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예스24 MD가 2월에 고른 책
<월간 채널예스> 2021년 2월호
여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널리 ‘잘못’ 알려진 이야기들에 한껏 빠져들 것이다. (2021.02.04)
『만인만색 역사공작단』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미디어팀 저 | 서해문집)
역사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소설에서 역사는 마르지 않는 소재가 된다. 유명 강사가 쉽고 재미있게 재구성한 역사 강의에도 많은 사람이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같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도 사서마다 제각각 다르게 기록되어 있는 경우가 있고, 다른 기록과 연결해서 봐야 제대로 이해되는 경우도 많다. 여러 기록과 유물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역사 강의들이 ’왜곡’과 ‘날조’로 이어지곤 하는 이유다. 『만인만색 역사공작단』은 젊은 역사학자들이 펼치는 역사 강의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고도 믿음직하다. 여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널리 ‘잘못’ 알려진 이야기들에 한껏 빠져들 것이다. (김성광 MD)
『식물이 아프면 찾아오세요』 (김강호 저 | 길벗)
"물을 며칠에 한 번씩 줘야 하나요?" 자취방에 들인 스파티필룸이 시들하길래, 근처 꽃집에 데려가 물었던 질문이다. 돌아온 건 새된 목소리의 꾸중. "물은 며칠에 한 번이 아니라, 아이(식물)가 원할 때 줘야죠!" 그간 나는 초록빛 룸메이트에게 물고문해온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식물을 기르다 보면 나의 무지가 통탄스러운 순간이 자주 찾아오곤 한다. 물은 언제 주어야 하는지, 무슨 흙을 써야 하는지, 잎이 타들어 가는 이유는 뭔지. 제대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럴 땐 비상약처럼 이 책을 꺼내 보자. 식물마다 궁합이 맞는 화분이 있는지, 볕은 얼마나 쬐어 주어야 하는지, 계절에 따라 어떤 관리가 필요한지 등 식물을 잘 돌볼 수 있는 방법이 자세히 적혀있으니 말이다. 더는 우리의 룸메이트를 괴롭히지 말자. 초록빛 가득히 아름답게 공존하자. (함초롬 MD)
『눈의 시』 (아주라 다고스티노 글/에스테파니아 브라보 그림 | 오후의소묘)
눈이 선사하는 마법 같고 시적인 순간을 포착해낸 그림책.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은 조금 더 고요하고 조금 더 천천하다. 아이들이 만든 눈사람과 눈 위에 찍힌 새 발자국으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존재를 느낀다. 덕분에 조금 더 조심스러워진다. 보이지 않는 것과 작은 것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고 믿기로 한다. “눈의 세상에서 선명해지는 건/아무것도 아닌 존재/작고 희미한 것" 포근한 푸른색으로 겨울의 온기를 신비롭게 그려냈다. 그렇게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눈 내리는 겨울을 좋아하게 된다. 여러분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이 책도, 겨울도! (이정연 MD)
『앞으로 올 사랑』 (정혜윤 저 | 위고)
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변해야 하나. 생각할 힘도 없이 지내고 있던 우리에게 저자는 문학 작품들을 통해 살아갈 이유를 ‘알아차리게’ 한다. 여러 작품들을 숨이 차게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살아갈 힘은 무엇인가를 사랑할 때에 나오는 것이라고. 살아있는 말을 하고, 함께 있음을 느끼고, 가치 있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면 삶은 더욱 사랑스러워질 거라고. 지금 아프더라도, 이는 살아내기 위한 변화를 안겨 줄 사랑이 될 테다. 밑줄 긋다 보면 사랑을 안고 올해를 더 잘 살아내고 싶어진다. (이나영 MD)
『부디, 얼지 않게끔』 (강민영 저 | 자음과모음)
세상은 얼마만큼의 호의와 얼마만큼의 악의로 이루어져 있을까. ‘호의로 가장한 악의’같은 변종까지 고려하면 셈은 더 복잡해지는데 『부디, 얼지 않게끔』을 읽은 후, 세상은 아주 강력한 호의와 소소한 (것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악의들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평범한 회사원 인경은 ‘변온인간’이 되어가고, 동료들과 안 어울린다고 입에 오르내리는 희진은 사실 밝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아무도 모르는 상대의 모습을 발견한 둘이 서로를 지지하고 의지하며 함께 만드는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따뜻할 테다. 그랬으면 한다. 호의가 다 이겼으면. (박형욱 MD)
『식물 문답』 (조현진 저 | 눌와)
식물 잘 아는 친구와 대화하듯 즐겁게 읽히는 책. 이 친구는 심지어 세밀화도 잘 그린다!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식물을 좋아했다는 조현진 작가와 달리 내가 식물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명확하다. 『랩걸』을 읽고서부터인데, 『랩걸』에서 과학자와, 『야생의 위로』에서 박물학자와 만났다면 『식물 문답』에서는 식물화가와 보다 소소하고 편안한 이야기를 나눈다. 장미에 열매가 맺힌다는 걸, 쌍화탕에 작약이 쓰인다는 걸 지금에야 알았다. 그의 문답을 따라 읽다 보니 늘 가까이에 있었을 식물들에 눈이 간다. 좋아하는 대상이 다른 이에게도 아껴지길 바라는 맘이 가득한, 애정 담긴 식물 이야기와 그림들. (김주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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