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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트렌드] 우리가 소설을 통해 경험하고 싶은 것

<월간 채널예스>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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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할 수 있거나 재미 있거나.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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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래쉬

 

 

소설은 2010년 이후로 접어들면서 독자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출판계를 이끌어가는 장르는 소설이었다. 이상문학상 소설집을 비롯하여 신경숙, 공지영, 은희경의 소설은 출간만 하면 늘 종합 베스트에 올랐다. 해외 소설도 마찬가지다. 『다빈치 코드』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1Q84』 등의 소설은 그해 출판계를 이끄는 책이었다. 일례로 2011년 한 해 동안 종합 베스트 20위 안에 소설은 총 11권이었다. 『엄마를 부탁해』 , 『7년의 밤』 , 『고구려1,2,3』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두근두근 내 인생』 같은 책이다. 반면 2019년 종합 베스트 20위까지는 어떤가? 소설은 『82년생 김지영』 한 권이다.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 종합 베스트 20위에는 총 2권이 있다. 드라마로 제작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와 영화화된 『작은 아씨들』 이다.


왜 독자들은 예전만큼 소설을 읽지 않는 걸까? 사실 이 질문은 틀렸다. 독자들은 꾸준히 소설을읽는다. 대표적인 것이 웹소설이다. 업계에서는 웹소설 시장 규모를 4300억 원으로 본다. 최근 연재가 끝난 웹소설 <재혼황후>는 40억 원 매출을 올렸다고 기사화 되었다. 1만 5000원짜리 종이책이라면 약 41만 부가 팔린 규모다. (출판사는 공급가 기준으로 매출액을 계산한다) 소설의 본질을 이야기라면 다양한 그릇을 통해 이야기가 확장 중인 셈이다. 그렇다면 책으로서의 소설은 무엇일까? 독자들은 소설책에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이 질문에 힌트를 얻고자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예스24의 소설 판매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2018년 이후 국내 소설 약진의 단초가 가장 눈에 띈다.  2015년 소설 분야 베스트 50위 가운데 국내 소설이 9종인 반면, 2018년과 2019년에는 23종이다. 그 흐름을 이끄는 작가는 한강, 최은영, 정세랑, 김초엽, 장류진이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2016년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었고 한 해 동안의 판매량은 지금까지도 최고다. 또한 1980년 5월 광주의 모습을 다양한 시점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려낸 『소년이 온다』 는 2014년 5월 출간 이후 계속 소설 베스트 상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 시대상을 그려낸 영화 <기생충>처럼, 『소년이 온다』 도 한국만의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예술 문법으로 우수하게 그려내 가장 널리 그리고 오래 읽히는 책이 되었다.

 

그리고 최은영이 있다.  2016년에 출간된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는 해를 거듭해도 판매량이 떨어지지 않고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읽고 있다. 독자들은 왜 『쇼코의 미소』 를 읽을까? 섬세한 자아가 누군가와 소통하며 느끼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내서 아닐까?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책으로서의 소설만이 획득할 수 있는 가치 아닐까?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예스24에서 많이 판매된 소설 키워드로 우리가 책으로서의 소설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해보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판타지한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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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누적 100만부 이상 팔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 처음부터 지금 같은 인기를 얻은 건 아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적 구성에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히 판매가 올랐다. 이 소설은 국립중앙도서관 통계에 의하면 20대가 가장 많이 빌린 책이기도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에 늘 등장하는 살인 사건이나 명탐정의 추리 대신, 인간의 선의에 대한 신뢰가 그려져 있다. 『용의자 X의 헌신』 이 대표작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은 출간할 때마다 베스트 도서에 오르지만, 한국에서는 추리소설이 아닌 이 작품이 가장 사랑 받는 작품이 되었다.

 

 

최은영, 정세랑, 김초엽, 장류진
#여성독자들의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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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 『내게 무해한 사람』 의 최은영, 『피프티 피플』 , 『보건교사 안은영』 의 정세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의 김초엽, 『일의 기쁨과 슬픔』 의 장류진. 저마다 소설의 색깔은 다르다. 최은영은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는 손길처럼 아스라하고, 정세랑은 톡 쏘는 알싸한 맛이 있다. 김초엽은 제트기를 운전하는 파일럿이 해 지는 노을을 보는 것처럼 장대하고 아름다우며 장류진은 김수현의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배종옥이 연기했던 역할처럼 전문직에 똑 부러지게 말 잘하고 잘난 체하지만 조금은 허당인 캐릭터 같다. 이들 소설의 공통점은 요즘 20, 30대 여성 독자들에게 공감을 샀다는 것이다.

 

 

데미안
#한국인이가장사랑하는고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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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유독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그중 최고는 『데미안』 이다. “새는 힘겹게 투쟁해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라는 구절로 유명한 『데미안』 은 성장소설이자 청춘소설이기도 하다. BTS가 ‘피, 땀, 눈물’이라는 노래를 『데미안』 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이야기로 최근 더 팔렸다.

 

 

소년이 온다
#가장한국적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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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맨부커상을 받아서만은 아니다. 한강은 요즘 활동하고 있는 한국 소설가 중 가장 묵직한 작가다. 그는 『소년이 온다』 를 통해 “작가 자신의 표현 역량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과 같은 소재였던 5월 광주를 “응징과 복권이 아닌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으로 다뤄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했다. 문학의 힘, 문학의 역할, 문학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 책이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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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 , 『봉제인형 살인사건』 , 『루팡의 딸』 , 『앨리스 죽이기』 같은 일본 추리소설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 나 기욤 뮈소의 『파리의 아파트』 , 김진명의 『미중전쟁』 도 같은 계열이라도 볼 수 있다. 바로 독자들에게 공포감, 초조함, 궁금함 등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스릴러적 스토리다. 스릴러가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게 하는 페이지터너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여전히 독자들은 시간을 잘 가게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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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정희

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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