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어른의 길목에서 사람을 돌아보는 책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17회)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 『서툴지만 푸른 빛』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 삼천포책방입니다. (2020. 01. 09)
어른의 길목에서 쓴 자기 확립기가 담긴 에세이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 여행하는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서툴지만 푸른 빛』 , 톨콩이 신봉하는 책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 을 준비했습니다.
그냥의 선택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박하 저 | 봄름
박하 작가는 서른 즈음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요. 20대 중반부터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한 글이 180편쯤 된다고 합니다. 여행기를 써서 브런치북 은상을 받은 바 있고, 매월 연재 노동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모아놓은 많은 글들 중에서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들을 뽑아 엮은 책이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입니다. 부제는 ‘어른의 길목에서 쓴 자기 확립기’예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세우기 위해 돌아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결국 박하 작가가 들여다 본 것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첫 꼭지 제목이 「타인에 대해, 실은 나에 대해」인데요. 이 글이 책 전체에서 차지하는 무게가 상당하다고 느꼈습니다. 첫 꼭지부터 깊은 이야기로 쑥 들어가는데, 읽으면서도 ‘이 글을 가장 앞에 놓으신 데에는 이유가 있겠다’ 싶었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계속 첫 꼭지가 떠오르고, 다 읽은 후에도 첫 꼭지를 다시 읽게 됐습니다. 이 글에서 작가는 ‘사람들은 자신을 너무 몰라서 남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세상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를 모르고 상대방만 표현한다면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빼고 전부이다’, ‘타인이 보는 나를 조각조각 모으면 정말로 내가 완성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요. “남을 쓰는 척하며 나를 쓰려고 버둥거린다”는 거죠.
오은 시인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박하는 사람의 움직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사람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다. 스쳐보는 척 살펴보고 흘려듣는 척 새겨듣는다. 아마 혼자 있을 때 그것을 기록하기 시작할 것이다.” 김현 시인은 이렇게 썼습니다. “‘나’를 담은 글, ‘사람’이 담긴 글을 읽으면 사람을 만나고 싶고 무엇보다 나와 마주앉아 대화하고 싶다.” , “박하의 글이 그렇다.”
단호박의 선택
『서툴지만 푸른 빛』
안수향 저 | Lik-it(라이킷)
이 책은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Lik-it(라이킷)’이라는 에세이 브랜드예요. ‘아무튼 시리즈’처럼 요새 에세이를 묶어 내는 브랜드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Lik-it(라이킷)’은 ‘애호 생활 에세이 브랜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요. 지금까지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 『디스 레트로 라이프』 ,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이 출간됐습니다.
안수향 작가는 ‘트래블 포토 에세이스트’예요. 이 책에는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모로코, 필리핀, 미국을 여행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이슬란드는 ‘겨울 섬’이라는 차례로 묶여있고요. 노르웨이는 ‘오래된 가을 노래’라는 제목으로 묶여있어요. 모로코와 필리핀은 ‘여름, 물과 공기의 언어’라는 제목으로 묶여있고요. 미국하고 부산 이야기는 ‘봄, 늦은 귀가’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습니다. 읽으면서 사계절의 느낌이 났어요. 아이슬란드는 겨울의 느낌이 나고, 다시 부산의 본가로 돌아왔을 때는 봄의 느낌이 나고요.
책에 실린 사진이 좋아요. 작가가 ‘트래블 포토 에세이스트’인 만큼 사진들이 매우 좋고, 사진만 보고 있어도 아이슬란드에 가 있거나 필리핀에 가 있거나 빙산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어떤 광대한 것들을 봤을 때 말이 안 나오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 느낌을 작은 책 안에서 받게 될 때가 있고요. 사소한 일, 사소한 일상들 이야기가 많아요. 그런데 웃음이 나오는 것들이 많고요.
마지막 부분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당신의 모든 문제는 일상에 있고 해결방법은 언제나 당신 곁에 있다. 행복도 물론 여기에 있고.’ 안수향 작가가 예전에 배드민턴 선수를 했었는데,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선수생활을 그만두기로 하면서 스스로에게 실망을 했다고 해요. 한계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고 하는데요. 이후에도 연애나 입시, 사내 정치 등에서 실패했던 경험들을 이야기하는데요. 그래서 ‘여행을 꼭 안 가도 된다’는 작가의 말에 본심에서 우러나올 수 있는 무게가 담기는 것 같아요.
톨콩의 선택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
톰 래스, 도널드 클리프턴 저 | 청림출판
이 책에 담긴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갤럽이랑 손을 잡고 만든 통계 책 같은 것이고요. 수백만 명을 아주 오랫동안 추적해서 설문을 하고, 사람들 안에 있는 강한 점(강점)을 34가지 테마로 분류해 놓은 거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사람들마다 잘하는 점도 있고 못하는 점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약한 부분 잘 못하는 것을 보충해서 괜찮은 보통의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그것은 투자한 것에 비해서 가장 투자한 것에 비해서 가장 효과가 덜 드러나는 부분에 투자하는 일이라는 거죠. 사람들마다 타고나기를 잘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강점은 잘 지치지 않고 그렇게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잘 하거나 조금만 투자해도 학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거예요. 그게 그 사람의 재능이고, 재능과 지식과 기술이 합쳐져서 어떤 걸 만들어낸다면 기술과 지식은 습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재능은 흉내 낼 수가 없는 거예요. 사람들마다 재능이 있어요. 강점이라는 게 중요하고, 강점에 투자하는 게 약점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만 기억하시면 되고요.
이 책은 제가 읽은 지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책에 실린 34가지 테마 중에서 저한테 해당되는 5가지 테마를 다 알고 있는데요. 이 책을 사시면 나의 강점이 뭔지 알 수 있는 인터넷 테스트를 할 수 있어요. 테세트에 사용되는 아이디가 적혀 있는데, 아이디는 한 번 밖에 못 쓰기 때문에 중고책을 사면 아무 소용이 없고 새 책을 사셔야 아이디를 얻게 됩니다. 테스트만 하고 싶어서 아이디를 따로 사시면 책값보다 더 비쌉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사야 되는 이유가 생기는 건데요(웃음). 저는 이 책을 아주 신봉합니다. 그래서 저와 가까운 사람들한테 이 책을 사주고 한 번 테스트 해보라고 궁금하다고 이야기하고는 해요.
이 책은 사람들마다 본원적으로 갖고 있는 테마들을 뽑아주는데요. 제가 갖고 있는 테마는 공감, 긍정성, 커뮤니케이션, 최상주의자, 전략이에요. 그 테마에 대해서 하나하나 읽어보면 ‘아, 나는 <삼천포책방>에 잘 맞는 사람이구나’, ‘팟캐스트 진행에 잘 맞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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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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