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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엿한 뮤지션으로 - AKMU <항해>

<월간 채널예스>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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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부터 벗어나야 할는지 같이 고민할 뮤지션이 여기에 있다. (2019. 1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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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 YG엔터테인먼트

 

 

지금도 사람 많은 전철에서 다리를 벌리거나 꼬고 앉아 있는 사람을 보면 악동뮤지션의 시작을 알린 노래 「다리 꼬지 마」를 흥얼거리게 된다. 이제는 사라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악동뮤지션의 역사는 시작되는데, 친남매 그룹이자 멤버가 각자가 노래 만들기와 노래하기에 특화된 그룹은 대중가요의 역사를 통틀어서도 유일무이할 것이다. 말하자면 악동뮤지션의 역사는 곧 가요의 역사이며 악동뮤지션의 발자취가 곧 모두의 발걸음인 셈인데, 팬으로서의 단 한 가지 걱정이었던 것은 이 그룹에게 ‘악동’이라는 명사가 이름으로 어울리느냐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돌 그룹에 비해 해체의 걱정이 덜하고, 그래서 오래토록 활동할 그룹이기에 이 걱정의 체감은 더했다. 언제까지 악동일 수 있을까. 언제까지 10대이려나.
 
악동뮤지션는 앨범 아트 및 각종 음원 사이트에 표기되듯 'AKMU'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저 네 글자 알파벳은 여태 악동뮤지션의 줄임말을 영어로 표기한 것이었겠으나, 정규 3집 앨범 <항해>를 통해 비로소 완연한 이름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요컨대 그들은 악동에서 뮤지션으로 이동을 이제 완료한 것이다. 기발하고 안정적인 프로듀싱에 정확하고 청아한 보컬을 겸비한 그룹이 이제야 뮤지션으로 보인다니 당연히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 전의 악동뮤지션과 이번 앨범 후의 AKMU는 분명 다를 것이다.
 
지난 앨범들에 실린 작품들인 「200%」,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리얼리티」, 「DINOSAUR」 등은 주로 10대 소년 소녀의 발랄함과 엉뚱함, 재치를 그린다. 어른의 세계에 진입하기를 망설이는 청소년의 의구심과 상실감이라거나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어린 낭만 같은 것들이 깃들어 있다. 3집 앨범 <항해>는 다르다. 누구나 노래하는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에서부터 어른이 된 자신 앞에 놓인 잔잔한 동시에 광포한 바다를 노래한다. 이렇듯 전철의 매너 없는 인간들에게 「다리 꼬지 마」라고 일갈하던 악동들은 이제와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라고 어엿한 이별을 맞이하는 뮤지션으로 한 차례 성장을 완료한 것이다.
 
찬혁은 이번 앨범의 전반적인 프로듀싱과 함께 수록곡과 같은 제목의 소설  『물 만난 물고기』  를 동시 출간함으로써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로의 족적을 남기고 있다. 수현은 라디오 DJ로, 1인 방송 진행자로 다양한 활동을 능숙하게 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가수로서 존재해야 하는 당위성은 이번 앨범 개개의 노래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뱃노래」에서 수현의 보컬은 대체불가능한 목소리임을 증명하고, 「달」의 가사는 근래 어느 케이팝의 가사보다 시적이다. 「밤 끝없는 밤」은 편안한 목소리의 친구 같고 「시간을 갖자」는 각별한 사랑을 나눈 연인의 목소리 같다. 「FREEDOM」을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멈출 수가 없다.
 
그들이 발표한 거의 모든 음원이 그렇듯이 <항해>의 수록곡도 발표되자마자 차트의 윗줄을 점령했다. 음악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카페나 패션 매장에 가면 실시간 인기곡을 틀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경우 그 목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고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진다. 하지만 AKMU는 다르다. 어느 장소에서든 수현의 목소리는 사람의 귀를 잡아 끈다. 어떤 시간대이건 찬혁의 멜로디와 가사는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이번 앨범은 특히나 그렇다.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AKMU의 또래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어떻게 시작해야 될는지, 어떻게 떠나야 할는지, 무엇으로부터 벗어나야 할는지 같이 고민할 뮤지션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이제 본격적인 뮤지션으로, 풍부한 개성의 아티스트로 다음 차례의 성장을 준비하는 듯하다. ‘항해’를 기본적 콘셉트로 한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에서 찬혁은 커다란 캔버스 앞에 서 있다. 수현은 빈 노트 위에 팬을 잡은 손을 올려둔 채 책상에 앉아 있다. 그들은 그림을 완성하기 못해, 글을 다 못해 괴로워한다. 앨범 아트에서 디자인 요소로 쓰이기도 한 푸른색 회화 작품이 완성되고, 그들은 바다로 나아간다. 이 항해가 되도록 오래 지속되면 좋겠다. 파도와 폭우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악동에서 뮤지션으로 변신을 완료한 그들은 이제 항해 중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것이다. 


 

 

악동뮤지션 - 항해악동뮤지션 노래 | YGPLUS / YG엔터테인먼트
지난 앨범까지는 온전히 홀로서기를 할 수 없던 아이와 청소년이었다면, [항해] 앨범 속 ‘AKMU’는 나를 지켜주던 보금자리를 떠나 사회로 첫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의 모습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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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효인(시인, 문학편집자)

민음사에서 문학편집자로 일하며 동시에 시와 산문을 쓰는 사람. 1981년 목포에서 태어났다. 2006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매일같이 여러 책을 만나고 붙들고 꿰어서 내보내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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