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의 추천사] 기다리는 마음을 연습하는 사람
작가의 추천사 (12) – 이슬아 편
문장들 앞에서 우리는 두 번 감탄한다. 추천사에 담긴 책의 아름다움과, ‘깨끗한 존경’을 담은 이슬아의 시선. (2020.07.08)
‘이슬아’라는 이름은 이제 단단한 신뢰를 준다. <일간 이슬아>를 연재하며 ‘셀프 연재 노동자’로서 자신의 플랫폼을 만든 사람, 사려 깊게 상대를 대할 줄 아는 사람. 타인에 대한 그의 세심함은 추천사에서도 빛을 발한다. “계속해서 새사람이 되어 가는 것. 이 소설의 촘촘하고 치열한 문장을 떠올리면 언제든 그럴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유원』), “나무가 사계절을 어떻게 견디는지 골똘히 보는 사람. 기다리는 마음을 연습하는 사람.”(『평일도 인생이니까』) 이 문장들 앞에서 우리는 두 번 감탄한다. 추천사에 담긴 책의 아름다움과, ‘깨끗한 존경’을 담은 이슬아의 시선.
백온유 저 | 창비
“모든 소설은 변화를 다룬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처럼 은근하고도 찬란하게 새사람이 되는 이야기는 아직 만나 보지 못했다. 『유원』을 읽으며 나는 회복이 무엇인지 다시 배운다. 우연이 삶을 마구 흔들어 놔도 끊임없이 마음을 고쳐먹는 사람들이 이 책에 산다. 그들이 해낸 일은 내 평생의 과제 중 하나다.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를 지거나 지우면서도 미움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것. 강해지는 동시에 가벼워지는 것. 고마울 때 고맙다고 말하고 무거울 때 무겁다고 말하고 미안할 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마음을 자꾸 고쳐먹는 것. 그리하여 계속해서 새사람이 되어 가는 것. 이 소설의 촘촘하고 치열한 문장을 떠올리면 언제든 그럴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강영숙 저 | 민음사
“오직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을 알게 된다는 것, 그의 보편성 속에서 놀라운 고유함을 보게 된다는 것, 유일무이한 누군가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내 마음에 간직한다는 것, 그 모든 건 소설이 내게 주는 선물이다. 『라이팅 클럽』에서 그런 선물을 듬뿍 받은 느낌이다.”
김신지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인생이 마음에 드는 날엔 누구를 만나든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아무도 만날 자신이 없어진다. 전철 차창에 비친 내 표정을 보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그런 퇴근길에 우연히 김신지를 마주친다면 어쩐지 툭 터놓고 얘기하게 될 것 같다. 나의 피로와 슬픔과 후회와 부끄러움을 그가 알아볼 테니까. 그는 여러 모양의 초라함을 아는 사람. 재능 있는 친구 뒤에서 박수를 치는 사람. 자꾸자꾸 비어가는 마음을 가까스로 채우며 자라온 사람. 내 맘 같지 않은 평일이 익숙한 사람. 나무가 사계절을 어떻게 견디는지 골똘히 보는 사람. 기다리는 마음을 연습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이야기는 인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일수록 그리워진다.”
남궁인 저 | 문학동네
“생이 길어질수록 이해할 수 있는 고통의 가짓수가 늘어간다고 그는 썼다. 내 눈에 그는 매일같이 놀라며 살아온 사람으로 보인다. 온갖 아픔과 슬픔에. 그 와중에 계속되는 사랑과 회복에. 수천 번 놀라면서도 얼른 마음을 추스른 뒤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지독한 단련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어떤 퇴근길에 자신도 모르게 무너지듯 울어버릴 그를 생각한다. 아무리 반복해도 그는 내일의 새로운 고통 앞에서 다시 놀랄 것 같다. 이것은 끝내 단련되지 않을 마음에 관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절망에 익숙해지지 않는 우리의 새살 같은 마음 말이다. 응급실에서 쏘아올린 기도 같은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안온한 날들을 수호하기 위해 움직인다. 고통으로 풍성한 그의 삶은 나에게 두려움과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힘을 동시에 준다. 내 마음은 그를 따라 약해지고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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