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얻은 ‘진짜 브랜딩’ 이야기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박창선 저자 인터뷰
브랜딩은 어떤 아이디어나 전략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결국 ‘일’입니다. 기업의 탄생 목적에 맞게, 혹은 가고자 하는 의지와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이 회사 내부에서 하는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06.29)
오늘날 브랜딩은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있어 거의 필수적인 절차이자 과제다. 중요성이 커진 만큼 책, 강연, 팟캐스트 등 브랜딩 관련 콘텐츠들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 넘쳐나는 콘텐츠들을 실전에 써먹으려고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추상적이고 막연해 난감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 이론이나 전략을 중점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물론 이론을 익히고 전략을 터득하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한 일이지만,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브랜딩이 어떤 것인지 안다면 우리의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 박창선 저자는 어떤 브랜드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들을 위해 브랜딩을 말한다. 그리고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 관련 업무에 밀접하게 닿아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회사의 전 직원이 브랜딩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두가 브랜드 콘셉트를 고민하고 실천해야만 ‘진짜 브랜딩’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만큼이나 ‘실무자를 위한 현실 브랜딩 안내서’라는 부제가 인상적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실무자’란 누구인가요? 그들을 대상으로 브랜딩을 이야기하기로 마음먹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책은 브랜딩 전문가가 아닌 엉겁결에 브랜딩 업무를 떠맡게 된 비전문가를 위한 책입니다. 일 잘하는 누군가, 또는 마케터, 디자이너 등이죠. 수많은 브랜드가 범람하면서 브랜딩은 이제 특수한 경영 전략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매출이나 회사 성장, 존립과 지속성을 위해 많은 대표와 직원들이 고민하는 소재가 아닐 수 없죠.
하지만 브랜딩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저를 포함해서 말이죠. 브랜딩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수시로 쏟아져 나오고, 일은 매일같이 쌓여갑니다. 브랜딩은 어떤 아이디어나 전략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결국 ‘일’입니다. 누군가는 이메일을 보내야 하고, 누군가는 디자인을 하고, 누군가는 콘텐츠를 만들고, 미팅을 다녀야 합니다. 저 또한 5년 내내 이게 브랜딩인지 아닌지를 고민하며 수많은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이제야 조금씩 그 패턴과 틀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만약 저와 같이 브랜딩 업무를 맡게 된 실무자들에게 약간의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했던 시행착오를 줄이고, 조금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프로세스를 잡을 수 있도록 말이죠.
책에서도 언급하셨듯 이미 세상에는 브랜딩과 관련된 수많은 정의와 정보들이 넘쳐나고, 그래서 더 혼란스러운 측면도 있습니다. ‘브랜딩’이란 도대체 뭘까요? 저자님이 생각하시는 브랜딩의 정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브랜딩은 무엇이다’라고 딱 잘라 정의하고 싶진 않습니다. 브랜드는 설립자의 욕망이 구현된 하나의 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존재 자체가 곧 브랜딩의 시작이죠. 어떤 이유가 있어서 기업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서, 누군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기업을 차릴 거예요. 이러한 기업의 탄생 목적에 맞게, 혹은 가고자 하는 의지와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이 회사 내부에서 하는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의 관점에서 말이죠. 결국 이러한 노력과 결과물들이 소비자에게 보여지고, 소비자들은 그것들을 나름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기 시작합니다. ‘이 회사는 이런 회사구나’, ‘이런 철학을 지니고 있구나’, ‘이런 제품을 만드는구나’라고 하면서요.
흔히 브랜딩의 정의는 생산자의 의도와 소비자의 인식을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소비자의 마음에 어떤 이미지로 남을지 확신할 순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끊임없이 말할 것이고, 어떤 태도로 일을 해나갈지를 결정할 수는 있습니다. 브랜딩은 이것을 업무로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제목처럼 어느 날 갑자기 브랜딩 프로젝트를 마주하게 된다면 무척 난감하고 막막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브랜딩 경험을 쌓아온 저자님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제일 처음으로 어떤 일부터 하시나요?
저는 디자인하고 글쓰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이야기는 제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분야의 클라이언트를 만났다는 이야기와도 같죠. 일을 하다 보면 의료, IT, 콘텐츠, 사회적기업, 제조, 이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체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때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그 사업체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 입장에서 직접 이용해보는 것입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라면 그걸 구매해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라면 직접 유료로 이용해봅니다. 블라인드로 제휴 미팅을 해보기도 합니다. 저는 항상 소비자의 눈을 유지해야 합니다. 미팅을 하고 나면 이미 사업체에 대해 배경지식이 쌓인 터라, 객관성을 잃게 되는 것 같습니다.
브랜딩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찾고 녹여내는 것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이 색깔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그 브랜드만의 매력을 찾아내는 노하우가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사실 매력을 찾는다란 표현보단, 매력을 규정한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사람도 그렇듯 사업체도 결국 사람의 의지가 반영됩니다. 매력은 어디에나 존재하죠. 빠른 서비스, 낮은 가격, 훌륭한 성능, 특화된 기능 등 아마 생산자 입장에선 모든 것이 다 매력처럼 보일 것입니다. 생산자는 우리의 매력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만,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이 매력을 소비자도 좋아할지. 이게 진짜 매력이 맞기는 한지, 맞다면 어떤 매력을 내세워야 하는지 등등 선택과 집중을 둘러싼 딜레마를 겪게 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고, 지속할 수 있는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매우 운이 좋은 것이고, 아니라면 묵묵히 기다려야겠죠. 물론 돈만 보고 달려든다면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빠르게 찾아내서 공략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때그때 다른 메시지를 던지며, 카멜레온같이 변하는 유연성도 생존전략입니다. 어쩌면 그러한 변신의 매력도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전통적인 브랜딩은 ‘의지’와 같습니다. 나의 철학을 지키면서 사업을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죠. 매력을 찾아서 한 방에 브랜딩을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우리 사업체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스스로 규정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 것이죠. 실패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거고, 매출을 낼 수 있도록 머리를 짜내는 것입니다.
브랜딩 프로젝트의 주축을 맡은 실무자들은 특히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텐데요, 이들이 갖춰야 할 자질이나 마음가짐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녔으면 좋겠어요. 브랜딩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맹목성과 확신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것이 맞다고 정의 내렸고,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브랜딩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 인해 회사가 망하거나, 위기에 처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가 진행하는 이 일은 진리가 아닙니다. ‘틀릴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만약 시간이 흐른 후 이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가볍게 털고 다시 다른 방향을 찾아서 갈 수 있도록 말이죠.
진행 중인 업무들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소개하신 ‘태양계 모델’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이와 같이 브랜딩 프로젝트에서 써먹기 좋은 꿀팁을 하나만 더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욕망은 마음속에 어떤 이미지를 그리게 됩니다. 표상이라고 불리죠. 이 표상은 실질적인 단어나 이미지로 ‘표현’됩니다. 이때 욕망과 표상, 표현 사이에는 아주 큰 간극이 생기게 되죠. 우리가 말하는 단어가 생각과 무조건 일대일로 대응되지는 않습니다. 단어는 굉장히 추상적이고 많은 이미지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초로 브랜딩을 진행할 땐 고객의 목소리나 내부의 목소리를 많이 수집하게 될 겁니다. 이때 ‘단순화된 단어’보단 최대한 다양한 단어와 표현을 수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매우 적은 단어만을 가지고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한 단어에는 수도 없는 이미지와 함의가 내포되어 있죠. 단어가 많아질수록 소비자의 욕망이나 내부의 고민 또한 분명해지기 시작합니다. 우리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 매트리스를 만들고 소비자들이 우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패턴을 찾아내셔야 합니다. 우릴 ‘재밌고 웃긴 서비스’라고 부르고 있다면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한 번 더 파고드셔야 해요. 비웃음인지, 호응인지, 공감인지, 가벼움인지, 대중성인지, 카타르시스인지 정확하게 인지해야 하죠. 단어를 많이 쪼개보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막 브랜딩의 세계에 발을 들인 실무자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브랜딩은 학문이 아닙니다. 우리의 수많은 업무 중 하나입니다. 책을 보고 정독한다고 해서 갑자기 잘하게 되지 않습니다. 애당초 수많은 브랜드를 이용해보며 쌓인 경험과 지식들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시선과 생산자의 자부심, 그 사이 어디쯤에 존재하고 있어야 합니다. 지식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을 맹신하진 마세요. 경험은 매우 강력하지만 그것에만 치우쳐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니고 있던 지식과 경험을 매일매일 깨뜨려야 합니다. 끊임없는 불확실성에 노출되셔야 해요. 많이 돈을 쓰세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하시고,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세요. 현장에 나가고, 계속 실험하면서 깨지고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냥 믿고 가본다는 담대한 의지가 있어야 해요. 불확실한 걸 확실하게 만든 순간, 사람들의 물음표가 감탄사로 바뀌는 그 장면을 상상하며 말이죠. 제가 쓴 책은 이러한 여정의 시작점에 불과합니다. 문서와 고민을 정리하는 소소한 팁과 노하우들이죠. 이는 여러분이 처음 가는 길에 필요한 이정표 정도가 되어줄 것입니다. 부디 시작하는 발걸음과 막막했던 대표님의 말들에 처음부터 기죽지 않길 바라며, 이 책을 바칩니다.
* 박창선 회사 소개서 만드는 디자인 회사, 애프터모멘트의 대표다. ‘대충 말해도 제대로 알아듣는 디자인 회사’라는 모토 아래 잘 읽히는 텍스트와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판매·영업직과 콜센터, 기획자 등 여러 업무 현장에서 20대를 보내며 사람 사이에서 대화하는 법을 몸으로 깨우쳤고, 비전공자로서 느지막이 시작한 디자인에 이러한 경험을 녹여냈다. 2020년 6월 기준 구독자 18,000명, 누적 420만 뷰의 브런치 작가이기도 하다. 유쾌하고 공감되는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직장인들의 넵병’, ‘클라이언트 용어 정리’, ‘판교사투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화제를 모았고 제5회 브런치북 금상, 제7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기분 벗고 주무시죠』,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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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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