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보더 권도영 "지금 즐거운 걸 찾아보세요"
『So You Can(쏘유캔)』 권도영 저자 인터뷰
원고를 쓰기 시작할 때는 가제로 ‘서른, 여행을 선물하다’를 생각했어요. 저의 여행이 딱 이랬거든요. 그런데 출판사에서 몇 가지 제목안을 제안해주셨는데, 그중에 ‘So you can’이 있었어요. 듣는 순간, 아 좋다! 는 생각이 들었죠. (2020. 08. 19)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대학에 가지 못하고, 방황하던 청년이 있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우울에 빠지기도 했다.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새롭고 활동적인 일을 찾다가 우연한 기회에 사진 한 장에 매료되어 롱보드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수없이 넘어지고 다쳤지만, 자신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크루징을 하다 보면 자유롭고 행복했다. 롱보드는 그에게 자존감 회복과 재미를 선사해주었다. 그는 서른 살이 되자 가진 것 모두를 털어 세계여행을 하게 된다. 롱보드와 함께하는 여행이었다. 전 세계의 보더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의 집에 머물며 함께 일상을 나누고, 보드로 크루징을 하고, 세계 롱보드 대회에 출전하여 입상을 하고, 롱보드 축제에서 심사를 맡기도 한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어떻게 살아야 좋은 걸까? 라고 끊임없이 자문하는 저자에게 세계는 그의 학교이자 무대였고, 보더들은 그의 친구이자 멘토였다. 스스로의 의지로 어려움을 딛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나선 것이다.
롱보드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조금은 독특한 여행인데요. 왜 『So You Can』이라는 제목을 붙이게 되었을까요?
원고를 쓰기 시작할 때는 가제로 ‘서른, 여행을 선물하다’를 생각했어요. 저의 여행이 딱 이랬거든요. 그런데 출판사에서 몇 가지 제목안을 제안해주셨는데, 그중에 ‘So you can’이 있었어요. 듣는 순간, 아 좋다! 는 생각이 들었죠. 왜냐하면, 롱보드 댄싱/프리스타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대회 이름이었거든요. 풀네임은 ‘So you can longboard dance’지만, 한국에선 줄여서 ‘So you can’이라고 불러요. 세계여행을 하면서 친해진 보더들을 한 자리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해서 거의 매년 이 행사를 찾을 정도예요. 게다가, 뜻도 희망적이라 좋았어요. 책이 나오자 해외 친구들이 영어판으로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들을 보냈어요.
언제부터 롱보드를 타기 시작했나요? 롱보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2년 8월 즈음, 저는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어요. 열심히 살고 있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가득했어요. 그때 깨달은 게, 내 삶에 재미가 빠져있다는 거였죠. 사람이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러던 어느 날, 친한 동생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봤는데, 보드가 있더라고요. 한 번도 타 본 적 없고, 관심도 없었고,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지만,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곧장 동호회에 찾아가서 체험을 해봤어요. 스케이트보드, 크루저보드, 롱보드 모두 해본 결과, 제겐 롱보드가 가장 쉬우면서 재밌었어요. 인생 취미를 찾아낸 순간이었죠. 그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탈 줄은 정말 몰랐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터닝포인트였네요. 롱보드를 통해 정말 다양한 즐거움을 누렸으니까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세계여행을 하게 되었나요?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사실 처음부터 세계여행을 계획한 건 아니었어요. 처음 목표는 유럽 100일 여행이었어요. 제가 가진 돈으로는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어요. 여행하며 롱보더들을 만나고 싶어서 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어요. 그러자 신기한 일이 생겼어요. 세계 각지에서 놀러 오라는 댓글들이 달린 거예요. 잘 곳도 제공해주겠다며 함께 어울리자는 댓글들이요. 갑자기 숙박비가 줄어들면서 여행 기간도 길어지고, 장소도 유럽에서 세계로 확장되었어요. 실제로 세계여행을 하면서 단 하루도 숙박비가 들지 않았고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친구들의 초대는 마치 세계가 두 팔 벌려 저를 환영해주는 기분이었어요. 친구들이 또 다른 여행지와 또 다른 친구를 소개해주곤 했어요.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들을 여행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함께 롱보드를 타며 그들의 일상을 나눌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그들이 아니었다면, 제 여행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을 거예요.
해외에서, 혹은 국내에서 추천할 만한 롱보드 스팟이 있다면?
책에도 나온 베를린의 템펠호프라는 옛 공항 활주로는 처음 간다면 누구나 감동이 밀려들 정도에요. 올해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베를린에 다시 가려고 했거든요. 또, 요즘 같이 장마로 보드를 못타는 시즌에는 상파울로의 이비에라푸에라 파크가 생각나요. 엄청 큰 공원인데, 좌우 앞뒤로는 뻥 뚫려있고, 위에만 천장이 있어 여름엔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고, 비가 내릴 땐 비를 막아주고, 밤엔 환하게 빛을 밝혀주어서 보드 타기 너무 좋아요. 이 외엔 대부분의 해안도시 중에서 바다를 옆에 둔 스팟들은 다 추천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포르투갈 아베이루, 스페인 바르셀로나, 네덜란드 헤이그 등이 있죠. 어디든 좋은 바이브를 느낄 수 있어요. 국내에 롱보드 스팟도 많아요. 서울은 한강과 천을 낀 곳에 위치한 스팟들이 좋죠. 서강대교 아래 인라인 스케이트장이나 반포 달빛광장 같은 곳들이요. 부산에 영화의 전당이 있는데, 그곳도 너무 좋아요. 천장도 있고, 밤에 조명이 화려하거든요. 국내에 다른 지역은 네이버 카페 ‘롱보드코리아’에 들어가 보시면, 많은 스팟을 알 수 있어요.
여행이 작가님을 어떻게 변화시켰다고 생각하시나요?
여행은 나를 좀 더 나답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어요. 그럴 수 있는 힘을 주었죠. 저는 자유를 추구하는 성향이 깊은데, 여행을 하면서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힐링도 되었고요.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혹은 무엇을 싫어하는지,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깨달은 사실은, 세상엔 단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만 존재하는 게 아니란 것이에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고, 그러면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덕분에 나도 내 방식대로 즐거운 삶을 살아도 괜찮겠다, 깨닫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방황하는 십 대와 이십 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괜찮아”예요. 저 또한 방황했어요. 제가 방황했던 이유는 남들은 다 잘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낙오자 같다는 생각에 빠져서였어요. 어린 시절, 아버지 사업은 부도를 거듭하고, 부모님이 병까지 얻으셔서 저는 대학을 포기해야 했어요. 모든 게 힘들었죠. 그때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한 문장이 절 일으켰어요. ‘젊은이가 알아야 할 사실 하나가 20대의 1,2년은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저 흘려보내도 괜찮을 정도의 시간이다’라는 뜻의 글이었어요. 인생 전체를 두고 보면, 지금의 시간도 괜찮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왕 이렇게 된 거, 20대를 내 마음대로 보내보자. 그렇게 20대는 제가 하고 싶은 것 위주로 살았어요. 그런데 괜찮더라고요. 지금 방황하는 거 괜찮아요. 기왕이면 스스로를 위한 방황을 더 해보세요. 20대란 시간을 힘차게 방황하며, 스스로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고, 그렇게 살아갈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보세요. 괜찮을 거예요. 괜찮게 만들어 가면 돼요.
대한민국 대표 롱보더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책을 보시면, 여행하는 중간에 지금의 a.k.a. 보드샵을 운영하는 종빈이에게 같은 내용으로 질문하는 내용이 있어요. 롱보더로서 보드씬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내가 어땠으면 좋겠는지 물어봤죠. 그때 종빈이는 “지금 이대로”라고 답했어요. 무엇을 더 하지 않아도, 지금처럼 즐기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지금처럼 그저 롱보드를 즐기려 해요. 수밤크루들과 보드를 타고, 가끔씩 영상도 찍으면서요. 여행도 다니고요. 그리고 롱보드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차츰 해보려고요. 예전처럼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어 즐길 거리를 줄 수도 있을 테고, 유튜브 영상을 더 자주 찍어 올릴 수도 있겠죠. 확실한 건, 모두 오래 함께 즐겁게 롱보드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제 시간을 쓸 거란 거죠.
*권도영 인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란 질문에 답하며 살아왔다. 사람답게 살려면,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대학에 가지 못했으나, 20대에 2천 권의 책을 읽으며 배움을 쌓아갔고, 그 과정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네이버 독서카페 ‘어썸피플’을 운영하며 수년간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학창시절 넘지 못할 벽이었던 영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어느덧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강사가 되었다. 20대 중반, 삶의 ‘재미’를 찾다가 우연히 롱보드의 세계에 입문했다. 좋아하는 장르를 즐기다보니, 어느 날 롱보드계의 인싸가 되어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하며 중고등학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30살이 되자 스스로에게 약속한 선물로 세계여행을 했다. 롱보드와 함께한 1년간의 여행이었다. 여행하며 만난 친구들을 통해,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긍정의 에너지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누구나 안전하고 재미있게 롱보드를 즐길 수 있도록 롱보드 강습을 겸하고 있다. 저서로 『롱보드 라이프』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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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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