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좋은 사회인이 되고 싶을 때 꺼내볼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142회) 『모베러 블루스』, 『오만하게 제압하라』, 『배려의 말들』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불현듯(오은): 제 옆에 김예스 님과 이프로 님이 나와 계십니다. 두 분의 입사 1주년을 기념해 <어떤,책임> 청취자 분들을 다시 한 번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요즘 김예스 님이 ‘김예스가 간다’로 활약 중이시잖아요. 이프로 님은 동기로서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이프로: 1회를 딱 보고 대작이 될 거라는 느낌이 왔어요.(웃음) 연기가 어려운 일인데 거의 프로더라고요. 제 닉네임을 넘겨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예스: 처음에 발연기를 했다면 이제는 무릎연기 정도로 올라왔다고 생각해요.(웃음) 앞으로 많이 기대해주세요. ‘김예스가 간다’는 채널예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chyes24)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불현듯(오은): 오늘 주제는 ‘좋은 사회인이 되고 싶을 때 꺼내볼 책’입니다.
재수 글, 그림 | 애니북스
이 작품은 재수 작가님의 첫 장편이자 대학교 졸업작품이에요. 우선 책을 보기 전에 이승열의 곡 <모베러 블루스>를 꼭 들어보시면 좋겠어요. 이 작품은 그 곡을 듣고 시작된 작업이라고도 하거든요. 노래 <모베러 블루스>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말 없이 포기해버린 너의 소중한 꿈들’, ‘세상 모든 것들이 너를 아프게 한다 해도 이렇게 조금씩 한 걸음만 더 가봐’인데요. 이 두 가사가 『모베러 블루스』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래가 이 책의 힘을 배가시켜주는 느낌이 들 만큼 좋더라고요. 이 만화가 몇 발자국 더 나아갔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게다가 뒤에 이승열 뮤지션이 추천사를 길게 써주셨죠.
주인공 ‘구근운’은 군 시절 군악대에 들어가요. 트럼펫을 연주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어느 날 부대에 장군이 오는데 구근운이 실수를 하고 맙니다. 상관이 구근운의 휴가증을 찢어버리고요. 구근운은 그 상처 때문에 다시는 트럼펫을 손에 들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구근운의 방에는 재즈 뮤지션의 포스터가 붙어 있고요. 트럼펫이 여전히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고, 그가 꿈을 잊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요. 구근운의 직업은 회계사인데요. 어느 날 직장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는 사고가 일어나요. 그 이후로 자신을 둘러싼 모든 숫자가 ‘0’으로 변해버리게 되죠. 회계사는 숫자를 대하는 직업인데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거예요. 그러다 지하철에서 만난 어떤 사람이 “이건 다 불협화음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화음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고 해요. 그러기 위해서 다시 연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죠. 이 상황이 아주 드라마틱하게 펼쳐집니다.
때로는 엇박자도 필요하지. 악보를 따르되 그 안에 갇히지는 말게. 자네가 바로 그 악보의 주인이니까.
앙상블도 중요하지만 엇박도 중요하다는 것이 이 만화가 이야기하고 있는 다양한 주제 중 하나인데요. 직장 내에서 열심히 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특별해 보이고 싶을 때, 어긋나고 싶을 때 엇박을 내기도 하면서 생활해야 나도 지워지지 않고 좋은 사회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재수 작가님의 첫 작품인데 너무나 실험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작품이더라고요. 놀랍고,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페터 모들러 저 / 배명자 역 | 봄이아트북스
남자와 여자가 갖는 ‘사회인’에 대한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남자라면 10년 뒤에 부장, 20년 뒤에 임원, 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상을 그리겠지만 여자는 그때도 사회인일지 알 수 없어 생존과 버티는 문제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거든요. 저도 여성이니까 주제를 ‘좋은 여성 사회인으로 살아남는 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바꿔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좀 더 실질적인 팁을 주는 선배 같은 책을 만나고 싶다 생각했고, 이 책을 찾아내게 됐습니다.
제목부터 강렬하죠? 부제가 ‘반칙이 난무하는 세상 여자가 살아가는 법’이에요. 좋은 사회인이 되어야 하는데 이 책은 ‘오만해라’라고 가르치거든요. 보통 ‘오만하다’라고 하면 부정적인 어감이라고 생각하게 마련인데요. 책을 끝까지 읽으면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오만할 줄도 아는 능력이라는 점을 깨닫게 돼요. 저자는 다양한 회사도 운영하고, 기업 컨설턴트로도 많은 경험을 쌓은 사람인데요. 현장에서 신기한 점을 발견합니다. 정말 뛰어나고 모든 면에서 프로패셔널한 여성들이 위로 올라갈수록 남자들과의 파워게임에서 힘을 못 쓰는 걸 목격한 거죠. 너무 이상하잖아요. 특히 남자와의 갈등상황에서 여성들이 겁을 먹거나 물러서고, 자기 권리를 못 찾는 현상을 계속 발견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해결책을 고민해 만든 게 바로 ‘오만훈련’입니다.
물론 매 순간 오만하게 굴라는 뜻은 아니에요. 삶을 오만하게 살라는 게 아니라 오만은 어떤 갈등 상황에서 나를 방어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라는 거죠.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일단 제압을 한 후에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걸 언제든 쓸 수 있는 연장으로 준비해두면 직장이라는 정글 같은 곳에서 남자가 공격해올 때 방어는 할 수 있을 거예요. 책을 읽으면서 동의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요. 내면에 있는 자기 검열이나 자기를 낮추는 습관을 되돌아보게 하고, 발상의 전환을 한다는 점에서 책이 주는 실용적인 메시지가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경력이 쌓일수록 더 많은 남성들과 경쟁을 해야 할 텐데 그때 갈등상황의 원인을 내게서 찾지 않고 나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 위계로 나를 누르고 있다는 것을 점검할 수 있어서 불필요한 자책도 없앨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류승연 저 | 유유
배려를 하는 사람은 만족하지만 상대도 정말로 배려 받았다고 느끼는, 제대로 된 배려가 많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사실 그러기는 되게 어렵다고 생각해요. 이 책의 부제는 ‘마음을 꼭 알맞게 쓰는 법’이거든요. 그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적당히, 필요한 만큼 마음을 쓸 줄 아는 것. 우리가 직장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사람들과 계속 소통해야 하잖아요. 이 책은 이때 마음을 꼭 알맞게 쓰면서 관계를 제대로 만들어나가는 배려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에요.
사회인이 되기 전, 학교라는 공간에 있을 때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힘들잖아요. 또래집단에 묶여 있으니까요. 그러다 사회에 나오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살아온 사람도 만나게 되는데요. 잘 모르면 내가 의도하지 않은 말이나 행동으로 상처를 줄 수도 있죠. 결국 상대에 대한 이해나 관심을 전제로 한 배려가 중요한 것 같아요. 책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다양한 일을 맞닥뜨리며 친절과 배려는 다른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선한 마음으로 타인을 배려할 때마다 실수를 연발했다. 상대는 마음이 상했고 내 얼굴은 뜨거워졌다. 배려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량한 마음에서 내게 베풀어진 배려에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왜 이런 온도 차가 발생하는 것일까? 배려란 뭘까? 이 책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 책은 직장인, 사회인에 대한 이야기만 다루고 있는 건 아니에요. 가족, 친구, 생활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이야기까지도 다 담겨 있는데요. 이런 다양한 관계 속에서 어떻게 배려할 수 있을지, 작가님의 경험을 나누어주는 느낌이었어요. 우리가 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연히 가져야 하는 것들, 그런데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들을 담고 있거든요. 다문화라는 단어에 담긴 편견이나, 차별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에 침묵으로 협조하는 것 등을 담고 있어서 이 사회를 사는 사람으로서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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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