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카모메 식당> 원작자가 알려주는 ‘안 할래’의 마법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 무레 요코 저자 인터뷰
아무리 좋아해도 몸에 안 맞으면 포기해요. 그랬더니 마음이 편안하네요. (2019.11.07)
영화 <카모메 식당>의 원작자 무레 요코 저자가 신간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 로 돌아왔다. 살다 보면, 선뜻 내키지 않는 일도 해야 할 때가 있다. 본심과 다르게 “좋아요!”라고 말하다 보면, 문득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그런 우리에게 “안 할래”를 외치는 저자의 말은 시원한 사이다 같다. 결혼, 출산, 화장부터 인터넷 쇼핑, SNS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하지 않기’ 항목은 다양하다. 자신에게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구별하며 살아야 인생이 평온하다는 무레 요코 저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 는 원제목이 ‘안 할래’예요. 제목이 심플하고 재미있어요. 제목의 의미를 알려주세요.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목은 제가 아니라 담당 편집자가 “이런 제목은 어떠세요?” 하고 제안해준 거예요. 메시지를 일일이 풀어내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전달된다는 게 이유였죠. 제 마음에도 꼭 들어요.
이 책은 일상 속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시행착오를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일상을 문장으로 표현한다는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상이 지겹다거나 지루하다고들 하는데요, 일상생활에는 놀라움, 웃음, 행복, 슬픔이 숨어있어요. 그것들을 발견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요. 물론 슬픔은 적은 게 좋지만요. 커다란 행복만 좇다 자기 주변에 있는 작은 행복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아깝잖아요. 인생의 갈피를 잡기 힘든 사람은 조금 더 발밑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주위에도 눈을 돌려 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커다란 행복만 좇다가 주변의 작은 행복을 발견하지 못하면 아깝잖아요.
이 책에는 온라인 쇼핑, 화장품, 신용카드 등 ‘물건’과 관계된 일화가 많습니다. 작가님은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 중 어떤 걸 추구하시나요?
어느 쪽도 아니에요. 굳이 고르자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지만 잘 안 돼서 매일 노력하고 있달까요?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게, 관리할 수 있는 정도의 물건만 가지고 생활하고 싶어요.
“안 할래!”라고 외치고 싶어도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갈 때가 많습니다. 나한테 맞지 않은 일은 정중히 거절하는 작가님의 노하우를 알고 싶습니다.
상대방한테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게 아닐까요? 솔직하게 얘기하면 상대방도 이해해줄 거예요. 만약 “안 할래”라고 말한 당사자에게 문제가 있고, 상대방이 분별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설명해줄 거예요. 그다음은 인간 대 인간의 허물없는 대화죠. 기본적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지만 몸에 안 맞는 것들이 있습니다. 작가님은 커피를 매우 좋아하지만 마시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이렇게 ‘정말 좋아하지만 몸에 안 맞는 것’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커피의 경우, 시험 삼아 진한 원두를 조금씩 마셔봤는데 매일 계속해서 마시는 건 안 되겠더라고요. 커피 자체는 좋아하지만요. 입으면 따가운 옷이 있어요. 몇 개월 입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계속 입었는데 끝까지 안 맞았어요. 요즘엔 지나치게 참으면 몸이 힘들어요. 아무리 좋아해도 몸에 안 맞으면 포기해요. 그랬더니 마음이 편안하네요.
작가님은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 『느린 생활(국내 미출간)』, 그리고 이번 신간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 를 통해 ‘나답게 나이 먹는 방식’을 이야기해왔습니다. 중년을 맞이한 독자를 위해 생활 팁을 알려주신다면요?
누구나 평등하게 나이를 먹어요. 나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죠.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요? 외모로 보면, 나이가 들어도 피부에 주름이나 늘어짐도 없이 젊음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요. 그렇다고 성형이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그건 개인의 자유니까요. 젊을 때는 없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매력이 있을 거예요.
생활에서는 무엇이든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요. 나이가 들면 생각보다 몸이 쉽게 지치고 짜증이 날 때도 있어요. 체력이 떨어지고 회복이 늦기 때문에 계속해서 무리하면 컨디션이 떨어져서 기분이 언짢고 괜히 표정도 어두워져요. 먼저 자기 몸을 돌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이가 몇이든 좋았던 과거 시절만 되새기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이 즐겁다고 생각하고, 지금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게 최고지요.
작가님은 직장 생활을 거쳐 프리랜서 작가가 되었는데요.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에 직업을 바꾸면서 생기는 변화가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없는 프리랜서의 일상은 어떤가요?
회사원처럼 매일 정해진 루틴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제가 부지런해서 그런 게 아니고요. 함께 살고 있는 21살 초고령 고양이의 생활패턴을 따르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아침 6시 반에 고양이가 깨우러 오기 때문에 이때 눈을 떠요. 그러고는 청소하고 빨래하고 한약을 달이거나 냄비에 밥을 짓거나 하는 집안일을 하고, 8시 반부터 9시까지 아침을 먹어요.
그러고는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하거나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에 접속합니다. 10시 반에는 장을 보고 점심을 만들어 12시 반부터 13시까지 점심 식사를 해요. 13시부터 17시 반까지 일하고요. 일이라고 해서 계속 원고를 쓰는 건 아니고, 자료를 찾거나 일과 관계된 책을 읽기도 해요. 이때 낮잠에서 깬 고양이가 방해하러 오기 때문에 고양이를 쓰다듬거나 놀아주니까,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건 아니에요.
고양이가 일을 못 하게 하기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18시 전에는 일을 마무리합니다. 그러고 나서 저녁을 차리고 19시부터 30분간 텔레비전을 보면서 저녁을 먹어요. 이후 시간은 매일 다르지만 독서, 뜨개질, 바느질 등을 하고 21시 전에 입욕을 마치고, 22시 전에는 이불 속에 들어가 잠듭니다. 이것도 고양이가 침실에 들어가 저를 부르기 때문이지요. 새벽에는 꼭 한두 번 고양이가 깨우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고양이를 쓰다듬거나 비위를 맞춰요. 그리고 또 다음 날 아침이 되는, 그런 날들이 반복되죠.
“결혼 안 할래”라고 말하면 “나이 들어서 외로워질 거야”라는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으세요?
결혼했다고 해서 늘그막에 외롭지 않을까요? 둘이 있으면 든든하긴 하겠지만, 혼자라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정신적으로 자립한 상태가 아니면, 노인이 될 때까지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아요. 상대방에게 바라는 게 많으면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이 쌓이겠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결혼하는 건 상대방에게 실례라고 생각해요. ‘영혼의 반쪽’이나 ‘둘이서 하나’라는 표현이 있지만 실제로 각각 자기 몫을 하지 않으면 안 되죠. 하지만 결혼해서 둘이 하나라고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겠네요. “결혼하지 않을 거야”라고 결심했어도, 나중에 정말 결혼하고 싶어진다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뭐든지 경험이니까요.
'둘이서 하나'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는 각각 자기 몫을 해야 하죠.
지금 이 순간, 작가님께서 ‘나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 하나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철학적인 질문이네요. 어떻게 답할까 고민했습니다. 나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굳이 말하자면 ‘정직함’인 것 같아요. 미움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도 비난받지 않기 위해 진짜 감정을 숨기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에요. 글을 쓰는 것은 동시에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의견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고. 솔직하게 써서 미움을 받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작가님의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이 들어오는 한 계속할 거고요. 다행히 수의사 선생님이 매우 건강하다고 칭찬해주고 있긴 하지만, 늙은 고양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나면 더 작은 방으로 이사하고 싶네요. 나이 든 고양이에게는 이사가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고 들어서 지금 방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요. 앞으로 생활 반경을 좁히고, 죽기 전까지 건강하게, 나이를 먹은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정도의 물건을 가지고 살고 싶어요. 이렇게 말은 하지만 이상과 현실이 꼭 일치하는 건 아니라서 곤란하네요.
*무레 요코
1954년 도쿄에서 태어나 니혼대학교 예술학부를 졸업한 후 광고회사 등을 거쳐, 1978년 ‘책의 잡지사(本の雜誌社)’에 입사했다. 이때 지인의 권유로 칼럼을 쓰기 시작했고, 1984년에 에세이 『오전 0시의 현미빵』을 발표하며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을 경쾌하고 유머 넘치는 문장으로 표현하면서 ‘요코 중독’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카모메 식당』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은 삶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그 안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출간 당시 고양이와 음식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여성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인기에 힘입어 2013년 동명의 4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져 WOWOW TV를 통해 방영되었다. 그 밖의 작품으로 『무인양녀』,『일하는 여자』,『외톨이 여자』,『미사코, 서른여덟살-』,『작가 소노미의 만만치 않은 생활』,『개나리 장』, 『일하지 않습니다』,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구깃구깃 육체백과』, 『그렇게 중년이 된다』 등이 있다.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무레 요코 저/권남희 역 | 이봄
아무리 좋은 생각이나 제품, 서비스라고 해도 나와 맞지 않는 것을 남들이 한다고 따라 하면 결국 자신만 피곤해진다는, 평범한 진리다. “나랑 안 맞으면 하지 마. 눈치 보지 말고.”
관련태그: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 무레 요코 작가, 카모메 식당, 포기
좋은 책, 좋은 사람과 만날 때 가장 즐겁습니다. diotima1016@yes24.com
<무레 요코> 저/<권남희> 역12,420원(10% + 5%)
눈치 볼 거 있어? 나랑 안 맞으면 ‘패스’해! 무레 요코가 말하는 ‘내 기준’으로 살아가는 방법 『카모메 식당』의 무레 요코가 쓴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들에 관한 에세이. 원제는 ‘しない(시나이, 하지 않을래)’다. 독신 여성의 삶을 섬세하고 위트 있게 포착해내는 작가는 온갖 편견과 고정관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