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책읽아웃] 운이 좋아서 등단했다고 생각했어요 (G. 최은영 소설가)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17회) 『공공연한 고양이』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작가 되고 나서 몇 년 동안 계속 훈련을 했어요.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내 작품을 잘 읽은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잘못된 생각이다’라고 생각해서, 지금은 제 나름대로의 뭔가가 있다고 믿고 있어요. (2020. 01. 09)

 

[채널예스]-인터뷰2.jpg

 


만두라는 고양이는 윤주가 임보하는 고양이와 닮아 있었다. 종도, 성별도 달라서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닮은 부분이 전혀 없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 눈을 감았을 때의 얼굴, 장난칠 때의 표정까지도 비슷했다. 그녀가 올린 글을 모두 읽고 나서, 윤주는 얼굴에 흐른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이 끝이 어떨 것일지를 다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이었다.

 

소설집 공공연한 고양이』 에 실린 최은영 소설가의 단편 「임보 일기」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800x0.jpg

                                                                        

 

 

 

<인터뷰 - 최은영 소설가 편>


오늘 모신 분은 ‘위로의 소설가’로 불리는 분입니다. 다른 존재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감정의 결을 세세하게 그려내는 탁월한 감각을 가지신 분입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내게 무해한 사람』 . 그리고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공공연한 고양이』 로 우리 곁에 찾아온 최은영 소설가입니다.

 

김하나 : 『쇼코의 미소』 가 나온 게 2016년이었던가요?


최은영 : 네, 맞아요.


김하나 :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하신 건 2013년부터인가요?


최은영 : 네. 2013년 겨울에 신인상 당선이 됐고, 진짜 본격적으로 쓴 건 2011년 2학기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김하나 : 2학기라 함은...


최은영 : 제가 대학원 다니고 있을 때 써서(웃음)...


김하나 : 등단을 하기 전까지 ‘내가 등단을 할 수 있을까’라든지, 마음이 불안한 때가 있었을 것 같아요.


최은영 :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데요(웃음)... 글을 매번 쓸 때마다 ‘내가 이걸 완성할 수 있을까,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그때도 계속 했었고요. 등단 자체도 문제이기는 했지만 ‘내가 정말 글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런 생각을 그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김하나 : 저는 그게 궁금했거든요. 등단을 하기 전의 막막함과 등단을 하고 난 뒤에 글을 잘 쓰지 못했을 때의 막막함 같은 게 차이가 있나요? 


최은영 : 아무래도 등단하기 전에는 ‘이게 진짜 내 길이 아니면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이 언제든지 있었어요. 그리고 그때 저는 적은 나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하다가 안 되면 완전히 접어 보자’라는 마음이 있었고요. 그런데 책을 내고 난 다음에는 ‘내가 지금 안 되더라도 더 노력해서 하고 싶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인 것 같아요. 등단 전에도 물론 힘들기는 했어요, 앞이 안 보이니까...


김하나 : 그렇죠, 그럴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내가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정이라든가 격려 같은 것도 없고, 내가 스스로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고, 이럴 때는 정말 막막할 것 같아요.


최은영 : 네, 정말 눈물만 나와요(웃음). 너무 답답하고요. 책을 내고 나서는 조금 더 강한 압박감이 오더라고요.


김하나 : 두 권의 소설집이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고 상도 많이 받으셨잖아요. 등단도 수상과 동시에 하셨고요. ‘나에게 확실히 재능이 있구나, 인정을 받게 되었구나’ 하는 것이 굉장히 소중한 감정이었겠어요.


최은영 : 제가 조금 자신에 대해서 믿음이 없는 부분이 많아서 외부에서 인정을 해준다고 해서 ‘나 정말 잘 썼나 보다’ 하고 생각을 잘 못했어요. ‘내가 운이 너무 좋다, 너무 운빨이다’라는 생각이 너무 강했고 ‘운빨이니까 결국 사람들한테 뽀록나겠지?’ 하고 불안한 게 너무 심했는데요. 작가 되고 나서 몇 년 동안 계속 훈련을 했어요.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내 작품을 잘 읽은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잘못된 생각이다’라고 생각해서, 지금은 제 나름대로의 뭔가가 있다고 믿고 있어요.

 

김하나 : 올해에 나온 책이 마침 동물에 대한 이야기들이에요.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공공연한 고양이』 가 거의 동시에 출간이 됐는데, 두 권이 책 크기도 비슷하고 동물 그림이 표지에 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공연한 고양이』 는 소설집이죠. 열 분의 작가가 고양이에 관한 짧은 소설을 쓴 책인데요. 이 책은 본인의 소설집을 내실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최은영 : 제 소설집을 낼 때는 너무 부담스럽고(웃음), 제 이름으로 제 글만 실리니까 너무 무겁고 걱정된다면, 다른 작가님들과 같이 묶어서 내는 책은 되게 기분 좋고 가벼운 마음으로 내는 것 같아요.


하나 : 쓰실 때는 기분 좋게 쓰셨어요?


최은영 : 쓸 때는 제가 올해 조금 힘들어서... 올해 글쓰기가 조금 어려워서 ‘내 머리가 고장 났나? 머리가 손상됐나?’라는 생각이 있어서, 글을 쓸 때 조금 힘들었어요. 이번에는 짧은 글을 쓰더라도 잘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풀어낸다’는 의미에서 좋았던 것 같아요.


김하나 : 뭔가 안 풀리는 것 같고 막막하고 어디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 편의 글을 써냈다는 느낌 같은 거군요.


최은영 : 네.

 

김하나 :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는 저도 참여를 했었는데, 작가님 글을 읽으면서 정말 좋았어요.


최은영 : 감사합니다. 저도 작가님 글 너무 잘 읽었어요.


김하나 : 고맙습니다. 쌍방 칭찬을 하는 분위기가 됐네요. 제가 그 글에서 ‘최은영 작가님이 참 좋다’라고 느꼈던 것은, 자기 자신을 작게 두려는 마음 같은 거라고 할까요.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 동물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곳에 자기를 두는 느낌, 저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2016년에 『쇼코의 미소』 를 다 읽고 나서 뭔가 알 수 없는 한숨을 내쉬면서 책을 가슴에 끌어안았었는데, 그러면서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어서 너무 좋아’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책읽아웃>을 오래 하다 보니까 이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순간이 오네요(웃음).

 

김하나 : 공공연한 고양이』 에 쓰신 「임보일기」라는 단편을 보면 ‘윤주’라는 화자가 구조한 고양이를 임보하면서 입양처를 찾잖아요. 입양을 원한 ‘그녀’가 연락을 해 오는데, 이 사람은 “이 끝이 어떨 것일지를 다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이었죠. 입양을 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다시 고양이가 상처를 받는 이야기들이 있으니까 ‘윤주’는 조심스러웠는데 ‘그녀’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이 사람이라면 괜찮겠다’라는 생각의 변화 같은 게 보이는 이야기인데요.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작가님도 ‘마리’를 떠나 보낸 경험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그녀’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아실 것 같은데, 이 작품을 쓰실 때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최은영 : 작품을 쓸 때는 괜찮았어요. 괜찮았는데 아무래도 그때 생각이 많이 나고, 그런데 그 친구가 간 지가 벌써 6년 반이 됐으니까 조금 거리가 있고요. 그런데 소설에 나오는 인물이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가 죽고 나서 다시 새로 입양을 하려고 하잖아요. 저도 그런 상황이 있었어요. 그 친구가 가고 나서 그게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아이가 너무 일찍 갔으니까 내가 줄 사랑이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도 크게 들었고, 그래서 내가 떠난 아이한테 직접적으로 해줄 수는 없지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그 아이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를 입양해서 사랑을 주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다시 ‘포터’라는 아이를 입양했거든요.


김하나 : ‘마리’가 떠나고 난 뒤에 ‘포터’가 온 거군요.


최은영 : 네. 제가 거의 한 달 조금 더 지나고 나서 재입양을 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서 썼던 것 같아요.


김하나 : ‘마리’는 너무 어릴 때 갔죠. ‘마리’에 대한 이야기가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에 나와 있는데, ‘마리’가 너무 어리고 순하고 무릎 위에서 애교도 부리고 하던 아이가 떠나가고 나서 거의 6년을 매일 같이 그 아이를 생각했다고 쓰셨는데요. 저희가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이건 너무 강력한 사랑이다’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작가님도 예전에는 ‘동물에 대한 사랑이 사람이랑 같나’라고 생각하고, 강아지를 잃고 한 달 넘게 울었다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랬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깊이 동조를 하거나 그 마음이 어떨지 알게 되거나 하지는 않으셨다고 쓰셨죠.


최은영 : 몰랐죠.


김하나 : 그러면 바뀌게 된 계기는 어떤 거였나요?


최은영 : 첫 번째 고양이 ‘레오’를 대학교 2학년 겨울에 데리고 왔는데, 같이 살다 보니까 되게 사랑하게 되잖아요.


김하나 : 어디에서 데리고 오셨어요?


최은영 : 인터넷에서, 싸이월드에서 데리고 왔어요(웃음).


김하나 : 싸이월드에서 누가 ‘냥줍’을 해서?


최은영 : 네, 그래서 어떻게 저떻게 해가지고 데리고 오게 됐는데, 그때는 고양이에 대해서 아는 것도 하나도 없었어요.


김하나 : 그렇죠. 그때가 언제였죠?


최은영 : 2003년이요.


김하나 : 저의 첫 고양이가 2006년에 왔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고양이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몰랐었어요. 2003년이었으면 그보다 더 전이잖아요. 그런데 작가님의 글에 따르면 어렸을 때는 고양이를 되게 무서워했고 골목에서 고양이 소리가 나면 피해서 다니고는 하셨다고 읽었는데, 어떻게 ‘레오’를 데려오게 되신 거예요?


최은영 : 저는 성묘를 되게 무서워했어요. 그런데 ‘레오’의 1개월 때 사진이 있었는데, 아깽이가 성묘랑은 다르잖아요.


김하나 : 아깽이의 마력에 빠지셨군요.


최은영 : 네, 너무 귀여워서 고양이가 뭔지도 모르고 아이를 데리고 와서 제가 미안한 게 많아요. 뭘 몰라서 처음에 나쁜 사료도 먹이고 여러 가지 못해준 게 많아서...


김하나 : ‘레오’는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최은영 : 16년하고 1개월 됐어요.


김하나 : ‘레오’가 작가님의 세계를 바꿔놓은 거군요.


최은영 : 네, 바꿔놨죠.


김하나 : 그리고 엄청나게 강렬한 사랑을 느끼기 시작했고요.


최은영 : 네.

 


 

 

공공연한 고양이최은영, 조남주, 정용준, 이나경, 강지영 저 외 5명 | 자음과모음
우리에게 친숙하고 소중한 존재가 된 ‘고양이’에 관한 열 편의 짧은 소설을 모은 작품집이다. 제목 ‘공공연한 고양이’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 ebook
    쇼코의 미소 <최은영> 저

    10,200원(0% + 5%)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ebook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저

    10,200원(0% + 5%)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ebook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김하나>,<이슬아>,<김금희>,<최은영>,<백수린>,<백세희>,<이석원>,<임진아>,<김동영> 공저

    9,100원(0% + 5%)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ebook
    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조남주>,<정용준>,<이나경>,<강지영>,<박민정>,<김선영>,<김멜라>,<양원영>,<조예은> 공저

    9,100원(0% + 5%)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차가운 위트로 맛보는 삶의 진실

문장가들의 문장가, 김영민 교수의 첫 단문집. 2007년부터 17년간 써 내려간 인생과 세상에 대한 단상을 책으로 엮었다. 예리하지만 따스한 사유, 희망과 절망 사이의 절묘한 통찰이 담긴 문장들은 다사다난한 우리의 삶을 긍정할 위로와 웃음을 선사한다. 김영민식 위트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는 책.

누구에게나 있을 다채로운 어둠을 찾아서

잘 웃고 잘 참는 것이 선(善)이라고 여겨지는 사회. 평범한 주인공이 여러 사건으로 인해 정서를 조절하는 뇌 시술을 권유받는다. 그렇게 배덕의 자유를 얻으며, 처음으로 해방감을 만끽한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조금 덜 도덕적이어도’ 괜찮다는 걸 깨닫게 해줄 용감한 소설.

그림에서 비롯된 예술책, 생각을 사유하는 철학책

일러스트레이터 잉그리드 고돈과 작가 톤 텔레헨의 생각에 대한 아트북. 자유로운 그림과 사유하는 글 사이의 행간은 독자를 생각의 세계로 초대한다. 만든이의 섬세한 작업은 '생각'을 만나는 새로운 경험으로 독자를 이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생각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삶

베스트셀러 『채소 과일식』 조승우 한약사의 자기계발 신작. 살아있는 음식 섭취를 통한 몸의 건강 습관과 불안을 넘어 감사하며 평안하게 사는 마음의 건강 습관을 이야기한다.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삶을 통해 온전한 인생을 보내는 나만의 건강한 인생 습관을 만들어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