

대한민국 거제에서 프랑스 오베르뉴까지 11번이 넘는 이사를 거치고도 부족해 매일 이사하는 집에 살게 된 사람. 90년대 한국의 공교육을 받았음에도 왼손잡이를 고수한 고집으로 프랑스로 요리 유학을 떠난 사람. 인터넷이 되지 않는 곳에서 며칠이고 지낼 수 있고, 대로변 주차장에서도 편히 잘 수 있는 사람.

브런치_ @jeeheeha



책에서 한 달 살기
책에서 한 달 살기
하지희 저
xbooks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