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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 “산책하듯이 즐기는 독서”

소설가 정지돈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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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인지 픽션인지, 소설인지 예술 비평서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형식에 수다스럽고 산만하기 그지 없는 전개를 보여주는 책, 즉 제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책입니다. (2020.06.23)


소설가 정지돈은 2013년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눈먼 부엉이」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건축이냐 혁명이냐」로 2015년 젊은작가상 대상과 「창백한 말」로 2016년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과 사회』에서 장편소설 ‘모든 것은 영원했다’와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서 서울과 파리 산책기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을 연재하고 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머니 말에 의하면 아주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명절에 큰아버지 댁에 가면 혼자 큰아버지의 서재 앞에서 책을 보며 놀았다네요. 그때 나이가 세 살이었고 글을 제대로 읽기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기억이 형성되기 전부터 책에서 재미를 느낀 것 같습니다. 

특별한 시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입니다. 그때 처음 소설을 썼고 당시 읽던 추리소설과 무협지를 흉내 낸 그 소설에는 친구들의 이름과 성격을 딴 캐릭터들이 나왔습니다. 그 소설이 적힌 노트, 그러니까 일종의 독립출판물을 친구들이 즐겁게 돌려 읽었습니다. 저도 제가 쓴 소설을 읽고요. 이후에는 제 소설에 자극받은 친구들이 또 소설을 썼어요.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아요. 내가 읽은 것이 내가 쓴 것이 되는구나, 내가 쓴 것이 다른 사람이 읽은 것이 되고 그게 다시 다른 사람이 쓴 것이 되며 그게 다시 내가 읽은 것이 되고…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물리적으로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혼자 있어도 여러 감정과 앎으로 충족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제 관심사는 유전학과 분자생물학, 모빌리티에 관한 사회학, 공간 등입니다. 이블린 폭스 켈러의 『유전자의 세기는 끝났다』와 데이비드 라이크의 『믹스처』를 읽을 계획이며, 건국대 연구원에서 출간 중인 모빌리티인문학 총서의 책들을 읽을 예정입니다.   

유전자에 관해서 짧게 얘기하면 존재를 결정하는 유전 정보가 사실은 확정적인 게 아니라는 것, 우리의 삶에는 생물학적인 시작에서부터 우연과 복잡성이 기입되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비약하면 존재는 언제나 관계적인데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 『영화와 시』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또는 커피를 마시며 또는 산책을 하며 읽기 좋은 책입니다. 침대에 누워서 보기도 좋고 변기에 앉아서 보기도 좋습니다. 저는 지하철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요, 이 책들 역시 지하철에서 읽기 좋습니다. 책은 정말 언제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매체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

캐서린 헤일스 저/허진 역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
캐서린 헤일스 저 | 허진 역
열린책들


화제의 포스트휴먼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이론적인 작업이지만 사이버네틱스와 과학사, 예술을 가로지르는 방식이 추리 소설처럼 흥미진진합니다.


『리옴빠』 

유리 올레샤 저/김성일 역


리옴빠
리옴빠
유리 올레샤 저 | 김성일 역
미행


가끔 생각합니다. 러시아 문학은 정말 모든 것을 다 했구나. 특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19세기 말의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등이 아니라 그 이후인 20세기 초반에 오히려 모든 가능성이 폭발했다고 생각합니다. 유리 올레샤의 단편이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알렉세이 유르착 저/김수환 역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알렉세이 유르착 저 | 김수환 역
문학과지성사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고정관념이 너무 완고해서 때로는 그것이 역사적인 픽션이 아니라 사실처럼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소비에트 사회를 보는 눈이 그렇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화석이 된 생각을 어떻게 전환시키는지에 대한 가장 적절한 예입니다.


『두 사람이 걸어가』

이상우 저


두 사람이 걸어가
두 사람이 걸어가
이상우 저
문학과지성사


소설책을 보고 이렇게 깜짝 놀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책의 형식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상우의 한국어는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한국어입니다. 다시 말해 한국어의 유토피아.


『아이 러브 딕』

크리스 크라우스 저/박아람 역


아이 러브 딕
아이 러브 딕
크리스 크라우스 저 | 박아람 역
책읽는수요일


실화인지 픽션인지, 소설인지 예술 비평서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형식에 수다스럽고 산만하기 그지 없는 전개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즉, 제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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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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