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장인이다
『조선 직장인 열전』 프롤로그
‘왕’이라는 CEO를 모시며 직장동료들인 ‘대신’과 함께 ‘조선’이라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해나갔던 그들의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줄까? (2019. 12. 03)
들어가며-
나는 직장인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 곧 대학교 졸업을 앞둔 나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마트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었다. 취업의 문을 두드렸다가 쓰디쓴 실패를 겪고서 일단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호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 그렇게 심기일전을 하고서 한국에 돌아와 마침내 취업에 성공했을 때 그 기뻤던 감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합격자 통보 안내를 받고서 너무 좋아 집에서 방방 뛰어다녔으니 말이다. 이제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부푼 기대로 내 생애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직장이란 내 생각만큼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난생 처음 해보는 회계 업무는 어렵기만 했고 엄격한 위계질서가 있는 조직 생활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토록 힘들게 들어온 직장이건만 다 팽개치고 나가고 싶다는 욕구가 종종 치밀어 올랐다. 그때마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위로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조직에서 중간 허리쯤 되는 연차가 되었다. 지난 9년 동안 계속 해왔던 회사 일이건만 여전히 직장은 내게 쉽고 만만한 곳이 아니다.
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역사에는 우리 선조들이 겪었던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있다. 오늘의 현재를 만들어오기까지 그들이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역사 속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그렇기에 흔히 역사를 통해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을 배운다고 말한다. 역사학자 카(E.H.Carr)의 유명한 말처럼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인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들여다보고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나와 같은 직장인들이 역사를 통해 배울 점도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안고 역사 인물들의 일대기를 다시 한 명씩 찬찬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저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위대한 위인으로만 생각했던 그들의 삶 속에 감추어져 있던 직장인 스토리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도 직장인이었다
조선시대에 오늘날과 같은 현대적 의미의 회사는 없었겠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모여 조직 생활을 하던 곳이 있다. CEO인 임금 밑으로 정1품부터 종9품까지 단단한 위계질서를 갖추고 있었던 조선 정부이다. 그곳을 거쳐 갔던 무수히 많은 역사 인물들은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들은 고된 취업 준비를 거쳐 과거라는 시험을 통해 입사했고, 성실하게 일한 보상으로 승진의 기쁨을 누렸으며, 때가 되면 은퇴를 하였다. 물론 직장 생활 중간에 스스로 사표를 내거나 원치 않게 사임을 해야 했던 직장인도 있었지만 말이다. 뛰어난 실력에 눈치백단까지 갖춘 직장인이 있던가 하면, 자신을 끌어주는 좋은 상사를 만난 행운의 직장인도 있었다. 평판 관리를 잘하지 못해 결국 잘려 나간 직장인도 있었고,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설화(舌禍)에 휘말린 이도 있다. 오늘날 우리 직장 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희로애락이 그들에게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직장인과, 과거를 살았던 직장인 간의 대화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지금 우리는 이런 고민들과 걱정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조선시대를 살았던 당신들도 그런 고민이 있었느냐고, 그렇다면 그 고민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이겨냈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들의 지혜를 구해보고 싶었다. 조선왕조의 개국공신 정도전이나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영웅 유성룡으로서가 아니라, 내 직장 선배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런 기대를 안고 조선의 직장인들과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조선 역사 속 인물들을 철저히 직장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위인이기 이전에 그들 또한 조직에 몸담고 사회생활을 해야 했던, 어쩌면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직장인이라는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다소 독특한 역사책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손 놓고 살았던 역사가 사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역사 속 직장 선배들의 다양한 처세술을 만나보게 해 줄 것이다.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 속에서 직장 내 상사, 동료, 선후배라는 대인관계에 대해 성찰할 수 있게 되고, 평판 관리나 사내정치처럼 현실적인 고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오늘 하루를 또 살아내야 하는 직장 생활은 여전히 만만치 않지만, 존경하는 위인들도 힘든 직장 생활을 이겨냈던 우리 선배라는 사실이 큰 위로를 준다. 이제 그 위인들의 삶에 한 발자국 더 들어가보자. 그리고 그들의 직장 생활 스토리를 들어보자. 위대한 위인들도 나처럼 아등바등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던 직장인이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하며 그 안에서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글을 쓸 수 있는 건강과 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또한 평범한 직장인도 책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해준 이상민 작가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주말마다 글을 쓴다는 핑계로 서재에 틀어박힌 무심한 남편을 묵묵히 격려해준 아내, 그런 아빠를 보며 환하게 웃어준 아들에게 나의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당장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던 마음을 다시 부여잡고, 나의 가정을 그리고 나의 미래를 위해 묵묵히 직장 생활을 견딘 이 땅의 모든 작은 영웅들, 직장인에게 이 책을 바친다.
조선 직장인 열전신동욱 저 | 국민출판사(선한청지기)
‘왕’이라는 CEO를 모시며 직장동료들인 ‘대신’과 함께 ‘조선’이라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해나갔던 그들의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줄까? 당장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고 오늘을 빛낼 ‘묘안’을 떠올린다.
<신동욱> 저13,500원(10% + 5%)
조선 위인들의 삶을 통해서 배우는 직장에서 견디고, 버티고, 승리하는 비법! 500년 조선을 움직인 것은 한 국가를 책임졌던 왕과 그에게 고용된 여러 대신들이었다. 그들도 녹祿을 받는 직장인이었고, 조선이라는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같이 치열하게 고민하는 삶을 살았다. 역사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