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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엘, YG를 겨냥한 자전적 회고
씨엘 <사랑의 이름으로>
험난했던 지난날을 돌아본 그에겐 이제 솔로 가수로의 자신을 증명해야 할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 (2020. 01. 29)
씨엘의 독백은 고통스럽다. <사랑의 이름으로> 발표한 새 EP는 2016년 투애니원 해체 후 단 한 장의 앨범도 허락하지 않았던 YG 엔터테인먼트와의 괴로운 동거 기록이다. 회사는 ‘이거 하지 마 저거 하지 마’(「 안해180327 」)라며 사사건건 제약을 걸었고,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아티스트는 ‘그냥 투덜거려본다 / 시간아 거꾸로 돌아가’(「 투덜거려본다171115 」)라 초조해하고 고뇌해야 했다.
앨범 어느 곳에서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 안해180327 」의 날 선 가사가 시사하듯, 앨범은 명백히 전 소속사를 겨냥한 씨엘의 자전적인 회고다. 각 곡마다 구체적인 날짜를 기입하여 지난 3년간 준비된 존재였음을 강조하며, 사랑으로 비유한 관계로 자신을 오래 방치한 조직을 비판한다. 투애니원의 전성기를 이끈 「I don’t care」 속 버림받은 남자가 씨엘의 「 Done161201 」에서 회사로 치환되고, 「아파」의 아련함이 「 소중한 추억190519 」로 겹치는 모습이 묘하고도 슬프다.
이 외로운 투쟁과 혼란스러운 심경을 담을 도구로 그간의 ‘여전사 스타일’ 대신 투애니원의 팬들에게 익숙한, 선명한 멜로디의 팝을 선택했다는 점이 탁월하다. 해외 작곡가들과 함께 작업한 6곡 모두 현재 인기 싱어송라이터들의 결과물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완성도를 들려준다. 랩과 보컬을 자연스레 오가는 씨엘의 보컬 역시 그가 투애니원과 YG의 중추였음을 다시 한번 각인한다.
보코더를 활용한 「 Done161201 」과 굵은 기타 리프로 진행하는 발라드 「 안해180327 」, 라틴 팝을 가져온 「 One and only180228 」, 저스틴 비버와 결별한 셀레나 고메즈처럼 도회적인 「 처음으로170205 」와 「 투덜거려본다171115 」 모두 자연스럽다. 부드러운 결의 선율로 공격적인 메시지를 중화하는 것은 덤이다. 웅장한 가스펠 코러스와 함께 지난날을 용서하는 「 소중한 추억190519 」으로 긍정을 다짐하며 마감하는 모습도 좋다. 여느 해외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들과 비교해 특출 난 부분이 없어 개성이 옅다는 부분은 단점이나 ‘미공개곡’이라는 부분에서 참작이 가능하다.
‘그렇게 안 봤는데 너 진짜 치사해’(「 안해180327 」)라는 노랫말처럼, 지난 한 해 YG는 ‘버닝썬 게이트’ 이후 숱한 범죄 의혹으로 치사한 수준을 넘어 추악한 조직으로 대중에게 낙인찍혔다. 전 소속사의 처우에 분노하는 씨엘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는 이유다. 험난했던 지난날을 돌아본 그에겐 이제 솔로 가수로의 자신을 증명해야 할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 억압된 분노가 아닌, 자유를 찾은 진짜 ‘사랑의 이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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