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하고 싶은 말, 다 하셔도 됩니다

기억하는 말들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에 대해 쓰기로 했다. 아무래도 난 소박한 사람이 좋다, 욕심이 없는 사람이 좋다.(2020. 04.22)

11.jpg

 

 

10쇄를 찍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날, 한 문장이라도 쓸 수 있을까 싶었다. 웬걸, 그때로부터 벌써 4주가 지났다. 두 번째 책은 어떤 내용으로 쓸까, 어떤 출판사와 계약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첫 책에 아이디어를 준 후배에게 물었다. “나, 어떤 이야기를 쓰면 좋을까?” “음, 저는 선배가 사람 이야기를 쓰면 좋겠어요. 제일 잘 쓸 것도 같고요.” 후배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는 날, 마음먹었다. “그래, 사람 이야기를 하자.”

 

『태도의 말들』 이 출간되고 아주 오래 전 인터뷰 현장에서 딱 한 번 만났던 편집자에게 장문의 메일이 왔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에 관해 쓰자고. 앗, 내가 싫어하는 것이 무진장 많은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눈치 챘지? 하지만 ‘싫어하는 것’을 쓴 책을 누가 읽어줄까? 써도 되는 글일까? 고민이 되어 정중히 거절했다. 그 편집자님은 나를 정확히 간파한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에 대해 쓰기로 했다. 아무래도 난 소박한 사람이 좋다, 욕심이 적은 사람이 좋다. 내가 욕망이 크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거꾸로 많기 때문일까? 곰곰 따져보니 나는 욕망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사람이지만, 자족하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 같다.

 

사람들을 예민하게 본다. “저 사람이 이토록 완고한 까닭은 무얼까? 성장배경에서 만들어진 걸까? 후천적인 경험으로부터 온 것일까?” ,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사람들에게 사랑을 퍼주고 싶어할까?”, “앗, 요 사람은 왜 이렇게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을 어려워하나?” , “엥, 이 사람은 왜 허구한날 미안하다고 하나? 그렇게까지 미안한 일은 아닌데.” 나는 24시간 중 10분의 1 이상을 타인의 행동을 파악하는데 쏟는다.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다행히 요즘 나는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연민이 생긴 것도 너그러워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모든 이가 다소 쓸쓸해 보인다.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은 아니다. 내게 큰 피해를 주진 않았지만 내상을 입힌 사람. 여전히 나는 그와 인사하지 않는다. 두 번째 책을 쓰면서 그런 사람들을 마음속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용서는 아니고, 무관심의 상태를 마주하길 원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생각하는 일을 취미로 삼아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일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싶다. 할 수 있을까?

 

저는 아무 문제 없어요.

제가 더 영광이죠.

편하게 하고 싶은 말 다 하셔도 됩니다!

 

위 문장은 『태도의 말들』 을 만들면서, 이기호 작가님께 문장 인용 허락을 구한 메일에 온 답장이다. 어찌나 큰 용기가 됐던지. “편하게 하고 싶은 말 다하셔도 된다”는 격려와 용기. 이 짧은 세 문장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글은 아니었다. 머릿속에 복잡한 일들이 가득할 때, ‘내가 말해도 되나?, ‘내가 써도 되나?’ 고민될 때, 나는 이기호 작가님의 말을 떠올린다. “편하게 하고 싶은 말 다하셔도 됩니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엄지혜


eumji01@naver.com

태도의 말들

<엄지혜> 저12,600원(10% + 5%)

『태도의 말들』은 저자가 인터뷰하면서 귀 기울인 태도의 말 한마디, 책에서 발견한 태도의 문장 중 “혼자 듣고(읽고) 흘려버리긴 아까운 말들”을 모은 책이다. 한 사람에게서, 한 권의 책에서 읽어 낸 태도의 말들을 소개하고 거기서 출발한 단상을 풀어냈다. 이 백 개의 문장은 제각기 다른 태도를 가진 백 명의 말이..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ebook
태도의 말들

<엄지혜> 저9,100원(0% + 5%)

뭉근하고 꾸준한 빛을 만드는 태도에 관하여 저자가 생각하는 ‘태도’는 일상의 사소한 몸가짐과 마음가짐입니다. “일상의 감각이 합해져 한 사람의 태도를 만들”기 때문에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고 말하지요. 메일 한 통, 문자 메시지 한 줄을 보낼 때도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말하기,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사람을 남기는 독서와 인생 이야기

손웅정 감독이 15년간 써온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김민정 시인과 진행한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독서를 통해 습득한 저자의 통찰을 기본, 가정, 노후, 품격 등 열세 가지 키워드로 담아냈다. 강인하지만 유연하게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손웅정 감독의 인생 수업을 만나보자.

쉿, 우리만 아는 한능검 합격의 비밀

한국사 하면 누구? 700만 수강생이 선택한 큰별쌤 최태성의 첫 학습만화 시리즈. 재미있게 만화만 읽었을 뿐인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마법! 지금 최태성 쌤과 함께 전설의 검 ‘한능검’도 찾고, 한능검 시험도 합격하자! 초판 한정 한능검 합격 마스터팩도 놓치지 마시길.

버핏의 투자 철학을 엿보다

망해가던 섬유공장 버크셔 해서웨이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난 과정을 보여준다. 버크셔의 탄생부터 버핏의 투자와 인수 및 확장 과정을 '숫자'에 집중한 자본 배분의 역사로 전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담아 가치 투자자라면 꼭 봐야 할 필독서다.

뇌를 알면 삶이 편해진다

스트레스로 업무와 관계가 힘들다. 불안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냥 술이나 마시고 싶다. 이런 현대인을 위한 필독서. 뇌과학에 기반해 스트레스 관리, 우울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수면과 식습관에 관해 알려준다. 처음부터 안 읽어도 된다. 어떤 장을 펼치든, 삶이 편해진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