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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도 유효한 1999년 가요 30곡

이즘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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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련미 가득한 가사에 일순간 중독되어 버리고 마는 마성의 멜로디 '워어어 워어어'에는 '그땐 그랬지'류의 아련함이 묻어있다. (2019. 1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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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Z세대는 '온라인 탑골공원'과 '온라인 노인정'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기획이 불러온 유행과는 다르다. 디지털 시대의 신세대들은 '레트로 도서관' 유튜브와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의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세기말을 즐거운 놀이의 도구로 활용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을 아련한 추억으로, 겪어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활용하는 '레트로 퓨처'다.1999년 가요 특집을 기획하는 것은 묘했다. IMF의 구제 금융을 받고 있던 그 시절 한국은 지금의 유튜브 댓글처럼 '여유롭고 행복한 호시절'이 아니었다. 재계 2위 대우그룹이 해체됐고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가 줄줄이 드러났으며 화성 씨랜드 참사 등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동시에 국토 전역에 보급된 인터넷이 새로운 새천년에 주어진 일말의 희망이었다.그 기록과 기억 덕인지 지금부터 소개할 노래들은 20년이 지난 2019년 현재에도 전혀 과거의 유산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지금의 가요계를 만들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으로 소비되는 1999년의 유행가 30곡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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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모 - To heaven

 

20년 전의 발라드는 투박하고 직선적이었다. 지금이야 비교적 웅장했던 스트링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플루트 같은 관악기까지 합세해 유연한 느낌을 도출해내지만, 당시에는 8비트의 정직한 드럼과 간주에서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화려한 기타 솔로가 정석이었다. 'To heaven'은 당시를 대표하는 발라드의 표본이다. 이는 그때의 직설적인 감성을, 자글자글한 텔레비전 화질의 향수를 떠오르게 한다. 섬세한 미성의 보컬, 차가운 음색의 피아노 연주는 언뜻 건조하게 들리지만 꾸밈없기에 순수하게 와닿는다. 각종 상을 휩쓸고 음악 프로그램에서 3주간 1위를 차지하며 '얼굴 없는 가수'에서 당대 최고의 발라드 가수로 만들어준 영예의 곡. (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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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클 - 영원한 사랑

 

새끼 손가락을 들고 '약속해줘'하는 장면은 남녀노소 모두가 안다. 제목은 헷갈려도 누구나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는 '영원한 사랑'은 1집 성공에 이어 핑클의 대표곡으로 자리잡았다. 전주의 피아노와 웅장한 세션 사운드가 지금은 촌스러울지 몰라도 옥주현의 깔끔한 고음으로 완성도를 높였고 전국민이 따라 춤출 수 있는 안무로 대중성을 잡았다. 1999년 서울 가요대상과 가요대전에서 걸그룹 최초로 대상을 받은 것은 가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이다. (임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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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 - 헤어진 후에

 

한일 합작 록 밴드, Y2K의 1집에 수록된 '헤어진 후에'는 그때이기에 유행했고 그때이기에 가능했던, 가요가 담을 수 있는 화려하고 담백한 록 사운드다. 다채로운 기타 소리 위에 흘러나오는 직관적인 가사와 선명한 멜로디 라인. 야다의 '이미 슬픈 사랑', 플라워의 'Endless'와 함께 노래방을 제패한 이 곡은 1980년대의 부활부터 2000년대의 버즈까지 이어지는 록 발라드 시대의 중앙에 위치하고, 그렇기에 정확하게 그 포인트를 담고 있다.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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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큰 타이거 -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서태지와 아이들과 듀스, 업타운과 지누션이 있었음에도 한국인들은 힙합을 잘 몰랐다. 너도 나도힙합 패션을 따라하면서도 기성 가요를 힙합으로 착각했고 랩을 노래의 부수적 요소 정도로 여겼다. 훗날 타이거 JK는 '매일 밤 01'에서 당시 힙합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이렇게 기억한다. '힙합 좀 안다구 젝키춤에 텀블링 현란한 안무'.유년기를 미국에서 보낸 교포 듀오 드렁큰 타이거의 등장은 그런 가요계에 떨어진 불호령이었다. '음악같지 않은 음악을 이젠 모두다 집어치워 버려야 해'라는 호기로운 선언은 김진표가 도운 빽빽한 랩과 경탄의 속사포 영어 랩으로 당위를 얻었다. PC 통신과 언더그라운드로 알음알음 형성되던 한국 힙합 마니아들은 현란한 '진짜 힙합'에 열광하며 '부쳐핸섬(Put your hands up)'을 목놓아 외쳤다. 술 취한 호랑이 둘의 과감한 질문이 한국 힙합을 개안시킨 것이다.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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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 - 돌아와

 

새천년을 앞둔 1999년에는 테크노와 미래지향적 콘셉트가 합쳐진 음악이 쏟아졌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체육대회를 준비하다 접하게 된 댄스 음악의 매력(?)은 잠들어있는 내적 흥을 발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여성 보컬 김태영, 저절로 몸을 흔들게 되는 강력한 리듬은 이 곡의 매력이다. 강원래와 구준엽이 만든 클론 세상은 1990년대를 살았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꿍따리 샤바라', '초련'도 빼놓을 수 없는 곡이다. 댄스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삶에 활력을 주는 존재다. (정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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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태 - 순정

 

이 곡은 나의 첫 사회 경험과 맞닿아 있다. 욕은커녕 소심한 성격에 처음 학교 문턱을 넘던 날 세상은 그저 규율과 엄격함, 그리고 어색함뿐이었다. 정해진 일과를 수행하는 답답한 생활환경 속에서 나의 유일한 탈출구는 이 노래였다. 왜 초등학교 운동회의 단체 군무용으로 이 곡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절 나는 빨간 티셔츠에 소고를 들고 열렬히 뽕짝, 클럽 사운드를 즐겼더랬다. 비련미 가득한 가사에 일순간 중독되어 버리고 마는 마성의 멜로디 '워어어 워어어'에는 '그땐 그랬지'류의 아련함이 묻어있다. 김종민, 빽가가 합류하기 이전의 코요태 원년 멤버가 함께 불렀다.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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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 - 너를 사랑해

 

'너를 사랑해'는 에스이에스 2집(1998)의 후속 활동 곡이었다. 곡의 운명은 여러 번 바뀌었다. 노래는 1집(1997)의 수록곡에서 2집의 타이틀곡으로, 다시 2집의 후속곡으로 조정됐다. 당초 데뷔 앨범을 제작하며 2집을 위해 아껴둔 노래였지만, 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유로 팝 'Dreams come true'에 선두 자리를 밀린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본 노래는 1집의 '('Cause) I'm your girl', 'Oh, my love'에 이어 친근한 콘셉트와 멜로디로 사랑받았다. 지금까지도 에스이에스 하면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건강하고 생기 넘치는 소녀 이미지는 이 곡으로 완성됐다. (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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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 어머님께

 

텔레토비 보던 나를 아이돌로 이끈 곡이다. 이 자장면 송에 추억 없는 사람도 있을까. 어떤 이유로 god에 처음 빠지게 됐는지 까먹었을 만큼 시간이 지났어도 (다음 해에 나온 육아일기 예능이 불을 지폈던 것 같다.) 곡 하나로 좋아했던 god의 잔상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제는 와썹맨으로 더 유명해진 박준형과 그의 홀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박진영이 쓴 노래이나, 투팍과의 표절 논란으로 투팍에게 저작권이 넘어갔다. 요즘 어머님들은 자장면보다 탕수육을 더 좋아하실 만큼 형편이 나아졌지만 가난했고 어렵던 시절 가출 청소년들은 '어머님께'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엄마를 졸라 여보갈비(윤계상 부모님이 운영하던 갈빗집)에 가자고 했는데. (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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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 사랑보다 깊은 상처

 

"크게 라디오를 켜라"던 헤비메탈의 기수는 새천년을 앞두고 알앤비 가수와 '완벽한' 호흡을 뽐냈다. 임재범의 허스키 보이스가 뿜어내는 농밀한 어덜트 발라드 감성은 수많은 메탈 팬들에게 배신감을 줬을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가 정말, '20세기의 음악' 헤비메탈의 항복선언일까. 글쎄. 오히려 이 노래는 우리가 진정한 '한국의 데이빗 커버데일'을 갖게 됐다는 확정판결이 아니었을까. 커버데일이 메탈만 잘 불러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듯, 임재범도 한 그릇에 머물지 않았기에 임재범이지 않을까. 물론 최고급 록 보컬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 박정현의 가창도 일품이다. (조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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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1998년 <Crom's Techno Works>에서부터 보여준 신해철의 테크노 실험은 1999년으로 이어졌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진 크리스 샹그리드와 팀 모노크롬을 꾸렸고, 그 후 나온 앨범이 그의 4집 <Monocrom>이다. 그중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는 신해철이 청춘에게 날리는 육중한 일갈이다. 호통치듯 세차게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를 반복하는 노랫말은 꿈과 갈 길을 잃은 현재 젊은이들의 사정과도 맞닿은 듯, 여전히 그들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자신의 가치에 대한 질문이 끊긴 이 시대에 다시 한번 꺼내 들어볼 만한 노래. 2003년에는 헤비메탈 밴드 크래시가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이홍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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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오티(H.O.T) - 아이야!(I YAH!)

 

일찍이 故 신해철은 '남이 써준 가사로 세태를 비판하는 건 정말 멋없다'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고 사회의 부조리한 면들에 대한 언급을 지속해 갔다. 현실과는 완전히 분리된 채 인위적 판타지만을 제공하는 작금의 케이팝 신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때가 더 도전적이고 과감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1999년 6월에 일어났던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고'를 모티브로 한 이 노래는, 기성세대의 욕심을 비판함과 동시에 삶을 꽃피워보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19명의 어린 영혼을 추모하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트렌드였던 뉴메틀적인 요소와 더불어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과 베토벤의 월광을 삽입하며 웅장함과 비장함을 더하는 등 음악적인 시도 또한 게을리 하지 않은 작품이기도 했다. 사고로부터 불과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기에 더욱 가슴 아프게 들려왔던 이 노래. 아이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재고하게 만들었던 그룹의 걸작이다. (황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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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 미안해 널 미워해

 

2집 <戀人>에 수록되며 1998년 말에 발매됐으나 수록곡 '미안해 널 미워해'는 발매 이후 장기간을 인기곡으로서 보냈다. 그보다 이른 시점에 밴드는 이미 'Hey Hey Hey'로 성과를 거두며 이름을 많이 알린 상태였다. 다만 오로지 기존의 성취만이 후속의 성공을 이끌어낸 것은 아니었을 테다. 여기에는 당대의 기타 록 사운드가 있고, 그 너머에는 멜랑콜리한 선율이 내재했으며, 가장 깊은 곳에는 이별의 아릿한 서정이 담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곡 특유의 아릿한 정서와 거친 기타 록 사운드를 특유의 비음 섞인 중저음 목소리로 온전하게 소화해내는 김윤아의 가창이 존재했다. 사람들을 매혹할 요소들은 죄다 갖고 있었기에 곡의 성공에 문제를 제기할 여타 사유는 없었다. 이것으로 자신들의 성공 사유를 일찌감치 확증한 자우림과 김윤아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새삼스럽다. (이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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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 여전히 아름다운지

 

고음을 위해 노래가 만들어지던 1990년대 '대고음시대'에 노래를 위해 고음이 존재하는 몇 안 되는 곡 중 하나다.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그럴 때마다' 등 몇몇 곡을 통해 유희열의 하드웨어로서 역할을 한 김연우가 또 한 번 참여하여 호소력을 더했다. 토이의 디스코그래피에 결정적인 한 방으로 기록된 이 곡은 <A Night in Seoul>을 1990년대의 명반 중 하나로, 유희열을 대한민국의 대표 싱어송라이터로 발돋움하게 했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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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 - 천년의 사랑

 

밴드 부활의 멤버였던 박완규의 '천년의 사랑'은 한국 '록 발라드'의 역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지금이야 록이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고 발라드는 스트링 어레인지가 대부분이지만, 20년 전만 해도 이 둘의 조합은 성공 공식이었다. 특히나 강렬한 하드록 사운드와 고음을 내지르는 보컬에 맞춰 비상하는 기타 솔로, 애절한 가사, 여기에 웅장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현악 오케스트레이션까지 더해진 '천년의 사랑'은 한국인의 정서를 겨냥한 '록 발라드'의 정석이자 노래방 인기곡으로 남아있다.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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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 - 몰라

 

2000년대 들어 섹시의 헤게모니는 핑클의 이효리에게 넘어가지만 김완선 이후 부재하던 '섹시 퀸'은 세기말 인기가 급부상한 엄정화와 함께 주인을 찾는다. KBS 라디오 '가요광장'의 진행을 통해 음악 공력을 쌓던 그는 커플로 수식된 송라이터 주영훈을 만나 가공할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하지만 1999년에 발표한 5집에 수록된 '몰라'의 작곡자는 주영훈이 아닌 '히트제조기' 김창환이었다.그만의 클럽 형 일렉트로닉 댄스비트에다 한번만 들어도 바로 포박당하는 멜로디를 내걸었으니 성공은 예약된 상황. 엄정화 역시 리듬을 끊어 타는 방식, 약간은 비주얼과 맞춘 사이버틱 이미지의, 이전과는 다른 보컬로 접근하는 공을 들였다. 이 곡은 그를 커리어 꼭짓점으로 끌어올려 많은 상품광고모델을 독점했을 만큼 당대 '원탑'으로 군림했다. 영화든 TV든 정말 그때는 엄정화만이 눈에 보였다.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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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 - Tell me, tell me

 

20세기의 추억으로 남을 뻔한 샵을 21세기로 끌어올린 두 번째 앨범 <The S#arp 2>의 타이틀곡으로 선배 그룹 룰라의 이상민이 프로듀싱한 1998년 데뷔작 <The S#arp>의 'Yes' 같은 개성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1집 'Lying'의 댄서블하고 편한 이미지에 힌트를 얻어 이 곡을 쓴 작곡가 박근태와 다시 손잡고 1999년 12월 'Tell me, tell me'로 첫 정상에 올랐다. 이후 같은 앨범의 '가까이'를 비롯해 'Sweety',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등 밝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히트곡으로 전성기를 달렸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세기말 인류 멸망의 전조를 극복한 샵은 팀 내 불화를 이기지 못하고 2002년을 끝으로 세기 초의 기록으로 남았다.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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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복스 - Get up

 

김형석은 그윽하면서도 귀에 빠르게 익을 멜로디를 지었다. 반주는 단출하면서도 적당히 경쾌했다. 서윤경의 가사로 노래는 고혹적인 자태를 냈다. 김조한은 이 성분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도입부에 이어 그가 곳곳에 입힌 애드리브는 노래에 흥과 속도감,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근사한 마감재가 됐다. 이것들이 이룬 시너지로 베이비복스는 이전과 다른 이미지를 갖추는 데에 성공한다. 귀엽고 발랄했던 소녀들이 1년 만에 섹시한 숙녀가 됐다. (한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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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 와

 

'와' 무대의 모든 요소가 세기말의 도상이 됐다. 외눈 부채, 새끼손가락 마이크, 무협지에 나올법한의상과 사이버펑크 스타일링, '설마했던 니가 나를 떠나버렸어'와 거대한 비녀까지. 영화 <꽃잎>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신인배우 이정현은 '와' 이후 '바꿔', '줄래', '반' 등 히트곡을 쏟아내며 'IT 강국의 테크노 여전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는 충격과 파격이 절실했던 IMF 구제금융 시기의 일탈이자 상징적 인물이었다. 누군가 1999년의 가요계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이정현을 보게 하라.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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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 되돌아온 이별

 

그때는 이래도 됐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적나라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뽕삘'이 선명한 선율을 고음으로 내질러도 괜찮았다. 오늘날 누구도 듣지 않는 메탈 기타 리프를 전면에 내질러도 됐다. 적어도 그때의 우리는, 이른바 '힙하고 독특한 것'을 찾아다니며 스스로의 감정을 속이려 하지 않았으니까. 어떤 감정이든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던 시절이었다. 김현정 음악엔 그 모든 솔직함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20년 전 카세트 노점 리어카의 스피커를 울려대던 이 곡이 아직도 사람들의 속을 뻥 뚫어주는 이유다. (조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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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 T.O.P(Twinkling Of Paradise)

 

어릴 적, CD로 이 곡을 처음 접했을 때, 전주에서 클래식이 나와 고장이 난 줄 알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알고 보니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를 샘플링한 곡이더라. 클래식을 현대적으로 소화하고 D.R.C(Dangerous, Risky, Chaos), D.O.P(Delight Of Passion) 등 풀이가 필요한 가사를 사용하는 모습은 파격적이었다. 수준 높은 무대를 제공한 덕분에 1990년대 말 아이돌 홍수 속에서 대중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그룹의 존폐를 두고 나온 2집 <T.O.P>가 그들을 '신화'로 만들었다. (임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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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타임 - 1TYM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다. 2019년만큼 힙합이 여러 경로로 보편화된 시절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류 신 곳곳에서는 힙합을 하거나, 힙합을 표방하거나, 힙합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식의 움직임은 분명히 있었다. '1TYM'으로 등장한 원타임도 그 대종이었다. 국내 메인스트림에서의 힙합을 통시적으로 얘기한다면 우리는 이 곡을 당대의 사례 중 하나로 언급해야 한다. 이어 우리는 향배의 변곡점 중 하나로도 이 곡을 한 번 더 얘기해야 한다. '1TYM'을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원타임은 이어 힙합을 하는 그룹으로 오래 활동해낸 데다, 그룹의 중심이었던 테디는 한 레이블의 음악적 주축으로서 경력의 상당 기간을 보냈다. 또한 곡이 수록된 앨범이자 그룹의 데뷔작 <One Time For Your Mind>의 성공에 힘입어 YG는 블랙 뮤직 레이블로서 연이어 성과를 기록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향후 K-POP 산업의 주축이 되는 연예 기획사로서의 가능성을 점칠 수도 있었다. 요약하자면 1990년대 말, 당시의 음악 트렌드를 대표하면서도 미래의 산업 양태를 여러모로 잠재한 곡이었다. (이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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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인들 - 빙(氷)

 

한 편의 콩트다. 등굣길에 골목길의 깡패한테 돈을 뜯기는 학생의 시선, 학생을 갈취하는 깡패의 시선, 학교 주변을 순시하며 불량배들을 몰아내려는 원로 선생님의 시선을 섞어 시대상을 보여 준다. 교복 바지를 힙합 스타일로 크게 입는 패션의 유행, 학생 인권 신장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많은 학교에 확산된 체벌 금지 조치, 이를 악용하는 학생들 때문에 조심스러운 교사의 모습이 줄지어 나온다. 연기를 하는 듯한 세 멤버의 래핑 덕에 노래는 한층 사실적으로, 익살스럽게 느껴진다. 폴리티컬 힙합과 코미디 랩의 조화! 1999년에는 이런 힙합이 있었다. (한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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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에이 - 섹시한 남자

 

원년 멤버가 해체되고 새로운 멤버로 다시 꾸려진 스페이스 에이의 앨범 <Maturation>의 타이틀곡이다. 당시 테크노가 유행하면서 리듬은 작은 단위로 쪼개지고, 신시사이저를 사용해 중독성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그 중심에 선 팀 중 하나가 스페이스 에이. 제목만 들으면 지금도 익숙한 후렴구가 떠오른다. 화려한 복장의 그들이 춤추고 노래할 때면 덩달아 춤추는 재미도 쏠쏠했다. 게다가 촌스러운 복고풍 사운드가 이렇게나 신날 일인가? 20년이 지난 지금, 테크노의 세계로 우리를 소환한다. (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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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 - 서커스 매직 유랑단

 

갓 스물을 넘긴 나의 각오는 단 하나였다. '학교는 안 가도 공연은 간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당시 내 사회학 교재는 홍대 클럽 문화였고 거기에는 제도권 하 규칙대로만 커온 내가 향유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녹아있었다. 그중 매달 빼놓지 않고 참여했던 게 바로 크라잉넛의 공연이었다. 그러면서 확신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그들의 음악에는 '향수'가 '낭만'이 있다는 거였다.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크게 따라 부르기 좋을, 잘 불러도 못 불러도, 땀 흘리며 함께 할 수 있는 외침과 아코디언이 전해주는 멜랑꼴리함이 특유의 서정성을 뽐낸다. 벌써 발매 20년이 되었다니. 노래와 함께 흘러가는 삶이 새삼 꽤 근사하게 느껴진다.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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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너를 보내고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자주 부르곤 했다. 멜로디가 따라 부르기 쉬워서인 것도 있지만, 차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마냥 좋았었다. 연인의 사별이라는 비참한 주제는 절로 가슴이 미어지는데, 그걸 감정의 과잉 없이 담담한 가사로 풀어내어 더욱더 아련하게 다가온다. 세차게 힘을 가하는 강한 록 음향과는 대조적으로 여리고 부드럽게 자리한 비유 표현들도 슬픈 감성을 짙게 하는 포인트. 1994년 1집 수록곡이었던 이 노래를 1999년에 리메이크해 발매한 건 신의 한 수였다. 가장 사랑받는 윤도현의 노래 중 하나다. (이홍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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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 시작

 

<응답하라 1994>에서 고아라가 이 곡을 부른 덕에 다시 박기영의 음악을 꺼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곡에 얽힌 일을 생각할 때면 마음이 복잡하다. 데뷔 초였던 박기영은 자신이 만든 곡을 내세우지 못하고 작곡가가 쓴 곡을 불러야 했다. 그래서 일본 밴드인 브릴리언트 그린의 'There will be love there'을 표절했다는 의혹은 고스란히 그가 받게 되었다. 이후 발매된 5집의 '나비'는 어린 나에게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매력을 알려준 소중한 곡이다. 박기영은 자신을 표절 논란에 휘둘리는 상태로 방치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자작곡을 발표했고 또 좋은 곡을 만들어내며 성장했다. (정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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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 P.S. I love you

 

2011년도 방영한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자신의 곡 '꿈에'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능수능란하게 열창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랑카랑한 목소리, 워낙 충격적인 탓에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는 장면이다. 그런 그의 1집 <Piece>에 수록된 'P.S. I love you'는 데뷔작임을 고려하면 또 다른 의미의 놀라움이다. 미묘하게 앳된 모습을 띠고 있지만 이미 완성형으로 다듬어져 있는 특유의 소울틱한 보컬과 신비로운 감각. 정말 신인의 목소리가 맞는지 싶다. 그가 요정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이유를 알 것 같다.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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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상자 - 신부에게

 

'신부에게'를 발표하기 전부터 유리상자는 결혼식 축가 게스트로 유명했지만 이때는 주로 해바라기나 한동준의 노래를 불렀다. 1999년에 공개한 3집을 완성하기 직전에 박승화는 자신들의 노래로 결혼을 축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세준과 음반사 대표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부랴부랴 노래를 만들어서 3집에 수록한 곡이 '신부에게'. 박승화가 멜로디를 만들고 이세준이 가사를 쓴 '신부에게'는 이렇게 소심한 욕심으로 탄생해 이제는 거룩한 결혼축가가 됐다. 서둘러 제작하느라 악기 구성이나 사운드 믹싱에 아쉬움이 있지만 20년이 흐른 현재 그 단점은 오히려 레트로 감성을 자극해 유통기한 없는 영생을 얻었다. 지난 5월에 텔레비전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유리상자가 출연한 건 당연했다.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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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 오직 너뿐인 나를

 

지극히 대중지향적인 이승철은 이 무렵 록 밴드 출신과 흔히 연결되는 지르기(shouting)과 쥐어짜기(screeching)와 작별하고 부드럽게 부르기(crooning)에 집중한다. 2000년대 이후 그에게 전성기의 지속가능성을 선사한 '감성창법'이 1999년 라이브 베스트와 함께 엮은 6집에 수록된 이 곡으로 본격화했다. 힘을 빼고 충분히 참으면서 적절하게 흉성과 두성을 배합해 창조한 소프트 앤 멜로는 '보컬 극강'만의 필살기였다.스스로도 얼마 전 한 TV프로에 나와 욕심을 버린 무심(無心)으로 터뜨린 대박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만난 미국의 친구가 곡을 들려줬는데 너무 좋아 술 먹다 말고 집에 가서 밤새 가사를 써서 3일 만에 완성했다.” 나중 재미 작곡가로부터 표절소송을 당하는 곤란을 겪지만 음반 안에 표기한 '작곡가의 행방을 수소문해서 찾으려는 노력' 즉 의도적 저작권침해가 아닌 관계로 합의점을 찾았다. 좋은 곡에 집착하는 '욕심'과 내려놓고 노래하는 '무욕', 그 모순의 드라마틱했던 산물.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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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 이소은 - 기적

 

서동욱과의 전람회와 이적과의 카니발을 거쳐 솔로로 거듭난 김동률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노래. 당시 가수를 준비하던 고등학생 이소은의 앳된 목소리와 김동률 특유의 저음이 조화를 이루는 아리따운 곡이다. 사랑과 믿음에 대한 동화 같은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 때문에 결혼식 축가로서 애용되었으며 당시를 조명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8>에 삽입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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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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