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북클러버] 이명현 “『코스모스』는 언제 읽어도 유효한 책”
예스24 북클러버 3기 첫 번째 모임
칼 세이건과 『코스모스』의 태도는 휴머니즘인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도 이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책 속에서 계속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2020. 01. 28)
언제 읽어도 유효한 책
지난 1월 16일 저녁 예스24 중고서점 홍대점에서 이명현 작가와 ‘북클러버’ 3기가 첫 만남을 가졌다. ‘북클러버’는 예스24의 독서 모임 서비스로, 같은 책을 읽은 멤버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이번에 ‘북클러버’ 3기가 이명현 작가와 함께 읽을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다. 천문학 박사이자 과학책방 ‘갈다’를 운영하고 있는 이명현 작가는 『이명현의 별 헤는 밤』 , 『이명현의 과학책방』 , 『빅 히스토리 1 :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등을 집필했다.
이명현 작가의 첫 번째 강의는 『코스모스』 의 배경과 관련된 이야기로 채워졌다. 작가는 “책의 내용, 메시지,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책이 나오게 된 과정과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의 자리매김, 저자와 관련돼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런 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으면 책을 훨씬 풍성하게 읽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80년에 13부작 다큐멘터리가 먼저 나왔어요. 지금 여러분이 유튜브에서 보실 수 있는 버전은 1990년대에 만들어진 버전이에요. 1980년에 나온 오리지널이 아니고 약간 보충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사진도 최신의 것으로 교체를 했고, 다큐멘터리 뒤에는 칼 세이건이 나와서 10년 사이에 변화된 것들을 설명해요. 책은 다큐멘터리가 나온 뒤에 출간됐는데요. 굉장히 전략적으로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먼저 내용을 퍼트린 다음 언제 책을 출간할지 다 기획을 해서 나온 책이에요.”
그는 『코스모스』 가 다른 책, 작가에 미친 영향들을 이야기했다. 특히 『온도계의 철학』 을 쓴 장하석 교수는 서문에서 “칼 세이건(Carl Sagan) 교수의 『코스모스(Cosmos)』 라는 책은 과학에의 열정을 키워주었을 뿐 아니라, 저의 정치적, 철학적인 세계관에까지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명현 작가는 “이런 예들을 엄청 많이 찾을 수 있다. 그것만 봐도 『코스모스』 가 예사롭지 않다는 게 느껴지실 거다. 그만큼 밀도가 있는 책이다. 그래서 출간 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이 읽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코스모스』 를 처음 읽었을 때 저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어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책을 봤는데, 저는 엄청나게 화려한 화보집으로 생각했어요. 저처럼 아마추어 천문에 매혹되어 있던 아이들에게는 당시에 보이저호가 보내온 최신의 천체 사진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책이었거든요. 제가 하도 『코스모스』 이야기를 하니까 친구들이 책을 빌려가서 읽었는데, 어떤 친구는 문학책이라고 하고 어떤 친구는 철학책이라고 하더라고요. 역사책이라고 하는 친구도 있고요. 저는 진짜 이해를 못 하겠더라고요. 친구들이 과학에 대해서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학위를 다 마치고 나서 강연을 준비하면서 다시 읽어보니까, 제가 예전에 읽었던 그 책이 아닌 거예요. 친구들이 『코스모스』 를 문학책, 철학책, 역사책으로 읽었던 건 사실은 자기가 거기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죠. 그것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단면이었던 거고요. 그만큼 『코스모스』 라는 책이 입체적이고, 어느 시대의 어느 지점에서 읽어도 유효한 책이라는 걸 반증하는 것 같아요.”
칼 세이건의 태도는 ‘휴머니즘’
『코스모스』 를 번역한 홍승수 교수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천체물리학 박사로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퇴임한 후 지난 해에 세상을 떠난 홍승수 교수는 『코스모스』 를 만난 후 자신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말한 바 있다.
“출판사에서 『코스모스』 의 번역을 요청 드렸는데 홍승수 교수님이 계속 거절하셨다고 해요. 이 분은 칼 세이건을 좋아하지 않으셨거든요. 교수가 공부는 안 하고 TV 출연과 인터뷰에 많은 시간을 쓴다고 안 좋게 생각하셨대요. 그런데 계속 번역 의뢰를 받으면서 궁금해지신 거예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다들 『코스모스』 를 호평했던 거죠. 그 후에 번역을 시작하게 되셨는데, 책을 읽으면서 칼 세이건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이후로는 대중적인 활동도 많이 하셨고요. 『나의 코스모스』 라는 책도 출간하셨어요.”
『코스모스』 의 출발점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칼 세이건과 함께 골든 레코드의 제작에 참여했던 팀원들이다. 이들이 만든 레코드는 보이저호에 실려 우주를 향해 나아갔다.
“골든 레코드의 제작에 함께한 6명의 사람들이 있어요. 여기에서부터 『코스모스』 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칼 세이건은 더 오래 전부터 『코스모스』 를 생각했겠지만, 이 책이 나오기 위한 첫 발자국이라고 하면 1977년 6월 1일을 꼽을 수 있을 거예요. 그해 8월에 보이저호가 발사됐어요. 골든 레코드를 만드는 팀의 총 책임자는 칼 세이건이었고요. 드레이크 박사(Frank Donald Drake)와 롬버그(Jon Lomberg)도 팀원이었어요. 드레이크 박사는 전파 천문학자이면서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색하는 사람이었고, 롬버그는 우주에 관련된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로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삽화의 대부분을 책임졌어요. 그리고 그때 칼 세이건의 법적 배우자였던 아티스트 린다 살츠먼(Linda Salzman)이 있었고요. 나중에 칼 세이건의 세 번째 부인이 되는 앤 드루얀((Ann Druyan)과, 당시 앤 드루얀의 약혼자였던 티머시 페리스(Timothy Ferris)가 있었습니다.”
이명현 작가는 『코스모스』 와 칼 세이건에 대한 자신의 단상을 몇 가지 키워드로 소개했다. ‘이별, 경이로움/허무함, 성찰/모험, 삶/휴머니즘, 태도/실천’이었다. 『코스모스』 안에서 광활한 우주, 그 안의 창백한 푸른 점, 그곳에 있는 더 작고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칼 세이건의 성찰이 읽힌다는 의미였다. 작가는 “『코스모스』 를 보면 우주가 얼마나 광활한지 끊임없이 이야기하다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얼마나 소중한가 이야기한다. 그리고 소중한 지구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온다. 무엇을 이야기하든지 계속 인간의 문제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자신이 깨달은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을 때, 경계해야 될 것이 계몽주의적인 태도라고 생각해요. 계몽주의적이고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면 깨달음을 공유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칼 세이건과 『코스모스』 의 태도는 휴머니즘인 것 같아요. 칼 세이건이 주장하는 것이 때로는 과격하고 우리에게 엄청난 용기를 촉구하고 우리를 코너로 몰아넣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금도 이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책 속에서 계속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태도라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한 것 같아요.”
‘북클러버’ 3기와의 두 번째 만남을 기약하며 이명현 작가가 강의를 마무리 지었다. 그가 당부한 한 가지는 ‘정독과 완독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말라’는 것이었다.
“책읽기를 할 때 정독에 대한 강박이 있잖아요. 그런 생각 때문에 혼자서 고군분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독서의 목적도 여러 가지일 수 있잖아요. 학습을 위한 독서가 있을 수 있고, 영감을 얻기 위한 독서, 재미를 위한 독서도 있을 수 있는데요. 그 모든 곳에 정독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강박을 없애고 읽으셨으면 좋겠고요. 책을 읽는 행위는 저자와 일대일로 만나는 행위잖아요. 그렇게 사적이고 개인적인 독서를 하시면서 몇 가지를 메모해 오셨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 또는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거나 정말 동의할 수 없었던 것들. 그런 것들을 메모해오시면 좋겠어요. 저는 책에 있는 부분들을 보충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 올 거예요. 그러면 혼자 생각하고, 같이 생각해 보고, 전문가가 체크해주는 포인트를 듣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고요. 이걸 다 통틀어서 ‘독서’라고 이야기해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북클러버’ 3기와 이명현 작가가 함께 『코스모스』 를 읽는 시간은 3월까지 이어진다. 다음 모임은 2월 20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코스모스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 사이언스북스
우주의 탄생, 은하계의 진화, 태양의 삶과 죽음, 우주를 떠돌던 먼지가 의식 있는 생명이 되는 과정, 외계 생명의 존재 문제 등을 250여 컷의 사진 일러스트와 우아와 문체로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게 묘사한다.
관련태그: 예스24 북클러버 3기, 이명현, 코스모스, 휴머니즘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10,800원(10% + 5%)
12,420원(10% + 5%)
45,000원(10% + 5%)
13,500원(10% + 5%)
15,300원(10% + 5%)
9,600원(0% + 5%)
11,000원(0% + 5%)
12,000원(0%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