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연말을 기다리며 읽으면 좋을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110회)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안녕』, 『당신 생각은 사양합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19. 11. 21)
프랑소와엄 : 경사 났어요! 오은 시인님, 대산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불현듯(오은) : 실은 수상 소식을 기자간담회 일주일 전에 들었는데요. 절대, 가족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 다음날이 저희 지난 방송 녹음 날이었거든요.(웃음) 일주일 동안 묵언수행을 했어요.
캘리 : 청취자 분들을 위한 좋은 소식도 있어요. ‘책읽아웃 모꼬지’가 열립니다. 청취자 15분을 모실 예정이고요. 소규모 단합대회 느낌으로 자기 소개도 하고, 퀴즈도 하면서 친분을 다지는 시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프랑소와엄 : 12월 20일(금) 저녁 7시에 만날 텐데요. 숙박을 원하시는 분들은 ‘채널예스 문화행사초대 게시판’에 신청하실 때 ‘(숙박)’이라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불현듯(오은) : 오늘 주제는 ‘연말을 기다리며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김상혁, 김소형 외 18명 저 | 아침달
‘댕댕이 시집’이에요. 20명의 시인들이 같이 생활하고 있거나 생활했던 반려견과의 사연을 산문에서 이야기하고요. 거기에 걸맞은 시를 두 편 담았어요. 각 챕터 표지에는 시인과 반려견의 캐리커쳐가 실려 있죠. ‘여는 글’에서 유계영 시인이 이렇게 썼어요. “개들은 항상 그런 식이다. 인간보다 더 맑게, 인간을 용서할 줄 안다. 행복할 때에도, 슬플 때에도 솔직하게 흔들리는 꼬리처럼.” 실제로 책을 읽고 나면 저마다 이름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개들이지만 이들이 함께 사는 사람들과 나누는 상호작용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돼요.
재미있는 것은 반려견의 이름이었어요. 이름들이 어쩜 다 이렇게 예쁜지 모르겠어요. 이름과 관련된 최현우 시인의 시 「코코, 하고 불렀습니다」를 읽어드리고 싶어요.
가장 쉬운 이름을 골라주었지/다른 이름을 가졌던 네가/같은 상처를 생각할까 봐//마음에 드니?/내가 너와 살아도 되겠니?//지하주차장 버려진 박스 속에서 나를 따라온/나의 강아지//?코코, 저기 봐/코코 오락실 코코 헤어 코코 슈퍼 코코 살롱/세상에는 코코가 참 많아//?짧고 단순하고 반복하는 발음처럼/네 마음이 네게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최현우, 「코코, 하고 불렀습니다」 일부)
이렇게 시가 몇 편 실려 있고, 반려견과의 일화를 담은 일화가 이어지는데요. 일화는 안미옥 시인이 쓴 ‘여름이’와의 이야기가 좋았어요. “내가 어떤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단지 내가 나여서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것. 가늠할 수 없는 환대라는 게 있다는 것을 개는 알게 해준다.” 이런 거죠. 사람과 사람은 이해관계를 따지잖아요. 그런데 개는 그렇지 않아요. 사람이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랑하고, 보듬어주고 싶은 게 개의 마음 아닐까 싶었어요. 저는 이 책을 읽고 개의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고요. 책에 등장하는 많은 반려견들이 앞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안녕』
안녕달 글, 그림 | 창비
표지도 연말과 잘 어울려요. 겨울밤 같은 느낌인데요. 밤에 스탠드 하나 켜놓고 읽으면서 연말 분위기 잡기 좋은 책입니다. 제목도 그렇죠. ‘안녕’은 반갑게 맞이하는 느낌도 있고, 보내는 느낌도 있잖아요. 연말이 그런 것 같아요. 이 시기가 설레는 이유는 한 해를 보내는 느낌과,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느낌이 함께 있기 때문이니까요. 여러모로 이 시기에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뒤 표지에는 ‘드넓은 우주, 어느 별에서 소시지 할아버지는 작은 개를 만났습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소시지 할아버지와 개의 이야기인데요. 총 4부로, 1부는 소시지 할아버지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이가 들고, 가족을 상실하는 이야기까지를 담고 있고요. 2부는 가족의 상실 이후에 소시지 할아버지가 작은 개를 만나면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게 되는 이야기예요. 오늘은 3부와 4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3부는 혼자 있는 작은 개로 이야기가 시작해요. 소시지 할아버지가 없죠.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혼자 남은 작은 개의 이야기입니다. 이어 4부는 배경을 ‘하늘나라별’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여기에는 자신이 살던 별을 지켜볼 수 있는 관측소가 있습니다. 하늘나라로 간 할아버지가 관측소에서, 3부에서 봤던 작은 개의 일상을 지켜보는 거죠. 작은 개가 겪는 일들을 지켜보다가 끝에 가서는 안심하며 “그래 괜찮아, 이제 괜찮아”라고 읊조리거든요.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사랑과 우정을 생각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만약 어떤 별에 지금은 내 곁을 떠난 사람이 그곳에 살면서 거기 있는 관측소에 들러 가끔 나도 보고, 그러면서 안심도 한다고 상상하면 정말 마음이 따뜻해져요. 덜 외롭고요. 우리가 맨날 이런 생각을 할 수는 없으니까 연말 즈음에는 한 번 이런 생각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프랑소와엄이 추천하는 책
『당신 생각은 사양합니다』
한경은 저 | 수오서재
제목이 아주 단호하죠? 이 책의 카피가 ‘잘해주고 상처 받는 착한 사람 탈출 프로젝트’거든요. 연말이 되면 사람들이 반성도 하고, 어떻게 살지 고민도 하게 되는데요. 우리 모두 착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탈출하고,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져왔습니다. 적당한 사례와 저자의 적당한 자기 고백, 적당한 이론이 균형 있게 담긴 책이라 더 좋았어요.
우선 두 분께 책에 실린 ‘착한 사람 테스트’를 해보겠습니다. 청취자 분들도 함께 해보시면 좋겠어요. 다음 항목에 몇 개나 해당하는지를 세어보시면 돼요. ‘나는 왜 거절을 못 할까’라는 챕터에 나온 내용입니다.
1.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2. 차라리 맞춰주는 게 편하다.
3. 거절하면 상대방이 화를 낼까봐 두렵다.
4. 만나기 싫은 사람의 약속도 거절하지 못한다.
5. 부탁을 거절해서 불편해지는 게 싫다.
6. 거절하면 상대방이 상처 받을까봐 걱정 된다.
7. 몸이 아파서 쓰러질 것 같아도 남의 부탁을 들어주려 한다.
8. 거절해놓고 아무리 생각해도 미안해서 다시 부탁을 들어준다.
책에서는 위 항목 중 5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당신도 착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저자님은 “나를 위한 일이 세상을 위한 일이다”, “나로 사는 데 누군가의 인정은 필요 없다”, “거절해도 죽을 만큼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특히 인정욕구가 큰 분들이 대부분 거절을 어려워한다고 말해요.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좋은 일이지만 내가 언젠가 소진이 되잖아요. 저는 타인이 제 부탁을 거절해도 그 거절이 상쾌할 경우 ‘저 사람은 거절을 해도 내가 오해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믿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거든요. 그 사람이 나를 신뢰하는 거죠. 세상에 나 자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잖아요. 내가 소진되면 타인에게도 안 좋을 수 있으니까요.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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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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