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그리고 아름다움에 관하여
<하울의 움직이는 성>, <모노노케 히메> 그리고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아름답지 않으면 살 의미가 없어.” (2020. 04.14)
원래 집순이파여서 그런지 요즈음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나에게는 오히려 외출을 계획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사회적 승인과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죄책감없이 쇼파에 앉아 혹은 침대에 누워 이것저것 볼거리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가 된 것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생활 중에 얻은 소득은 그 동안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못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두 편을 넷플릭스를 통해 본 것이다. (넷플릭스는 2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21편을 순차적으로 업데이트했다.)
그 두 편은 바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모노노케 히메>. 이 두 편의 애니메이션에는 킬링포인트 대사가 나오는데, 모두 아름다움에 대한 말이다. 캡쳐 화면과 함께 소개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아름답지 않으면 살 의미가 없어.”
모노노케 히메
“살아남아라. 넌 아름답다”
자신이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놀라는 산의 모습
(왜 위 두 대사가 나왔는지는 스토리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직접 영화를 보세요!)
위 두 영화에서 언급되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봤다. 아름다움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하울’, 아름답다라는 말을 듣는 ‘산’. 둘 다 외모는 출중하다. 하지만 영화 속 하울과 산이 아름답다고 얘기되는 것에 보는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외모만 아름다워서 그런 것은 아닐 거 같다. 하울은 짓궂은 군인들에게 봉변 당할뻔한 소피를 구해주었고, 할머니로 변신한 소피가 자기가 없는 사이 성에 들어와도 받아준다. 산은 자신과 어울려 사는 들개 형제자매와 자연을 사랑하며 무엇보다 강인하다. 그리고 자신을 아름답다라고 하는 말에 깜짝 놀랄 만큼 천진하다. 그리고 인간은 여전히 싫어하지만 아시타카를 좋아하는 마음 자체는 인정할 만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하울과 산, 모두 자기 자신이 단단하게 서있되, 이들은 다른 사람 그리고 자기 주변의 세계와 호흡하며 성장해 나간다. 그 정도의 마음력도 갖춘 것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가 조화를 이룬 상태라 하겠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책 쇼핑이 취미라 책을 자주 사는 편이다. 최근에 산 책 중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가 있다. 사놓기만 하고 처박아 두었는데, 이 두 영화를 보고 무심코 이 책을 꺼내 들고 보니 이 책이 외양적으로 무척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이정호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꽤 많이 들어가있는데, 책의 원고를 회화의 느낌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들이다. 회화의 느낌이라고 얘기한 것은, 원고를 일러스트레이터가 소화하고 해석하여 추상하는 작업을 통해 이미지화한 작업물들이 그 자체로 완결성 있는 작품이기 때문.
그리고 총 4개의 부마다 해제 역할을 하는 들어가는 말이 약 7페이지 정도가 있는데 그 부분에 해당하는 종이마다 색깔이 있다. 종이 색깔도 저마다 다르다. 주석 표시도 새롭다. 주석을 색깔 있는 다이아몬드 도형으로 블릿하는 책은 처음 봤다. 도비라, 주석, 자간과 행간, 가름끈, 일러스트 등등 책 외양을 구성하는 각 요소 하나 하나를 담당 편집자와 디자이너는 모두 새롭게 보았고, 그 요소를 통해 책의 내용을 적절하되 과하지 않게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이 책을 만든 편집자와 디자이너는 분명 아름다움을 추구했을 것이다.
내양과 외양이 조화롭게 잘 어우려져 있는 물건, 드라마, 음악, 책, 사람 더 나아가 제도와 규칙과 법. 이런 것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이렇게 하고 싶고,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아름다워지고 싶어서, 아름다움을 만들고 싶어서, 아름다움을 향해 가고 싶어서 가끔 무리할 정도로 우리는 아니 나는 애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꼭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더라도 그곳을 바라보며 걷는 것은 포기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져본다. 그게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나 할까? 집콕하는 요즈음 든 생각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저 | 알마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성장과 적응을 모색하며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일깨워나가는 환자들. 그들의 모습을 저자는 신경학자로서의 전문적 식견과 따스한 휴머니즘, 인간 존엄에 대한 애정과 신뢰 가득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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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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