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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로북스, 달려] 불평하지 않습니다

<월간 채널예스>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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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고 책의 힘을 믿기에, 책과 함께 유연하게 변화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하여. (2020.11.02)


나는 꽤 오랫동안 서점 일을 ‘비효율적인 일’로 정의해왔다. 하는 일에 비해 수익이 적다고 늘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서점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고르고 골라 그걸 출판사나 개인에게 입고 요청을 한 후, 입고된 책을 읽으며 손님들이 끌릴 만한 내용에 줄을 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홍보를 한다. 꽤 많은 시간이 소비되는 데 반해 그에 따른 수익은 많지 않다. 사실 수익은 적어도 그렇게 홍보한 책을 사람들이 우리 서점에서 사주면 그래도 보람이라는 게 있다. 그런데 더 많은 사람은 그 책을 우리 서점이 아닌 대형서점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사는데 이런 때는 서점 운영에 회의가 들면서 운영에 대해 또 한 번 고민하게 된다. 독립 서점의 묘미 중 하나가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을 찾는 기쁨인데, 그렇게 책을 찾아 홍보해도 결국 우리에게 수익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니 이런 일을 하기가 망설여진다. 적고 보니 노력보다 수익이 적었던 건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가끔 SNS를 검색하다가 힘이 빠질 때도 이런 때다. 손님이 ‘오키로북스의 추천을 통해 샀는데 책이 너무 좋아요.’라고 쓰긴 썼는데 그 책을 산 곳은 우리가 아닌 대형서점일 때. 짐작만 하고 있었던 걸 이렇게 확인하면 순간 힘이 빠진다. 물론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서점에서 사면 배송도 대형서점보다 느리고, 배송비도 내야 할뿐더러, 10% 책 할인도 받지 못하니(지금 오키로북스는 10% 할인을 한다) 이해는 되지만, 마음이 좋지는 않다. 지금은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해결책을 찾지만, 처음에는 (안 그런 척은 했지만) 서점에서 일어나는 안 좋은 모든 걸 불평했다.

우리를 통해 그 책을 알았으면서 다른 곳에서 산다는 불평을 시작으로, 요즘 사람들이 책을 많이 안 읽는다는 불평, 사람들이 우리 서점에 안 온다고 불평, 서점에 온 사람들이 구경만 실컷 하고 아무 책도 사가지 않는다는 불평, 출판사들이 동네 서점에는 책을 비싸게 공급한다고 불평. 이 외에도 수많은 불평들을 달고 살다 어느 날 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고 마인드를 점검해볼 기회가 생겼다. 서점은 원래 돈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기사에 어떤 이가 ‘그러면 그 일 말고 돈 되는 다른 일을 하면 되지.’라는 댓글이 달려있었는데 그걸 보고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에 나는 왜 불평만을 하고 있는지를 자문하게 됐다. 그 사람 말처럼 돈이 안 된다고 불평하려면, 나는 돈이 되는 일을 선택했으면 됐다. 내가 어떤 일에 불평보다는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고 노력을 시도한 것도 이때쯤부터였다. 



나는 서점에 왔다가 구경만 하거나, 사진만 찍고 가는 사람들을 속으로 욕했다. 특히 친구끼리 와서 책 읽는 사진을 찍어주다가 그냥 나가는 사람들이나, 이것저것 물어만 보다가 가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그러다가 주인 입장이 아닌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우리 서점에 관심이 있어서일 텐데, 그들이 책이나 다른 상품을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는 건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가 아닐까? 라고. 그리고 매대를 둘러봤는데 나 역시 사고 싶은 책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도 손님을 유혹할 만한 장치가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단지 친구를 따라 억지로 우리 서점에 끌려온 사람도 책 한 권을 사 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수 있게 만들자’라고 생각했고, 조금씩 그 작업을 실행해 가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홍보 방법을 바꿔보기도 하고, 사람들이 오키로북스에 와보고 싶도록 우리 공간 만의 매력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서점에서 알게 된 책을 대형서점에서 사지 않고 우리 서점에서 사면 좋은 이유 역시, 느리지만 천천히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은 불평하고, 다른 사람을 탓하기 전에 늘 문제점을 찾는 게 습관이 됐다. 뭔가 잘 안되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 시도하고 또 시도한다. 현재는 서점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만약 그것을 벗어나야 해결되는 문제에 직면한다면 나는 서점이라는 정체성에서 머무르지 않고 더 확장 시킬 것이다. 책을 좋아하고 책의 힘을 믿기에, 책과 함께 유연하게 변화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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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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