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클래식, 알면 더 재밌게 들을 수 있어요 (G. 민은기 교수)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43회)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클래식 수업에서 가장 기본적인 건 결국엔 음악의 요소거든요. 선율은 무엇이고 화성이 무엇인지 파악하면 더 재밌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클래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걸 녹여내야 되겠다는 게 첫 번째 생각이었어요.(2020. 07. 09)
그를 어떻게 한 마디로 묘사할 수 있을까요. 최고의 실력을 가졌으나 한없이 겸손했던 사람. 좋은 음악을 위해서라면 조그만 타협도 하지 않았던 열정가. 늘 배움에 목말라했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했던 젊은 영혼. 당대에 충실했지만 미래를 바라보았던 선견자. 평생 독일의 변방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온 세계를 가슴에 품었던 예술의 수도사. 듣고 싶은 소리보다 거슬리는 소리가 더 많고, 닮고 싶은 사람보다 멀리하고 싶은 사람이 더 많은 이 세상에 바흐라는 음악가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책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오늘 모신 분은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의 음악학자입니다. 클래식부터 대중음악까지, 음악사부터 페미니즘, 프로파간다까지 다양한 주제로 음악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이에요. 이번에는 클래식이라는 멋진 세계를 소개하는 책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을 쓰셨습니다. 민은기 서울대학교 작곡과 교수님입니다.
김하나 : 이 책이 지금 3권, 4권이 동시에 나왔잖아요. 그리고 작년에 1권, 2권이 동시에 나왔었나요?
민은기 : 재작년 말에 1권이 나왔고 작년에 2권이 나왔어요.
김하나 : 그랬군요. ‘모차르트 편’, ‘베토벤 편’이 이전에 나와 있었고 이번에 ‘바흐 편’, ‘헨델 편’이 한꺼번에 나왔는데요.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 사이에 두 권의 두꺼운 책을 써내신 거네요?
민은기 : 그렇죠.
김하나 : 그러면 쓰실 때는 매일 매일 열심히 쓰시는 걸로 작업하셨나요, 아니면 어떤 기간 동안 바짝 쓰신 건가요?
민은기 : 기본적으로는 ‘대중서’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새로 공부해서 쓴 내용은 없는 거예요.
김하나 : 이 정도쯤이야 다 알고 있는 거 아닐까요(웃음)? 내가 작곡과 교수인데(웃음).
민은기 : (웃음)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데 제일 큰 고민은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였거든요. 그 다음에 ‘무엇을 제일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무엇을 제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니까 가공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었기 때문에, 어떤 책보다 빨리 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하나 : 저는 이 책의 만듦새를 보고 정말 여러 번 탄복했거든요. 이 책이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이라고 제목이 붙어 있는데, 앞부분을 줄이면 ‘난처한 클래식 수업’이 되는 시리즈이잖아요. 진짜 수업이더라고요. 저는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 클래식을 조금 알아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몇 권 읽기는 했지만 저한테 이 책만큼 진짜 수업이 된 책은 없었어요.
민은기 : 너무 감사해요(웃음).
김하나 : 책을 보면 QR코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고, 정말 친절하게 ‘1분 30초부터 50초까지가 제1주제입니다’라는 것도 적혀 있어서, 저는 다 들으면서 이 책을 읽고 듣고 했는데요.
민은기 : 정말 영광인데요(웃음).
김하나 : 너무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시고. 옛날의 클래식 책을 읽어 보면 비하인드 스토리, 음악가의 성격 같은 걸 이야기하고 음악을 들어보시라고 말하는 식이었다면, 이 책은 ‘왜 이 음악이 훌륭한가’, ‘여기에서 새로운 화성 진행은 무엇이었나’ 이런 걸 이론적으로도 설명해주시는데 제가 알겠는 거예요. 정말 이 책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은기 : 너무 감사합니다.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이, 클래식이 대중한테 쉬운 음악은 아니거든요. 배워야 들을 수 있을 만큼 어려운 음악이고 그 어려운 것에 많은 가치를 두고 있는 음악이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시도들은 굉장히 많았는데 어려운 지점을 바로 공격하지 않고 음악 외적인 걸로 접점(contact point)을 높인다는 점에만 관심을 가진 인문서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김하나 : 약간 흥미 위주의.
민은기 : 네. 그러다 보니까 에피소드 소개하고, 더구나 대부분의 음악가들이 바람둥이였기 때문에 연애 스캔들 이야기를 하고(웃음). 그렇게 하면 어떤 곡이든 사람이든 친근하게 느낄 수는 있지만 사실 음악의 본질과는 전혀 관계없는 거거든요. 아무리 상식을 많이 알고 생애에 대해서 잡다한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정작 음악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하나도 없는 그런 책이 너무 많다고 생각됐고요. 그래서 제가 용기를 내본 건데요. 칭찬을 해주시는데 그 공을 제가 혼자 가로채면 안 되고요(웃음).
김하나 : 그 정도야 알죠(웃음). 편집자님이 굉장히 노력 많이 하셨다는 게 정말 느껴집니다.
민은기 : 편집자님이 정말 힘든 노력을 하셨고요. 이 책이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인데,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가 있어요.
김하나 : 맞아요, 시리즈더라고요.
민은기 : 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가 먼저 굉장한 독자들의 관심을 얻었고, 그 책을 제가 읽으면서 ‘이게 미술이니까 가능하지, 음악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어요. 미술과 책은 다른 거지만, 둘 다 시각적인 것이고 책을 펴놓고 짚어가면서 설명할 수 있는데. 독서나 음악은 둘 다 시간 예술이지만 하나는 보이고 하나는 안 보이는 거거든요. 그래서 음악으로는 이런 책을 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시리즈를 열심히 읽고 있었는데, 출판사에서 저한테 섭외가 온 거예요. 클래식으로 이 시리즈를 써보자고요.
김하나 : 아, 원래 독자이셨는데요?
민은기 : 네. 그래서 제가 솔직히 말씀드렸죠. 이러저러한 이유로 음악으로 이런 책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비판하는 (클래식) 입문서들을 그런 식으로밖에 쓸 수 없는 거다...
김하나 : 음악을 책으로 들려줄 수가 없으니까.
민은기 : 들려줄 수가 없고, 음악이 미술보다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미술도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렵지만 시각적으로 파악이 되거든요. 그런데 음악, 특히 클래식 음악은 너무 추상적이라 그것조차 잡히지 않거든요. 소리라는 것뿐이지, 이게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그걸 파악하려면 길게는 60분, 짧게도 10분은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집중력도 있어야 되고. 그런 차이 때문에 음악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출판사에서 너무 고맙게도 저를 여러 차례 설득을 하셨어요. 나중에는 한 권만 내보자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시리즈를 말씀하셨는데 한 권이라도 되면 그 다음에 시리즈로 가자고...
김하나 : 그러면 그 한 권을 생각하실 때 ‘클래식의 기본을 가르쳐주는 한 권을 쓰겠다’고 생각하셨어요? 아니면 ‘모차르트만 내보자’고 생각하셨어요?
민은기 : 한 권만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일 필요한 걸 한 권에 다 담을 수 있는 작곡가를 찾은 거죠. 그런데 처음부터 작곡가를 찾았던 건 아니고요. 클래식 수업에서 가장 기본적인 건 결국엔 음악의 요소거든요. 선율은 무엇이고 화성이 무엇인지 모르고 들어도 되는 음악이 있고, 그게 어떤 것이고 어떻게 녹아 있는지를 파악하면 더 재밌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클래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걸 녹여내야 되겠다는 게 첫 번째 생각이었고요. 그 다음에는 출판사에서 한 사람의 생애로 풀어보면 좋겠다고, 저한테 작곡가 한 사람을 골라서 다루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렇게 생각했을 때 거의 고민 안 하고 모차르트를 선택한 건데요. 모차르트가 정말 세계의 천재이니까 그 포인트도 굉장히 재밌고, 인생 자체가 요절한 생애며 파란만장했던 생애 내내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라서 조금 딱딱한 이야기를 녹이더라도 풀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시작하게 됐죠.
김하나 : 저는 이 시리즈를 정말 진심으로 추천하는데, 꼭 1권부터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1권에는 음악의 기원부터 나오더라고요. ‘음이 무엇인가’부터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있나’ 싶었어요. 읽어가다 보면 QR코드도 있고, 비주얼적으로 많은 요소를 넣어놔서 읽기가 너무 재밌고, 그림도 많이 나오고 볼 수 있는 게 많잖아요. 그래서 아주 흥미진진했어요.
김하나 : 그러면 어떻게 4권까지 내게 되신 거예요?
민은기 : 1권에 대한 반응이 좋았고요. 1권 쓰고 나니까 베토벤은 안 쓸 수 없고요(웃음). 만약에 두 권만 나온다면 베토벤은 꼭 소개하고 싶은 음악가였고, 가장 유명한 음악가라서 그런 게 아니라 가장 위대한 음악가라고 할 수 있거든요. 음악을 대하는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사람이라. ‘베토벤까지만 해보자, 베토벤까지도 사랑 받으면 쭉 간다’는 마음으로 썼고요(웃음). 베토벤도 어렵지 않다고 하셨는데, 사실 베토벤 편에서 다뤘던 가장 어려운 내용이기는 해요. 음악 안에 형식이라는 게 있거든요. 클래식의 주가 기악음악이다 보니까 그 안에서 가사 없이 스토리를 전개하는 게 구조인데, 그 구조가 음악에서는 형식이거든요. 그 형식이 잘 안 들려요. 그래도 패턴을 이해하면 조금씩 들리거든요. 그러면서 자꾸 계속 듣게 되는 건데, 그걸 소개할 때 정말 힘들었죠.
김하나 : 이 책은 대화체로 되어 있어요. 띠지와 제목 글씨의 색깔이 책을 관통하면서, 질문은 띠지의 색깔로 되어 있고 대답은 민은기 교수님이 해주시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요. 정말로 수업에 누군가 질문을 하고 교수님이 대답을 해주시는 것처럼 내용이 쏙쏙 들어오는 거죠. 바흐 편에는 이런 질문이 있었어요. ‘선생님, 그런데 바흐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에 비해서 많이 옛날 사람인가요?’ 이게 누구나 잘 모르고 헷갈리는데 질문은 못 한단 말이에요. 너무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 될까 봐. 그런 부분들을 이 책의 질문들이 너무 잘 긁어주는 거죠.
민은기 : 띠지와 전체 색감에 대해서도, 딱 한 권밖에 못 나온다고 했을 때 모차르트가 보라색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책으로 잘 안 쓰는 색이잖아요. 그리고 베토벤은 열정적인 남자니까 반드시 빨강색이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김하나 : 작가님의 입김이 들어갔네요(웃음).
민은기 : 그렇죠. 처음에 보여주셨던 게 덜 빨간 색이었어요. ‘이것보다는 더 화끈한 남자다, 더 빨간 색이어야 한다’고 했고(웃음). 바흐는 정말 진지한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올리브 색 비슷한 초록색. 열정적인 남자 헨델은 핫핑크. 이런 식으로 생각했고요. 시리즈로 꽂아놨을 때 예쁜 것도 많이 생각을 했고요. 그 색깔이 작곡가의 개성을 대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 봐도 꽤 정성스럽게 만든 책이에요(웃음).
김하나 : 정말 자랑스러워하셔도 되고요. ‘다음 음악가는 누가 나올 것인가’와 ‘그 색깔은 무엇이 될 것인가’가 기대가 되네요. 앞으로 계속 이 시리즈를 써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민은기 : 지금은 조금 용기를 얻었고요. 용기도 많이 생겼고. 계속 계획하고 있습니다.
김하나 : 100권 쓰세요. 진짜로요.
민은기 : 100명의 음악가를 선택할 수는 있는데 바흐나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의 무게를 가진 100명을 찾기는 정말 힘들고요. 5권부터는 두 명씩 쓰기로 했어요.
김하나 : 그러면 제가 50권으로 줄여드릴게요(웃음).
민은기 : 네(웃음).
김하나 : 현대음악가, 더 조명돼야 될 여성 음악가 등등 시리즈로 나오면 음악을 계속해서 배워가면서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느끼고 알게 되고, 그러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바로 저변 확대가 아닌가 싶고요.
민은기 : 제가 그렇게까지 쓸 여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5권, 6권은 확실히 준비하고 있어요. 5권은 19세기 피아노 음악의 두 대표주자인 쇼팽, 리스트의 이야기예요. 둘이 한 살 차이이고 서로 잘 알고 지냈지만 너무 색깔이 다른 피아니스트 작곡가거든요. 너무나 내성적이었던 쇼팽과 너무나 외향적이었던 리스트는 생애도 너무나 다르고, 스타일도 너무 다르고, 음악도 너무 달라요. 그렇지만 서로가 서로를 존경했어요. 그런 이야기로 한 권을 준비하고 있고요. 오페라의 두 거장인 베르디, 바그너도 안 다룰 수 없거든요. 그렇게 장르별로 19세기 음악들을 섭렵해 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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