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시인 이상을 천재 탐정 이상으로 되살리다
『경성 탐정 이상 5: 거울방 환시기』 김재희 작가
가장 근본적인 비결은 상과 구보 탐정 콤비의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아닐까요. 그들의 작품을 거의 읽고 성향을 연구해 쓰기도 했는데, 실제 그들의 성격이 탐정 이상과 구보에게 많이 투영되었습니다. (2020.12.07)
2012년 1권을 시작으로 2020년 5권으로 8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 실제 인물인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의 작가 박태원을 탐정 콤비로 내세운 이 시리즈는 한국 역사 추리소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중단편소설로 시리즈를 꾸려왔던 1~4권보다 스케일을 키운 장편소설로 시리즈를 마감하는 『경성 탐정 이상 5: 거울방 환시기』는 실제 이상이 겪었던 정신적 불안과 그의 시 「거울」에서 착안해 집필했다고 한다. 암호와 추리에 능한 천재 시인이자 탐정 이상의 마지막 경성 활약극 『경성 탐정 이상 5: 거울방 환시기』의 작가 김재희를 만나보자.
2012년 『경성 탐정 이상』이 출간된 이래 8년간 총 5권의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를 집필하셨습니다. 시리즈를 완결하신 소감 부탁드립니다.
무척 기쁘고 뿌듯합니다. 김성호 프로파일러 시리즈 『섬, 짓하다』, 『이웃이 같은 사람들』처럼 주인공이 같은 추리소설을 몇 번 썼는데,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처럼 다섯 권으로 완결되는 추리소설은 평생 첫 성과입니다. 개인적으로 큰 결실이고 출판사 에디터와 마케터분들의 도움 없이는 이룰 수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 박태원을 주인공으로 다섯 권이나 써내다니 무척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시인 이상과 소설가 박태원(구보)를 탐정으로 설정하신 이유와 배경이 궁금합니다.
1936년경 이상이 명을 달리하기 1년 전 창문사에 다닐 무렵에 이상과 박태원, 김소운 시인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이상은 구불거리는 머리에 너른 스트라이프 넥타이, 서스펜더를 차고 여유만만한 얼굴입니다. 그 뒤로 구보는 뱅 머리에 뿔테안경, 흰 셔츠를 입고 이상에게 살짝 기대고 있습니다. 아, 사진을 보는 순간 만약 셜록 홈스와 왓슨이 1930년대 경성에 사무소를 차린다면 이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더군요. 이 사진 한 장으로 이상과 구보가 제 머릿속에 콤비 탐정으로 들어왔고,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가 탄생한 것입니다. 미제사건을 풀면 구인회 가입을 허락하겠다는 문단 선배 염상섭의 제의로 그들은 사건에 뛰어들게 되고 첫 에피소드 〈사슬에서 풀려난 프로메테우스〉가 시작됐습니다. 살인사건 현장에 떨어진 셀리의 시가 적힌 종이를 단서로 그들은 사건을 풀어나가게 됩니다.
경성이라는 장소와 시대도 인상적입니다. 두 인물이 실제로 살았던 시대였기에 그대로 배경으로 삼으신 건가요, 아니면 어떤 의도가 있을까요?
주인공들이 실제로 살았던 시기이지만 제게도 무척 매력적인 시기입니다. 1930년대는 『위대한 개츠비』 소설에서도 보이듯 엄청난 사치와 향락, 낭만과 욕망이 들끓으면서도 빈곤과 가난, 일제강점기하의 억압과 암울이 공존한 시기였습니다. 높은 실업률, 일본의 수탈과 차별 속에서도 경성 시민들은 축음기, 골프채, 피아노 등의 신문물과 라디오 방송, 사교클럽 등의 새로운 문화에 열광했습니다. 언젠가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고, 선진문물을 갖춘 도시로 발돋움할 희망으로 힘든 시기를 버텨나갔습니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던 시기라 무척 아름답고 찬연하면서도 아픔과 절망이 아슬아슬하게 교차되어 매력적입니다. 당연히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범죄와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독자를 홀리는 장치가 될 수 있죠.
소설 속 상은 <오감도> 등 시를 쓰고 읊습니다. 인물 설정 중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가요? 실제 인물을 재창조할 때 부담감은 없으셨을까요.
이상과 구보가 탐정으로 일했다는 것 그 자체가 바로 허구이니 소설은 거의 허구입니다. 하지만 『경성 탐정 이상 1』 의 〈간송 전형필의 의뢰〉 에피소드에 등장한 간송 선생님은 우리나라 최초 사립미술관 보화각을 설립한 실존 인물이죠. 소설 속에서 미술품 도난사건을 의뢰하는 건 허구입니다. 『경성 탐정 이상 5: 거울방 환시기』 에서는 이상이 〈날개〉 단편소설이나 〈오감도〉 시에서 엿보이듯이 자아 정체성이 흔들리고 심리적 갈등을 빚었던 실제 사실이 소설 속에 형상화됩니다. 이렇게 허구와 사실이 살짝 엇갈리면서 새로운 이상 탐정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죠. 그럼에도 소설 속 사건들과 인물, 배경은 거의 허구입니다.
8년간 상당한 수와 분량의 에피소드를 집필하셨는데요,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그리고 이 시리즈를 이제 막 알게 된 독자를 위해 가장 먼저 읽으면 좋을 에피소드 하나를 추천해주세요.
가장 마음에는 드는 에피소드는 3권의 〈해섬마을의 불놀이야〉입니다. 실제로 무섬마을을 취재하고 배경으로 삼아 집필했고, 토속적인 배경에서 현대의 사람들이 겪을 만한 갈등을 넣었습니다. 독자분들은 1권 상과 구보가 만나는 첫 장면을 무척 좋아해주십니다. 그래서 1권부터 읽기를 권해드리지만,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립되어 있으니 어느 권부터 잡으셔도 됩니다. 참, 요즘에는 주변분들이나 동료작가들은 『경성 탐정 이상 5: 거울방 환시기』를 좋아합니다. 장쾌한 액션과 처절하게 갈등하는 인물 구조 그리고 거울방이라는 환상의 방 장치를 무척 흥미로워하더군요. 앞으로도 이렇게 쓰면 되겠다 하는 갈피를 잡아봤습니다.
오랜 시간 하나의 시리즈를 꾸준히 집필하고 출간하신 비결이 있을까요?
출판사 에디터분의 적극적 지지와 마케터분들의 꾸준한 도움입니다. 특히 장르 전문 에디터분이 작품의 줄거리나 디테일에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수차례의 수정을 통해 완성하는데 출간한 후 읽어보면, 음 역시 디테일 손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동료들에게 추리소설을 평생 써나가려면 언젠가 이 출판사에서 내야 한다 권유하는데 일을 무척 많이 배울 수 있고, 장르적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을 체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동료 추리작가와의 애정과 지지, 연대로 함께 나아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비결은 상과 구보 탐정 콤비의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아닐까요. 그들의 작품을 거의 읽고 성향을 연구해 쓰기도 했는데, 실제 그들의 성격이 탐정 이상과 구보에게 많이 투영되었습니다.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 이후 새로운 시리즈나 작품을 준비 중이시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점 MD가 탐정으로 나오는 추리소설입니다. <서점 탐정 유동인>(가제)이라고 서점의 청년 MD와 대학 동기인 강동서 여성 형사가 짝이 되어 강동구에서 일어나는 실종이나, 북토크 등에서 벌어지는 사건 등을 캐나가는 추리 과정을 다룬 소설입니다. 제가 대형서점에서 북토크를 진행하면서 MD분들을 뵌 적이 있고, 그분들의 인스타그램을 자주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독립서점은 대표분들이 MD죠. 그들의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 책에서 많은 지식을 섭렵하는 성향에 날카로운 추리 감각을 접목해 코지 미스터리를 썼습니다. 실제로 00문고 잠실점 여성MD분에게 소설 모티프를 살짝 얘기해주니, ‘오~ 재밌겠는데요’ 하면서 관심을 보여주셔서 웃었던 기억도 납니다. 코지 미스터리도 꾸준히 쓰고 싶어 시작했는데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모쪼록 독자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김재희 연세대학교 졸업,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영상시나리오학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시나리오작가협회 산하 작가교육원에서 수학하였다. 시나리오작가협회 뱅크 공모전 수상, 엔키노 시놉시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강제규 필름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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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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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 추리문학의 대표 시리즈 『경성 탐정 이상』의 마지막 이야기 “사실과 소설의 재미를 엮어낸 한국적 팩션의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뿌리 깊은 나무』와 함께 2006년 역사소설의 붐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훈민정음 암살사건』의 작가 김재희. 그가 오랜 준비 끝에 내놓은 『경성 탐정 이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