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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웅 “스물다섯,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지만』 황연웅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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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우선 노트와 연필을 집었어요. 그리고 같은 나이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물었어요. “스물다섯, 너희는 어떻게 살고 있냐고.” (2021.01.18)


스물다섯 살의 저자가 스물다섯에게 건네는 이야기와 인터뷰를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주면 좋겠어”라는 말과 함께 친구 A로부터 빈 노트 한 권을 건네받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막막하던 그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신과 같은 스물다섯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봐야겠다며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모은 이야기가 노트 한 권을 채웠고, 책으로 완성되었다.

대학생, 환경운동가, 유리 공예가, 승마 코치 등 사회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스물다섯 들과의 인터뷰는 같은 시기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고민과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불안, 상처, 사랑, 꿈, 성장 등 인터뷰 키워드는 저자 자신이 고민해온 주제이면서 동시에 스물다섯 누군가의 가슴속 이야기다. 너무 평범해서 귀 기울이지 못했던 이야기, 마음속에 담아뒀던 기억, 미처 꺼내지 못한 말 등 책 속 이야기가 스물다섯 혹은 그 시절을 지났거나 지날 사람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독자분들께 작가님의 소개 및 첫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직접 설명하는 일은 제게 늘 어려운 일이었어요. “황연웅입니다.” 라는 이 한마디로 설명이 될 수가 없잖아요. 하하. 저는 학생도, 직장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돈이 많아 계속 쉴 수 있는 백수도 아니었어요. ‘그럼 취업준비생이냐?’는 질문에는 취업을 준비하지 않았던 제 모습이 겹쳐져 대답을 머뭇거렸어요. 전 제 삶에 애착을 많이 가진 사람이에요. 다양한 경험이며, 새로운 만남도 좋아하고요. 다들 그렇듯 재밌는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이었지만, 정작 제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어요. 시험을 볼 때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그 문제를 넘어간 후, 풀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서 돌아오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풀지 못한 문제가 답답하게 느껴져 넘어가는 것이 매번 어려웠어요. ‘정말 내가 바라는 삶은 뭘까’라는 질문에 빠져 사느라, ‘뭐 하는 사람이에요?’라는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을 찾지 못했죠.

이 책은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적었어요. ‘뭐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에 작가라는 대답을 찾게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기쁜 건 ‘내가 바라는 게 뭘까’라는 질문에 대답을 찾았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우선 노트와 연필을 집었어요. 그리고 같은 나이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물었어요. “스물다섯, 너희는 어떻게 살고 있냐고.”

스물다섯 명의 스물다섯 개의 이야기를 모았어요. 노트에 사람들 이야기를 쌓아두며 배웠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가치를 찾아낸다면, 평범한 나 역시 가치를 증명할 수 있겠다고. 그래서 이제는 ‘뭐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에 사람 사는 이야기를 모으는 사람이라고 대답해요. 저는 사람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사는 사람입니다.

책 내용을 보면 스물다섯 살의 저자가 스물다섯에게 건네는 이야기와 인터뷰를 담았는데요. 위와 같은 책 내용을 쓰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부끄러워서 쓰기 시작했어요. 좋아했던 친구가 제게 물었어요. ‘꿈이 무엇이냐’고, 간단한 질문이었는데 왜 그렇게 부끄럽게 느껴졌을까 싶어요.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 친구가 화려해 보여서였는지, 아니면 대답도 못 하고 멀뚱멀뚱 서 있는 제가 초라하게 느껴서였는지 몰라도, 그 친구 옆에 서 있는 저 자신이 정말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달라지고 싶어서 글을 썼어요. 

그 친구는 쓰고 싶은 이야기를 여기 적어달라며 저에게 노트를 선물했어요. 저는 노트를 다 채우면, 그 친구처럼 저도 꿈을 꿀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노트 하나 채운다고 삶이 달라질 거라니, 말도 안 된다는 거야 물론 알고 있죠. 그렇지만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스스로가 싫어서, 노트를 채우는 것이 제 꿈이라고 정했어요.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채워야 할까. 그 친구의 질문에 대답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른 스물다섯 들을 찾아다니며 물었어요. ‘너는 꿈을 꾸고 있냐고, 꿈꾸며 사냐는 질문이 나만 이렇게 어렵냐고.’ 

같은 나이라도 대학생, 환경운동가, 승마 코치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셨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분과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어린 시절부터 앓아온 트라우마를 처음으로 만난 제게 말해준 친구도 기억나고, 10년을 넘게 알았지만 인터뷰를 하며 새롭게 알게 된 친구의 다른 모습도 생각나고, 그렇지만 아무래도 노트를 선물해준 친구와의 만남이 가장 인상 깊네요. 

뉴스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던 그 친구는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하러 왔고, 저는 그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었어요. 노트를 받은 지 1년이 지난 다음이었어요. 우연히 마주친 그 친구는 꿈을 이룬 모습이었고, 저는 노트를 포기하고 목적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긍긍하며 지내고 있었어요.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나 노트를 채운 후 그 친구를 만났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정말 간절하게 바라던 꿈이었어.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어. 어쩌면 나는 멈추지 못해서 계속 달려온 게 아닐까?”

저는 꿈꾸며 살고 싶어서 노트를 채웠는데,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만큼 답 없는 질문도 없는 것 같아요. 꿈을 좇던 친구는 허무를 말했고, 안주했던 친구는 열정을 그리워했어요. 꿈을 놓았던 친구는 그로 인해 다른 꿈을 잡기도 했죠. 가만 보면 스물다섯, 참 답이 없는 나이가 아닐까 싶어요.

사람들과 인터뷰를 끝마치시고 나서 많은 단어를 발견하셨을 것 같아요. 그중 작가님과 가장 어울리는 단어와 그 이유를 알려주세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의 단어가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뭐, 제가 일일이 사람들의 단어를 정해준 것도 아니었어요. 대화하다 보면 입버릇처럼 자주 꺼내는 자신만의 단어가 있더라고요. 자연스레 사람들 입에서 단어가 나오면 저는 그 단어를 주워 담아 노트에 적어두었어요. 

저는 제 단어를 ‘불안’이라고 적었어요. 막연한 미래가 불안했고, 사실 그보다도 초라한 모습을 들킬까 더 불안했거든요. 그래서 제 단어는 ‘불안’이었어요. 근데 단어라는 건 제가 정하는 게 아니라 입 밖으로 나온 것을 주워 담는 일이라고 말했잖아요. 그게 저한테도 적용이 되는 말이더라고요.

사람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솔직하게 제 모습을 노트에 쓰자 전 불안하지 않았어요. 그 후 제 단어는 ‘불안’이 아니라 ‘온기’라고 생각했어요. 다들 따스하고 밝은 이야기만을 들려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온기가 담겨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제가 그토록 찾아다니고, 노트에 담은 것은 사람들의 온기란 걸 알았죠. 그래서 노트를 전부 쓴 다음에는 ‘불안’이었던 제 단어를 ‘온기’라고 바꾸었어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스물다섯 살'이란, 그리고 아직 스물다섯 살이 되지 않은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스물다섯 살의 이야기를 모아온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웃기지만, 사실 그 스물다섯이라는 숫자에 뭐 그리 큰 의미가 있겠어요. 하하. 앞서 ‘스물다섯은 답이 없는 나이’라고 말했는데, 그게 뭐 스물다섯에 국한되는 의미도 아니잖아요. 스물에도, 서른과 마흔도 어느 나이로 살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답이 다르단 건 마찬가지잖아요.

제게 스물다섯은 연결고리를 의미하는 말이었어요. 저와 같은 시기의 사람을 찾아다니는 연결고리였죠. 저는 이 연결고리가 독자분들과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물다섯 들은 이렇게 지내는구나’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책을 읽으며 자신의 스물다섯 시절, 혹은 곧 맞이할 나이로서 책을 덮은 다음 자신의 이야기를 보탤 수 있는, 우리 이야기로 전달이 되었으면 하고 희망해요. 

작가님께서 두 번의 스물다섯을 살았다고 하셨는데, 첫 번째 스물다섯과 두 번째 스물다섯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첫 번째 스물다섯에는 ‘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모았다면, 두 번째 스물다섯에는 미숙하지만 ‘상대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인터뷰 상대가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해주면 저 자신을 중심으로 두고서 이야기를 해석했거든요. 이 이야기를 통해 ‘나는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 ‘나와 상대방이 다른 부분은 뭘까.’ 그런 생각을 하며 대화를 했었어요. 

그 후 한 해가 흘렀지만, 여전히 노트를 채우지 못한 저는 “여태껏 빠른 연생으로 살아왔으니 이제 제 나이대로 살자.” 하며 한 번 더 스물다섯을 살았어요. 조금 신중해졌다고 인터뷰의 상대가 자신의 삶을 말해주면 묵묵히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예전처럼 상대방의 문제에 제가 답을 제시하려 들지 않았고, 이야기의 교훈이나 결말을 정하지 않고 듣는 것 자체에 집중할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지만』을 읽으실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사람을 글로써 표현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라고 느꼈어요. 제가 누군가를 ‘우울한 사람이다.’라고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순간, 상대방이 지었던 미소마저 우울함에 덮일 수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렇기에 저는 사람들의 순간을 쓰고 싶었어요. 놀러 가서 찍은 사진처럼, 시간이 지나더라도 사진을 보며 그날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어요. 기쁨을 비롯해 자책과 슬픔,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의 감정이 달라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옮겨 담아 책을 만들었어요. 말해준 사람들의 감정이 읽어주는 사람에게도 전해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지만, 가슴 속에 이야기 하나씩을 품고 살잖아요.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의 계획과도 같아요. 책을 펼쳐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었듯이, 저도 책을 읽어준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요. 이 책이 독자분들과 연결고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네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순간과 시간을 바라고, 또 계획하고 있어요.



*황연웅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대화를 나누며 사람들 목소리가 묻어나는 단어를 주웠다. 그렇게 단어가 많이 쌓이면 ‘나를 설명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모은 단어들을 이 책에 담았다.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지만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지만
황연웅 저
S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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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지만

<황연웅> 저12,15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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