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놀라운 삶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
누구도 마이클 조던의 삶을 만든 놀라운 사건들을 당사자만큼 잘 알지는 못할 것이다. (2020.12.09)
수비수의 눈이 저절로 커졌다. 인간의 눈과 머리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른 동작이 이어지는 순간. 슬로모션 영상으로 돌려본다면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 현란한 움직임을 그는 오롯이 맨눈으로 보고 막아야 했다.
조금 전 농구 코트 한쪽 끝에서 공격이 중단되고 상대편의 속공이 시작되었다. 방금까지 공격하던 선수들은 모두 수비 태세로 돌아섰다. 그중 한 사람이 골대를 지키려고 코트를 전력 질주하지만, 다시 뒤로 돌아서는 순간 눈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붉은 옷을 입은 시커먼 형체가 드리블을 하며 엄청난 속도로 아수라장 속을 헤집었다. 그때 입에서 혀가 삐져나왔다. 먼 옛날 전사들이 적을 위협할 때 그렇게 공격적인 표정을 짓지 않았던가? 아니면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단순히 무언가에 집중할 때마다 혀를 삐죽 내밀던 아버지의 버릇을 그대로 물려받았는지도 모른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스물두 해째를 맞이한 젊은 마이클 조던은 명백한 공격 의지를 드러내고 죽음과 파괴를 일삼는 시바 신처럼 혀를 길게 내민 채 골대로 돌진하였다. 이미 무너진 수비 대형을 헤치며 떠오른 거구는 골대로 접근하며 공을 커다란 오른손으로 옮겨 쥐었다. 그는 고개를 쳐든 코브라처럼 팔을 위로 펼치고 홀로 유유히 날아올라 공격 지점을 확인하였다. 관중은 쿵 소리를 내며 넘어진 수비수의 모습에 열광하였다.
조던이 속공 마무리 단계에서 보인 움직임은 이륙부터 착륙까지 거의 완벽한 포물선을 그렸다. 얼마 후 물리학계의 석학들을 비롯하여 미 공군 장교까지 그 궤적을 연구하며 ‘과연 마이클 조던은 하늘을 나는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조던이 자유투 라인에서 골대까지 비행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1초.
사실 NBA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엘진 베일러나 줄리어스 어빙도 체공 시간은 상당했다. 하지만 그들의 전성기에는 그 모습을 전달할 영상 기술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에어 조던은 그들과는 어딘가가 달랐고, 새로운 현상 같았으며, 고리타분한 구시대와의 결별 같았다.
농구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등장한 수많은 선수 가운데 하늘을 난 사람은 오직 그뿐이었다.
과거에 프로농구는 ‘다 큰 어른들이 속옷 같은 것을 입고 설쳐대는 스포츠’라고 폄하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조던의 ‘비상’과 더불어 한 단계 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또 처음에는 크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지만 조던이 등장하면서 스포츠 세계에는 서서히 ‘멋’이라는 요소가 생겨났다. 곧이어 미국 텔레비전 방송의 영향력이 정점에 이르자 그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대중문화와 기술의 결합은 조던을 스포츠계와 세계 소비 시장을 지배하는 신처럼 비교 불가능한 위치에 올려놓았다. 한때 그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농구부의 일개 선수 정도로 치부했던 농구 전문 기고가 아트 챈스키는 나중에 시카고를 방문한 뒤 경탄을 금치 못했다.
“마이클은 코트를 오갈 때 주로 골대 뒤편의 통로를 이용했는데, 근처를 지나기만 해도 사람들 반응이 굉장하더군요. 다들 무슨 구세주라도 만난 것 같은 얼굴이었어요. 경기가 끝나고 탈의실에서는 기자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모여들었고요.”
조던이 그만한 선수로 발전하기까지는 분명히 행운이 뒤따랐다. 과거 NBA에서 활약했던 랄프 샘슨이 이야기했듯이 그는 최고의 감독과 코치들, 훌륭한 동료 선수들과 함께하는 축복을 누렸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도 마이클 조던의 삶을 만든 놀라운 사건들을 당사자만큼 잘 알지는 못할 것이다. 나이 오십에 이른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타이밍입니다.”
그러나 타이밍과 행운은 조던 신화를 만든 밑바탕에 불과하다. 스포츠 심리학자 조지 멈포드는 만 서른둘이라는 나이에도 훈련 중에 무지막지한 에너지를 쏟아내던 조던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한참을 지켜본 뒤 극히 활동적이고 과하다 싶을 만큼 경쟁적인 심리가 그의 평소 상태임을 깨달았다. 또 보통 선수들은 육체적, 정신적인 능력이 최고로 발휘되는 ‘무아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는 반면 조던은 그 경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시합 중에는 또 어땠을까? 멈포드는 이렇게 말했다.
“마치 태풍의 눈 같았습니다. 주변 상황이 정신없이 돌아갈수록 점점 더 침착해졌거든요.”
조던은 그 능력을 팀 스포츠라는 틀 안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늘 고민했다. 그는 무엇보다 승자가 되고 싶어 했다. 처음 관중의 시선을 끈 것은 화려한 ‘에어쇼’였지만, 그 쇼를 유지한 힘은 그의 넘쳐나는 승부욕이었다. 이후 사람들의 관심은 조던에게 무한한 추진력이 되었고, 이윽고 그는 모든 상대를 시험하기에 이르렀다. 조던은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들의 신의를 시험했고, 팀 지도부와 동료들이 자신만큼 단단히 정신무장을 했는지도 시험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더 많은 이를 시험에 들게 했다. 이런 부분에서 가혹하기로는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많이 시험한 대상은 자기 자신이었다. 그는 경쟁으로 가득했던 생애 초반에 자신의 비밀을 알아냈다. 스스로 강한 압박을 가할수록 더 큰 능력이 나타난다는 특성이었다. 이후 그 깨달음은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결과를 낳았다.
시카고 불스에서 전술을 담당하며 역대 어느 코치보다도 조던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텍스 윈터는 60년간 농구계에 몸담으면서 그토록 난해한 인물은 처음 봤다고 한다.
“마이클의 성격은 진짜 한번 연구해볼 가치가 있어요. 녀석이 지금처럼 까다로워진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 머리로 그걸 단박에 이해하기는 어렵겠죠. 물론 내 나름대로는 그놈을 잘 분석했다고 봅니다만, 여러모로 신기한 녀석인 건 분명합니다. 그건 앞으로도 변함없을 거고, 아마 마이클도 본인 성격을 다 이해하진 못할 거요.”
2009년에 농구팬들은 조던의 유별난 면모를 알게 되었다. 그는 농구 명예의 전당 헌액식 연설에서 선수 시절에 만난 주요 인물들을 혹평하여 잡음을 빚었다. 그중에는 대학 시절 은사였던 딘 스미스도 있었다. 선수 시절의 동료들과 방송해설자들, 팬들은 그 연설이 끝난 뒤 놀라움과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그 옛날 완벽한 인간으로 상상했던 마이클 조던이 아니었다.
그동안 우리는 그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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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롤랜드 레이즌비> 저/<서종기> 역20,700원(10% + 5%)
마이클 조던은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찬란한 순간들을 남겼고 각 장면에는 상징적인 이름이 붙었다. 흔히 사람들은 그를 이야기할 때 절체절명의 위기마다 그가 던졌던 슛을 떠올린다. 철썩 소리와 함께 역전을 이뤄낸 슛. 하지만 숱한 업적을 쌓은 그에게도 어두운 면은 있다. 무자비한 경쟁심과 도박에 골몰하는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