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불후의 칼럼 > 박희아의 비하인드 아이돌
아이돌 이후의 아이돌, 신화 김동완
일상의 힘을 믿는 사람, 김동완
인스타그램 속 수많은 사각형들의 나열 속에서 김동완은 어릴 때 인기를 누리던 아이돌 이후의 아이돌이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제시한다. (2020.06.10)
아이돌 전문 저널리스트 박희아가 아이돌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소개하는
<박희아의 비하인드 아이돌>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아이돌 그룹 신화의 멤버인 김동완은 벌을 키운다. 양봉을 하면서 수확한 벌집꿀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때마다 SNS에 사진이나 영상을 올려 벌들의 안부를 전한다. 벌들이 이사를 한 것 같아서 아쉬워하고, '분봉'에 해시태그를 달아올리는 그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살아온 지난 23년여의 시간 동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여전히 리스트업을 진행 중인 사람의 즐거움으로 가득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알 수 없어요. 알려고 하지도 않을 거고." 그가 오르는 연극 <렁스>의 무대 위에서 그는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뱉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정작 '렁스가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라는 질문에 그는 "알려고 하지도 않을 거"라며 판단은 보는 이, 즉 타인의 선택으로 넘긴다. 대신이 환경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남는 한 마디는 결국 "사랑해"라는 한 마디이기를 원하는 작품에서, 김동완은 자신이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고 있다고, 나는 어떤 말이든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다정하게 바라보고, 듣고, 몸을 만진다. 결국 잘못된 자신의 선택을 통해 두 사람의 고민을 해소하지 못한 데에 대한 책임 또한 뒷걸음질 없이 마주한다.
흥미롭게도 그가 연기하는 이런 남성의 모습은 온갖 잡다한 것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부터 나온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주연을 맡은 영화 <소리꾼>이 있고, 눈여겨보는 강아지들이 있다. 벌의 기억력에 대한 이야기가 캡처되어 있고, 직접 뽑은 면과 두부 부침 이야기가 있다. 태극기, 영양제 홍보, 인상 깊었던 선배의 글, 벌초용 물품 사진, 자신이 운동을 하는 모습 등 온갖 일상으로 점철된 그의 피드는 놀라울 정도로 일반적인 유명 연예인들의 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 피드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 담겨있고, 상대를 존중하며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찾는 사람의 독백이 존재한다. 나아가 그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 직접 답을 하기도 한다. "나의 힘듦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힘듦을 들어봐요." 그게 복잡한 텍스트로 꽉 찬 <렁스> 속 남성의 자양분이 되고, <소리꾼>의 한 서린 서사를 그리는 바탕이 된다.
인스타그램 속 수많은 사각형들의 나열 속에서 김동완은 어릴 때 인기를 누리던 아이돌 이후의 아이돌이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제시한다. 젊은 시절에 얻은 인기가 나를 말해주지 않으며, 나이를 먹을수록 오롯이 나를 지탱하는 힘이 필요하다며 "죽지 말자"고 외치며 계속 새롭고 신기한 일상의 힘을 발굴해내는 사람. 그러니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떤 노래를 불러도 김동완은 김동완의 것을 한다는 믿음은 지속될 것이다. 벌을 키우든, 식물을 키우든, 사람을 키우든 일단 자기 자신을 키워낸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테니. 그런 사람의 선택들은 종종 우리의 선택에 도움을 줄 것이다. 아이돌 이후의 아이돌, 여전히 그가 우상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신화 김동완이 발표한 앨범들
신화 (Shinhwa) 13집 - Unchanging Part1 - 오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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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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