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끼적임을 좋은 글로 바꾸고 싶다면”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펴내
에세이를 쓴다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고 싶은 대로만 쓸 수는 없잖아요. 독자를 위해 어느 정도는 상황을 미화하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기도 하는데 글의 한 부분에는 진심을 반드시 넣어야 울림이 생기는 것 같아요. (2020. 08. 07)
온라인 편집숍 29센티미터의 카피라이터였던 이유미 작가가 새로 문을 연 동네 책방 ‘밑줄 서점’ 서가에는 메모가 붙어 있다. 주제별로 꽂힌 책들을 소개하며 책방지기인 작가가 직접 써 붙여 둔 것이다. 그중 글쓰기에 관한 책이 모인 코너에 붙은 메모장이 눈에 들어왔다. ‘읽으면 쓰고 싶어지는 욕망을 억누르지 마세요. 도움 되는 책들.’ 이유미 작가가 펴낸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이 문장이 될 것이다.
29센티미터에 취직하기 전까지 글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었지만, ‘운이 좋아’ 카피라이터가 됐다는 이유미 작가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꾸준히 책을 읽고, 좋은 문장을 모으고, 성실하게 글을 썼다. 그렇게 모인 글들은 책이 돼 그를 작가로 만들었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은 이 과정에서 느낀 글쓰기에 관한 깨달음을 풀어낸 책이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이라는 명확한 제목이 눈에 들어왔어요. 어떻게 기획된 책인가요?
제가 브런치에 연재했던 ‘소설로 카피쓰기’를 통해 『문장수집생활』을 출간하면서 브런치에서 강연 자리를 마련해주신 적이 있어요. 그때 카피가 아닌 다른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셔서 관계자 분들과 회의를 하던 중에 나온 기획이었어요. 제가 일기를 오래 쓰다 보니까 자연스레 에세이를 잘 쓰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그럼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에 대해 강연하자는 걸로 의견이 모였거든요. 그때 강연 자리에 『일기를 에세이로 쓰는 법』의 담당 편집자가 참석을 하셔서 책으로 출간될 수 있었어요.
비교적 수월하게 쓴 책이었을 것 같아요. 제목과 컨셉트가 확실하게 정해졌으니까요.
맞아요. 작년 10월에 퇴사를 했는데 회사 다니면서 원고를 거의 다 썼어요. 강연에서 했던 이야기를 토대로 기획과 대략적인 꼭지가 잡혀 있었던 덕분에 빨리 쓸 수 있었던 책이에요.
막연한 내용이 없어서 좋더라고요. 글쓰기에 관심이 아예 없는 사람도 곧장 따라할 수 있는 실용적인 팁이 많았어요.
글 쓰는 일을 하고 있고, 오래 글쓰기에 대해 공부해 왔지만 저는 아직도 배우는 입장이거든요. 출판사에서 제안을 주셨을 때도 말씀드렸어요. 글쓰기에 관한 깊이 있고 어려운 이야기를 할 자신은 없지만, 제가 아는 방법을 쉽게 알려드리는 거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최대한 쉽게 쓰고 싶었어요.
메모장에 어제의 일기를 작성하는 ‘오늘 쓰는 어제’가 정말 유용했어요. 요즘도 메모장 일기를 쓰세요?
책방을 열고 개인적인 업무가 많아져서 지금은 자주 못 하는데, 회사 다닐 땐 날마다 했어요. 제가 아기 때문에 일찍 출근을 해서 회사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날이 많았거든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바로 일을 시작하긴 싫어서 매일 알람을 맞춰 놓고 어제 있었던 일을 기록했어요. 감성적인 군더더기는 다 빼고 그냥 있었던 일만 간략하게 썼는데, 하다 보니 좋더라고요. 나중에 에세이에 쓸 소재가 되기도 하고요.
어떻게 시작했던 건가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어떤 책에서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글로 풀어 써 놓은 걸 봤어요. 그걸 보고 내 하루도 메모를 해 놓으면 좋겠다 싶어서 혼자 시작했는데, 알람을 맞춰 놓은 게 계속 할 수 있는 힘이 됐어요. 귀찮아도 알람이 울리면 쓰게 되니까요. 일기를 매일 쓰는 건 꾸준히 쓰는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돼요. 일단 쓰면 뭐라도 남으니까, 내 이야기를 기록하는 게 중요하죠.
책의 ‘파트 2’에서 본격적으로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그중 ‘인식-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글이 잘 써진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대단한 걸 쓰려는 마음이 글쓰기를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맞아요. 책에도 썼지만, 모든 글에 너무 공을 들이고 잘 쓰려고 하면 계속 하기가 힘들어요. 일단 쓴다는 행위에 의미를 두는 게 중요하죠. 많이 써봐야 더 잘 쓸 수 있으니까요. 오늘 좀 못 썼다 하더라도 ‘다음에 더 잘 쓰면 되지’라고 생각해야 계속 쓸 수 있어요.
작가님도 글을 쓰기 어려운 순간이 있으세요?
요즘 그래요.(웃음) 큰일 났어요. 내년까지 출간하기로 계약된 책이 세 권인데 아예 워드 파일을 여는 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여러 일을 하면서 한껏 긴장했던 마음이 탁 풀려서 그런지 글이 안 써져요. 아니, 안 써지는 게 아니라 쓰기가 싫어요. 시험 기간이 되면 갑자기 소설책 읽고 싶잖아요.(웃음) 요즘 제가 그래요. 매일 서가를 왔다 갔다 하면서 책만 읽고 있어요.
그런 마음이 들 때 책을 읽으면서 이겨내는 편인가요?
네 오로지 책을 통해 극복해요. 계속 읽으면서 느낌이 올 때를 기다리죠. 읽다 보면 글이 쓰고 싶어지는 책이 있잖아요. 주로 그런 책을 찾아 읽어요. 그러다 보면 갑자기 막 무언가를 쓰고 싶을 때가 있어요. 아주 찰나인데,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글을 쓰죠. 그동안은 소설이나 에세이를 많이 읽었는데, 지금은 사회 또는 시대에 관한 이야기나 건강 관련 책 등 평소에 보지 않던 것들을 공부하듯 읽고 있어요. 읽으면서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를 또 기다리려고요.
‘글은 쓰면서 배운다는 말을 신봉하듯 명심한다(51쪽)’고요.
지금까지 나온 제 책들이 그걸 증명해요. 브런치와 회사에서 연재했던 글들을 묶어 책으로 출간한 거잖아요. 모두 꾸준히 썼기에 가능한 거였어요. 브런치는 독자와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요일을 정해서 계속 업로드했어요. 회사에서 쓰는 글은 일이니까 안 할 수가 없었고요. 어떻게든 꾸준히 쓰다 보니 글에 대한 감을 점점 더 터득하게 되더라고요. 좋은 문장을 쓰는 연습을 하게 됐을 뿐 아니라, 이런 내용을 쓰면 독자들이 좋아하겠구나 혹은 싫어하겠구나 라는 걸 구분할 수 있게 된 거죠. 온라인에 공개하는 글은 피드백이 바로 있어요. 그렇게 꾸준히 글을 써서 공개하고, 독자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점점 실력이 늘었던 것 같아요.
글을 잘 쓰는 많은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글은 공개적으로 써야 실력이 는다’고 하더라고요. 이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와요. 타인의 피드백을 꼭 받아야 한다고요.
저는 브런치의 덕을 크게 본 케이스인데요.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독자가 하트도 눌러주고, 댓글을 달잖아요. 요즘은 새로운 글을 못 쓴 지 몇 달째인데도 꾸준히 구독자가 늘고 있어요. 이렇게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이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글을 잘 쓰냐, 못 쓰냐는 내 기준에서 판단할 게 아니에요. 어떤 글이든 공개를 해야 계속 수정, 보완을 할 수 있거든요. 다른 사람에게 글을 보여주는 게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온라인에 글을 공개하면 사람들의 반응이나 댓글에 연연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악플이 달리면 너무 상처를 받아서 끙끙 앓고 그랬어요. 남편이 모르는 사람인 척 하면서 저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아주기도 했고요.(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됐어요. 그렇게 무분별한 악플을 다는 사람은 내 글을 꼼꼼히 읽은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그냥 어떤 한 문장에 꽂혀서 악플을 다는 경우가 많아요. 그걸 깨닫고 나니 무시하게 되더라고요. 또, 같은 글을 보고도 사람에 따라 반응은 천차만별이거든요. 저도 브런치에서 반응이 좋았던 글을 다른 플랫폼에 게재했더니 반대의 의견을 받은 경험이 있어요. 타인을 계속 신경 쓰다 보면 내 글을 아예 쓰지 못할 수 있으니 너무 연연하지 말고 당당히 쓰는 게 중요해요.
작가님 글의 첫 독자는 누구인가요?
대부분 남편이나 친언니예요. 특히 남편은 되게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줘요. 좋다, 싫다가 확실해서 “이 글이 대체 왜 싫으냐”며 싸울 때도 있지만(웃음) 대체로 도움이 많이 돼요. 남편이 “이 부분은 좀 그런데?”라고 해서 고쳐보면 훨씬 더 좋은 글이 되더라고요.
필사를 자주 하신다고요.
회사에 다닐 때는 일할 때 참고할 자료로 쓰기 위해서 좋은 글을 타이핑해서 모아뒀어요. 워드 파일은 검색이 쉬우니까요. 좋아하는 작가의 글은 통으로 베껴 써볼 때도 있어요. 예전에는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읽고 좋았던 글을 타이핑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는데, 필사가 글쓰기 감을 익히는 데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요즘은 그렇게 자료화 할 필요를 못 느껴서 손으로 메모를 하고 있어요. 책을 읽을 때 꼭 노트를 같이 펴고, 읽으면서 밑줄 그은 문장을 한 번씩 써보는 거예요. 남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하는 일이에요.
무엇이든 쓰고, 남겨두려는 습관이 정말 중요하네요.
맞아요. 그래서 책과 노트를 내가 주로 머무는 생활공간 곳곳에 가까이 둬야 해요. 일단 편해야 자꾸 하게 되거든요.
책의 후반부에는 ‘에세이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사소한 Q&A 20’이 담겼는데요. 글을 쓰면서 고민하게 되는 대부분의 궁금증이 담겨 있더라고요.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에 대한 브런치 강연을 했던 날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거든요. 그날 나왔던 질문과 제가 평소에 많이 들었던 질문을 모아서 공통적인 것들을 추렸어요.
에세이는 내 이야기를 쓰기 때문에 작가와 글을 분리시키기가 어려운데요. 글에 비치는 이미지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아직까지는 없어요. 오히려 실제의 저보다 더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요.(웃음) 그런데 제가 좀 소심해서 겪은 이야기를 100% 그대로 쓰진 못하거든요. 글로 쓰지 않으면 마음이 풀어지지 않으니 쓰긴 하지만, 정말 속상했던 일 같은 건 돌려서 이야기하기도 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익명으로 진짜 솔직한 속마음을 써봐도 좋을 것 같아요.
요즘 부캐(부 캐릭터)가 인기잖아요.(웃음)
안 그래도 부캐로 글 쓰고 싶어요.(웃음) 남편한테도 얘기 안 하고, 아무도 모르게요.
일상의 여러 소재 중 ‘이건 쓰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있으세요?
무엇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쓰는 건 최대한 조심하려고 해요. 글의 좋은 소재가 된다면 쓰긴 하지만, 온전한 험담이나 상황에 대한 비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그 사건을 보는 나의 관찰과 해석을 담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표지 카피가 ‘끼적임이 울림이 되는 한 끗 차이’예요. 끼적임을 울림으로 바꾸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 하나를 꼽는다면요.
솔직함이요. 에세이를 쓴다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말하고 싶은 대로만 쓸 수는 없잖아요. 독자를 위해 어느 정도는 상황을 미화하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기도 하는데 글의 한 부분에는 진심을 반드시 넣어야 울림이 생기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카피라이터가 됐어요. 갑자기 글 쓰는 분야로 전업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29센티미터에서는 어떻게 일을 시작했나요?
처음에는 텐바이텐에서 <히치하이커> 매거진을 만들면서 편집디자인 일을 시작했어요. 5년쯤 다니다 퇴사를 하고 디자인 에이전시에 들어갔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나오려고 준비하던 차에 29센티미터 사장님이 회사를 만들 계획인데 에디터로 같이 일해 볼 생각이 있는지 제안을 주셨어요. <히치하이커>를 만들 때도 글을 쓰긴 했었거든요. 마침 29센티미터에서 에디터로 일할 기회가 온 거였죠. 그런데 온라인 편집숍이다 보니 카피를 꼭 써야 했어요. 회사에서 글 쓰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으니까 MD들이 상품 카피 좀 써 달라는 업무를 많이 부탁했거든요. 그걸 시작으로 계속 카피 작업을 하게 됐죠.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웃음)
이전에도 글쓰기에 흥미가 있으셨어요?
편집디자이너로 일할 때도 글 쓰는 일이 좋았어요. 좋아하면 더 잘하고 싶으니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정말 열심히 했어요. 너무 잘하고 싶었거든요. 카피가 무엇인지 하나도 몰랐기 때문에 책을 엄청 찾아 읽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했어요. 보통 잡지나 TV에서는 멋진 카피 문구가 많이 보이는데, 당시만 해도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그런 문구를 본 기억이 없었거든요. ‘우리는 이렇게 쓰면 안 되나?’라는 생각으로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카피를 쓰려고 노력하다 보니 조금씩 29센티미터의 색깔이 잡혔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쇼핑몰에 카피를 보러 들어온다는 사람도 생기고, 다른 기업에서 사장님과 미팅을 하러 오면 “카피 쓰는 직원이 누구냐”고 묻기도 했어요. 반응이 오니까 재미있어서 더 열심히 했죠.
어떤 에세이를 읽을 때 빠져드나요?
솔직하게 쓴 글이요. 저는 저와 비슷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 글을 읽으면 내 글을 얼른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돌고 도는 느낌이 있어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작가들의 솔직한 글을 읽었을 때 가장 좋아요.
그럼 ‘이건 나와 안 맞는다’ 싶은 에세이는요?
여행에세이는 잘 안 읽어요. 여기 책방에도 여행에세이가 별로 없을 거예요. 왜냐면 제가 여행을 싫어하거든요.(웃음) 원래 돌아다니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어떤 글이 싫다기보다는 제 취향에 맞지 않는 장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생활에 맞닿아 있는 글을 좋아해요.
서점 이름이 ‘밑줄 서점’이에요. 밑줄 치는 행위에 대한 애착이 느껴져요.
맞아요. 밑줄 치는 거 정말 좋아하죠. 책도 험하게 보고요. 제가 지금 운영하는 이 책방은 책을 대여하는 공간이기도 하거든요. 손님들이 책을 보고 “여기 왜 이렇게 밑줄이 많아요?”라고 물으면 “밑줄서점이라서요”라고 대답하려고 그렇게 지었어요.(웃음) 그런데 신기하게 밑줄 있는 책을 좋아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새 책과 헌책이 있을 때, 헌책을 사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제가 밑줄을 긋고 본 건, 저에게도 애착이 있는 책이라 팔고 싶지 않은데 너무 간절하게 원하셔서 눈물을 머금고 판 적이 몇 번 있어요.
손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김행숙 시인의 『사랑하기 좋은 책』에 있는 ‘당신이 접어놓은 페이지나 밑줄 친 문장, 그런 흔적들은 내게 당신의 영혼으로 건너가는, 허공에 걸린 흔들다리처럼 생각되었다.’는 문장이 생각나네요.
저도 100% 공감해요. 전에 부산 헌책방에서 김애란 작가의 『침이 고인다』를 샀는데 그 안에 밑줄이 많았거든요. 그 책을 좋아해서, 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반가운 마음에 산 거였는데 저랑 같은 곳에 밑줄을 그은 걸 보니 좋더라고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 괜히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았어요.(웃음)
책방에서 가까이 독자와 마주하는 기분은 어떤가요.
일부러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격스럽고, 고맙죠. 저희 책방은 동네 사람들보다 제 브런치 독자나 인스타 팔로워 분들이 일부러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휴가 내고 밑줄서점에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죄송스럽고 감사해요. 독자 분들이 오실 때 제일 좋아요.
9년 다닌 회사를 그만 두고 책방을 열었는데요. 삶에서도, 일에서도 달라진 점이 많을 것 같아요.
180도 달라졌죠. 일단 3시간가량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5분으로 줄었고요.(웃음) 덕분에 지치지 않으니까 아이에게 그 에너지를 쓸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에는 퇴근하고 오면 너무 힘들어서 “엄마 조금만 쉴게.”라는 말을 자주 했거든요. 요즘은 활기찬 모습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어서 좋아요. 지금도 카피라이팅 일을 받아서 하고 있고, 책 원고도 쓰고 있어서 제 일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일상생활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껴요.
‘드렁큰 에디터’에서 펴내는 ‘먼슬리 에세이’의 다음 순서가 작가님의 책인 걸로 알아요.
맞아요. 저는 공간욕을 주제로 책방 오픈기에 대해 썼어요. 곧 출간될 예정이에요.
에세이를 잘 쓰고 싶은데 막막한 사람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을까요.
쓰고 싶은 주제가 있는데,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후루룩 써보는 방법이 도움이 돼요. 하지만 아무 것도 쓸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증에 빠졌을 때는 그냥 아무 것도 쓰지 말고 좀 기다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글 쓰는 사람에게는 멍 때리는 시간이 꼭 필요하거든요. 영화를 보든 책을 읽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글을 쓰고 싶은 느낌이 다시 찾아올 거예요. 그걸 잘 포착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에세이를 써 본 경험은 없지만, 글쓰기에 관심이 있거나 한 번 써보고 싶은 사람들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요.
자기 글을 제대로 써보지 않은 분들은 필사부터 시작하시면 어떨까 싶어요. 읽고 나서 너무 좋았거나, 글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 있다면 베껴 써보는 거예요. 손으로 쓰는 게 어렵다면 키보드로 타이핑을 해도 좋아요. 이때 입으로 소리 내 읽으면서 쓰면 훨씬 더 도움이 돼요. 직접 쓴 글이 아니라 보고 베꼈을 뿐인데도, 그 문장들이 내 안에 쌓이면서 쓰는 감각을 익힐 수 있거든요. 어떻게 써야 할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당장 에세이를 한 편 쓰려면 너무 어렵게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좋은 에세이를 몇 편만 베껴 써봐도 ‘나는 이렇게 써봐야겠다’는 감이 와요. 저는 한수희 작가를 좋아해서 에세이 한 편을 통째로 베껴 쓰기도 하는데, 쓰다 보면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게 하고, 이 에피소드와 다음 에피소드가 이렇게 연결되는구나’라는 느낌이 오거든요. 그 감각을 먼저 익히신다면 시작하기가 훨씬 수월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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