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건순 "가장 현실적인 동양철학, 법가"
『한국에서 법가 읽는 법』 임건순 저자 인터뷰
공맹만 이야기하고 가끔 노장을 곁들이는 것만으로는 제자백가가 얼마나 역동적이었는지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묵가, 병가, 법가도 공부해서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2019. 12. 02)
열강 중인 임건순 저자
중국의 전국시대는 말 그대로 끊임없는 전쟁의 시대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고난과 혼란 속에서 역사상 가장 화려한 사상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지러운 세상을 안정시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많은 사람이 치열하게 성찰한 결과다.
제자백가 가운데 법가는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을 제시했고, 법가를 수용한 진나라는 전국시대의 절대강자가 되었다. 그런데 강력한 전제군주 진시황의 이미지 때문인지, 진 멸망 후 사상계의 주류가 된 유학자들의 왜곡 때문인지 법가와 그들이 행한 법치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다. 백성을 억압하는 가혹한 통치술, 전제정치를 추구한 권모술수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법가 읽는 법』 은 법가 사상을 보는 새로운 접근을 제안한다. 젊고 당찬 동양철학자 임건순 저자는 유가 중심의 이해에서 벗어나 보면 제자백가는 더없이 다채로운 종합 사회과학이라 말한다. 특히 ‘법은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는 법가의 외침은 2200년 전 과거가 아닌 지금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일갈처럼 들린다. 현실 너머 막연한 이상이 아닌 현실을 보는 근대적 철학이었던 법가. 임건순 저자와 함께 ‘법가’의 매력에 빠져 보자.
벌써 11번째 책인데요, 이제까지 제자백가, 또 동양철학에서 비주류로 인식됐던 법가, 병가, 묵가에 관한 책을 일관되게 집필해 오신 듯합니다. 어찌 보면 역사에서 소외당하고 무시되었던 영역인데, 지속적으로 이들 주제에 천착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주로 유가만 공부하거나 공맹과 성리학 위주로만 연구를 많이 했죠. 그러면서 동양철학 연구에 편식, 불균형이 심했는데 저는 ‘비주류’ 동양철학자들을 많이 연구했습니다.
이유는 대략 3가지입니다. 먼저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제자백가 시대에는 정말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고 그 목소리들이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다원성과 역동성이 그 시대 철학의 백미죠. 그러니까 백가쟁명이라고 한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주로 공맹만 이야기하고 가끔 노장을 곁들이는 것만으로는 어떻게 백가가 쟁명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연구하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왜곡되지 않게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묵가, 병가, 법가도 공부해서 대중과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로 중국과 일본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한국이야 공맹과 성리학만 가지고 이야기가 가능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인들의 모략적 사고, 모택동과 시진핑으로 상징되는 강한 지도자의 하나의 중국, 일본인들이 가진 직업정신과 우리보다 빨랐던 근대화. 이런 것들은 공맹과 성리학으로 포섭이 안 됩니다. 손자를 읽어야 중국인의 속을 알 수 있고 양명학을 알아야 일본인의 직업정신을 알 수 있는데, 편협한 동양철학 공부는 동아시아 세계를 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외려 방해만 되죠. 중국 같은 경우는 우리 삶의 상수예요. 그러니 제대로 알고 파고들어야 하는데 불균형이 심한 동양철학 연구로는 독자가 중국이란 세계를 제대로 조망하도록 도와줄 수가 없습니다. 세계를 제대로 품기 위해서 더 넓게 공부하고 소외된 철학을 연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통 동양철학 하면 ‘우리 것이니 소중한 것이고 현대사회, 문명이 만들어 낸 문제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면 긍정의 노선과 ‘필요 없다. 서구 사상과 문화, 가치관이면 충분하니 없어도 된다’는 전면 부정의 노선 2가지가 대립해 왔습니다. 2가지 모두 극단적인데, 저는 동아줄처럼 여기는 것도 틀렸다고 보고 모두 버려야 한다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선 현대적 가치와 근대적 가치를 기준으로 해서 선별적으로 시민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첫 번째 노선에 동의 못 합니다. 다음으로 법가와 묵가는 개인, 계약, 신뢰 등을 말하고 양명학은 근대적 자아와 유사한 이야기를 하고, 병가는 입체적 분석의 힘을 말하는데, 이것들은 잘만 활용하면 한국 사회 근대화의 정도를 높이고 나아가 합리성을 높이는 데 크게 써먹을 여지가 있거든요. 근대화, 그러니까 제대로 된 근대성의 확립을 위한 동양철학 연구가 제 노선이라면 노선인데, 그래서 법가와 묵가, 병가, 양명학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곧 명가 공부도 좀 해 볼 생각입니다.
페이스북, 최근에는 유튜브까지 시작하시며 공부한 내용을 독자와 나누고 소통하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SNS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청해 듣고 싶습니다.
아시겠지만 대학이란 공간이 사회적 기능을 상실하기도 했고, 저는 뭐랄까 젊은 세대에게 언어가 없다는 점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386을 청산하고 넘어서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데, SNS에서 젊은 분들과 소통하는 것은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공유하고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손자』와 『논어』 연구의 최고권위자 리링 선생과 함께 토론회에서
앞서 쓰신 책을 살펴보면 밑바닥 사람들에 대한 진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이런 애정과 집필하신 책이 연결되는 맥락이 있는지요?
주변에 못 배우고 못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늘 그런 친구, 이웃들 생각을 하는데요, 묵자에 대한 책에는 그런 의식이 더 많이 투영되었죠. 묵가만이 아니라 책을 쓸 때 늘 춥고 배고픈 사람들, 음소거 처리된 고통을 안고 사는 분들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가독성을 철저히 신경 씁니다. 쉽게 읽혀야 한다. 간명하고 쉬운 언어여야 한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고졸자도 읽을 수 있게 문턱을 낮춘 철학 공부와 고전 읽기를 지향합니다.
꽤 많은 동양철학 교양서를 써 오셨는데, 책의 분량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번에 내신 『한국에서 법가 읽는 법』 은 단출한 분량이네요. 이렇게 작은 책의 출간을 시도하신 이유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만?
이번 책은 『월간 법무사』에 연재했던 글을 토대로 썼습니다. 양은 많지 않지만 법가 철학 가이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개론서라 생각해서 한 권으로 엮었습니다. 법가를 처음 접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으로 먼저 맛을 보시고 다른 심화서, 학습서로 넘어가시면 되겠습니다.
초기에 쓰신 책 중에 류현진 선수를 다룬 야구책도 있더군요.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스포츠에 애정을 가진 분이란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야구책을 쓰던 분이 어떤 경로를 거쳐 본격적인 동양철학 교양서를 쓰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약자가 강자에게 자신 있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유일한 장이 스포츠라고 생각해서 많이 좋아했는데, 스포츠 분야는 선수 출신이 아닌 이들에게 너무 배타적이고 제 영혼 하나를 불사를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원래부터 동양철학 공부를 좋아했습니다.
철학 교양서를 쓰시는데, 책을 읽다 보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늘 담으시는 듯합니다. 요즘 한국 사회가 돌아가는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일단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이, 전 대중 교양서를 쓰기도 하지만 학술서를 쓴다는 자의식을 버린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묵자와 손자에 관한 책, 노자에 관한 책, 올여름에 나온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까지 모두 학술서적인 성격을 담으려고 했고 전공자들에게도 참고가 되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쉽게 읽히게는 하지만 밀도와 체계, 양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학술 교양서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려고도 합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준내전상황, 커다란 전환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로 많이들 싸우는데 구도가 재편되었으면 합니다. 성 안 vs. 성 밖, 전근대세력 vs. 근대세력 이렇게요. 성 밖의 국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고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시대착오적인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운동권들, 386들이 청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보기 드물게 동양철학을 일관되게 교양서로 풀어내는 저자십니다. 앞으로 어떤 책들을 쓰실 계획인지, 장기적인 집필 방향이 있으면 들려주세요.
중국 상업, 중국 상인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볼까 합니다. 경제 분야 이야기를 하면 많이들 미중분쟁에 관심을 갖지만 저는 한국과 중국 간의 경쟁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고 진짜 문제라고 봅니다. 제가 중국 관련 책을 좀 쓰다 보니 제 책을 읽으시는 독자 중에 중국 관련 사업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제 책을 보시고 후기를 쓰고 남길 때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우리의 비교우위가 상실되면 끔찍한 세상이 올 거라고요. 후손들이 걱정된다고요.
어떻게든 우리가 중국을 알고 그들의 장점과 힘을 마주하며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우선 중국의 상업 전통을 살피고 있고 상인들이 저마다 철학과 문화를 갖고 부를 일궈 온 역사를 주목해 보고 있습니다. 송나라 때, 명?청 시절에 어떻게 상업이 흥했고 산서상방과 안휘상방이 어떻게 위명을 떨쳤는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상업에 관한 책을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법가 사상가 상앙에 대한 책, 제자백가들의 유세 전략에 대한 책, 양명학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늘 최선을 다할 겁니다.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란 책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 동양철학자. 단순히 제자백가 철학, 동양사상을 말하고 저술하고 강연하는 게 아니라, 제자백가와 동양철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통찰의 근육을 가지도록 도우려 하고 있다.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오자, 손자를 넘어선 불패의 전략가』 『순자, 절름발이 자라가 천 리를 간다』 『동양의 첫 번째 철학, 손자병법』 『생존과 승리의 제왕학, 병법 노자』 『세, 동아시아 사상의 거의 모든 것』 『대학, 중용』 『도덕경』 등을 썼으며, 『한비자, 정치의 필연성에 대하여』가 곧 출간될 예정이다. [유튜브 동양철학대학교]란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많은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한국에서 법가 읽는 법임건순 저 | 유유
법불아귀, ‘법은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는 법가의 외침은 2200년 전 과거가 아닌 지금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일갈처럼 들립니다. 법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우리 사회의 모습이 더 또렷하게 읽히고, 법대로 굴러가는 사회의 청사진이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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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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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는 어떻게 기나긴 분열을 끝냈을까? 중국의 전국시대는 말 그대로 전쟁의 시대였다. 끊임없는 전쟁으로 민중의 고통이 극에 달하고, 지배층 또한 외환이나 권력 다툼으로 비명횡사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고난과 혼란 속에서 역사상 가장 화려한 사상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지러운 세상을 안정시키고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