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배우 박정민, 충동적이지만 사려 깊게
<월간 채널예스> 2019년 11월호 에세이 『쓸 만한 인간』
사람들에게 글을 쓰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요. 다만 상태가 좋을 때, 쓰라고 말하죠. (2019. 11. 01)
서울 마포구 상수역 4번출구 방향, 조금 한적한 거리에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는 서점이 있다. 오후 2시부터 밤 12시까지 문을 여는 ‘책과 밤낮’. 늦은 밤 자유롭게 책을 보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꾸린 서점이다. 2016년 10월, 박정민은 첫 에세이 『쓸 만한 인간』 을 썼다. 그리고 3년 만에 개정증보판을 냈다. 디자인을 바꾸려고, 더 많이 팔아보려는 마음 때문이 아니다. 조금 경솔했던 표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던 말을 고치고 싶었다. 박정민은 요즘도 일기를 쓴다. 물론 혼자 보는 글이다. 작가를 꿈꾸지 않았지만 책을 쓴 저자가 됐고, 책방지기를 상상하지 못했지만 서점 주인이 된 박정민. 어쩌면 충동적인 성격 때문에 가능했던 그 일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죄송한 마음을 전하는 게 더 먼저
어제도 서점에 사람이 많았다고요.
원래 밤 12시까지 영업하는데요. 정리하다 보니 새벽 1시가 됐어요. 요즘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책 팔고 커피 만들고 하다 보면, 밤이에요.
입간판이 없는 서점이에요. 2층이고요.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우연히 발견하긴 힘든 곳입니다.
입간판을 세우면 구청에서 가져간다고 하더라고요. 불법은 저지르면 안 되기에. (웃음) 요 며칠은 연휴가 있어서 그런지 손님들이 많았어요. 20, 30분씩 기다려서 책을 사가지고 가셔서 너무 죄송했어요.
『쓸 만한 인간』 이 3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나왔어요. 꽤 빨리 개정판을 낸 셈인데요.
사실 처음 책을 냈을 때 특별한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써놓은 글이 있으니까 묶어서 내면 되겠지, 생각한 거라 3년 동안 리뷰도 거의 찾아보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가끔씩 리뷰를 봤는데,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불편해 했더라고요. 글을 함부로 쓰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불쾌한 단어와 문장과 문단을 삭제했어요. 괜한 짓일까 생각도 했지만 그저 사과를 하고 싶었고요. 해보고 싶었어요.
잡지에 글을 연재하다가 책을 내게 된 거죠?
4년간 월간지 <topclass>에서 글을 연재했어요. 그땐 ‘말로 기쁘게 한다’는 뜻의 언희(言喜)라는 필명으로 썼고요. 글 쓰는 걸 좋아하는 한 개인의 마음으로 쓴 글이었지만, 연재할 수 있었던 건 제가 연예인이기 때문이었을 거고요. 연재를 하면서 책을 내자는 제안을 몇 번 받았었는데 계속 거절하다가 상상출판에서 냈는데요. 책으로 묶을 분량을 딱 채웠을 타이밍에 연락을 주셨어요. 실은 저라는 사람 자체가 서점에 갔을 때 연예인이 쓴 책이라고 하면 잘 안 사거든요. 내가 굳이 이 책을 읽어야 하나? 생각하는 편이라 고민을 꽤 했어요. 많이 팔릴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고요. 일단 글을 정리해보자는 생각으로 낸 책이었어요.
그런데 책이 많이 팔렸어요. 초판이 3만 부, 개정증보판도 벌써 1만 5천 부가 팔렸다고요. 연예인이 쓴 에세이가 최근에 많지 않았거든요.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제가 본업이 작가가 아니잖아요. 작가가 되겠다는 꿈도 없었고요. 누군가는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하고 계시겠지만, 저는 책을 상상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서 책이 나왔을 때도 ‘내 책 나왔어!’ 이런 감정이 없었어요. 개정판도 비슷해요. 죄송한 마음을 전하는 게 더 먼저였어요. 재미나 글맛을 줄이더라도 진중하게 다가가는 책이었으면 하는데요. 누군가 저를 기억한다면 ‘반성하는 인간인 것 같다’고 생각해주면 그것만으로 감사할 것 같아요.
새로 쓴 글들은 무게가 느껴졌어요.
확실히 뒤의 글은 좀 우울하죠. 왜일까, 따져보면 일의 영향을 받는 것일 수도 있겠고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이런 게 글에서 나오는 것 같아서 잡지 연재도 그만뒀어요. 저보다 훨씬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독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 분들의 글을 읽는 게 좋잖아요.
4년이라는 기간이 짧지 않아요.
정확히 말하면 47개월이었어요. 영화를 찍다 보면 원고를 까먹거든요. 시간이 갈수록 스트레스더라고요. 마감을 지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한 시인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 산문집을 읽은 독자를 만나면 숨고 싶다”고.
숨고 싶죠. (웃음) 초판본이 나왔을 때는 정말 숨고 싶었어요. 시간이 갈수록 내가 괜한 짓을 했구나, 그런 생각이 강했어요. ‘배우 박정민’이라는 사람을 모르고 책을 통해서 ‘박정민’을 알게 된 사람도 꽤 많았거든요. 되게 부끄럽고 그랬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저질러요
평소 서점을 열고 싶다고 이야기했었죠? ‘책과 밤낮’은 어떻게 열게 됐나요?
올해 4월 초에 6평짜리 작은 공간으로 시작했어요. 지금 서점이 있는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일주일간 손님이 한 명도 안 왔어요. 간판이랑 주소 등록만 해놓고 특별히 알리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당연했죠.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안 오나, 신기하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날 백은하 영화기자님이 SNS에 서점 사진을 하나 올리셨는데, 제가 쓰는 LP 플레이어가 찍힌 거예요. 설마 박정민? 하고 찾아오신 분들이 있었고, 소문이 나서 알음알음 오시는 손님이 생겼는데 서점이 너무 좁아서 수용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옮기게 됐어요.
원래 이 공간은 LP바였다고요. 인테리어는 직접 하셨나요?
여긴 좀 넓어서 맡겼고요. 예전 서점은 저랑 친구랑 페인트까지 직접 했어요. LP바였던 곳이라 구조가 독특해요. 책장도 그렇고 바 테이블도 있고요. ‘책과 밤낮’을 만들 때, 먼저는 책을 읽고 가는 공간이었으면 했어요. 커피를 팔지만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거든요. 독서대도 빌려 드리고 읽던 책을 맡기고 갈 수도 있어요. 다음에 올 때 그 책을 찾아서 다시 읽는 거예요. 술을 마시다 킵하듯이 책을 맡겨 놓는 거예요. 요즘엔 책을 맡겨 놓고 안 오시는 분들이 있어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어요.
서점에 항상 있으세요?
촬영이 끝나서 요즘은 계속 있었고요.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한 서점으로 출근해요. 아르바이트생이 계속 상주하고요. 저는 책도 팔고 사인도 하고 사진도 찍어 드리죠.
책방이 ‘낮밤’이 아니라 ‘밤낮’이에요. 자정까지 여는 서점은 거의 보지 못했는데요.
주요한 목적은 동네 사람들이 밤늦게 나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데 있었어요. 요즘은 밖에서 책을 볼 수 있는 곳이 드물잖아요. 북카페가 많아졌지만 대개 시끄럽고 문도 일찍 닫고요. 제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면서 여유 있게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배우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잖아요. 이럴 때, 내 직업을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악용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중고등학생은 책을 10% 할인해주던데요.
제가 학창시절에 책을 정말 안 읽었거든요. 너무 공부만 해서 당시 유행했던 문화를 전혀 몰라요. 그래서 학창시절이 늘 아쉬워요. 공부 외의 다른 것을 좀 해볼 걸, 하는 후회가 있어서요.
어떤 독자가 블로그에 “박정민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서 부럽다”는 글을 올렸더라고요. (웃음)
아, 사실이라서 할말이 없긴 해요. 하고 싶은 거를 하면서 사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물론 저도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건 아니에요. 남들보다는 조금 하고 있는 편인 거죠.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은 아니에요”라고 말할 수도 없고 “당신들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라고 말하기도 뭐해요. 저는 그냥 재밌어서 좋아서 하는 일이거든요. 어쨌든 제 본업은 배우이잖아요. 연기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여러 가지를 하는 거예요.
부러운 시선만큼 때때로 따가운 시선을 주기도 하죠.
연예인이니까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게 기분이 나쁘진 않아요. 남들이 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생각 많고 고민 많은 사람으로 보는 것 같기도 한데요. 저는 반면에 굉장히 충동적인 인간이에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저질러요. 그리고 나서 ‘이게 무슨 의미지? 내가 어떻게 해나가야 하지?’ 생각하고 그때부터 고민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처럼 생각한 다음에 시도하면 실수가 적을 텐데, 전 일단 해버린 다음에 실수를 수습해요. 이런 성격이 고치긴 힘들 거에요.
연예인이 서점을 열면 일단 대중들은 환영하죠. 그런데 1,2년 있다가 문을 닫으면 서운한 마음이 들어요. 꾸준했으면 하는 바람은 욕심일까요?
실은 저도 몇 년 동안 할지 모르겠어요. 일단 이 공간은 1년만 계약했어요. 지금은 서점이 너무 좋아서 매일매일 오지만, 본업이 배우니까요. 누군가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야 하는 입장이라서 ‘과연 이 서점을 운영하는 일이 동료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도움이 안 될 일이라면요?
제가 이 공간에서 실수할 가능성이 있잖아요. 성격 자체가 솔직한 편이라 가식 같은 걸 못 보여주니까요. 서점을 운영하다가 말을 잘못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어요. 필터 없이 말이 나올 때가 있어서, 그게 고민이에요. 저는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 이 공간을 만들었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일이니까요. 얼마 동안 운영하겠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물론 제가 없이도 이 공간이 정체성을 찾아서 운영된다면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3년, 5년, 10년을 열어도 좋겠죠. 그런데 아직은 정체성을 차지 못한 것 같아요.
서점을 열고 언제 가장 기분이 좋았나요?
정신없이 사람들이 몰려 왔다가 싹 빠지고, 숨을 돌릴 때가 있어요. 이제 나도 책 좀 봐야지 생각하면서 서점을 쫙 둘러보는데, 손님들이 조용히 다 책을 읽고 계실 때, 너무 뿌듯해요. 약간의 쾌감이라고 할까요? 20명 남짓한 분이 모두 책을 좋아하진 않을 거란 말이에요. 아, 그래도 서점에 왔으니까 책 한 권 볼까? 하고 꺼냈는데 그 책에 집중하고 계실 때, 너무 기분 좋아요.
신념이 있을 때 나오는 여유가 있잖아요
최근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이 개봉했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촬영을 시작했어요. 요즘은 책을 볼 여유가 많지 않았겠어요.
원래 영화를 준비하거나 촬영할 때 책을 안 봐요. 영화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서. 차라리 시나리오를 더 보죠. 그런데 <타짜>를 찍는데 너무 힘든 거예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경주에서 쉬는 날이 있었어요. 뭘 할까? 고민하다가 대형서점에 가서 책을 한 보따리 사왔어요. 이틀 동안 책만 봤는데, 오히려 책만 보니까 리프레쉬가 되더라고요. 영화 생각이 안 나니까요. (웃음) 요즘은 소설도 보고 에세이도 읽고 그래요.
『쓸 만한 인간』 에 이준익 감독님이 하신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과정이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말. 배우 박정민도 비슷한 생각으로 영화 작업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렇죠. 제가 배우로서 크게 내세울 게 없어요. 재능이 뛰어난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내세울 수 있는 건 제가 해온 작품이죠. <파수꾼>이 2만 명, <동주>가 120만 명, <사바하>가 240만 명이 본 영화예요. 안 본 사람이 더 많은 영화죠. 하지만 저는 이 작품들에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물론 저도 천만 관객이 보는 영화를 해보고 싶죠. 하지만 그건 내 욕심대로 되는 일은 아니에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잘할 수 있는 영화를 하다 보면 되는 것이지 ‘천만 영화 할 거야”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책과 밤낮’에 김영하 작가의 컬렉션이 있더군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좋아하는 문장가도 좋고요.
너무 많은데요. ‘어떤 작가처럼 글을 쓰고 싶어요?’라고 한다면, 박민규 작가님을 좋아해요. 문장이 좋은 것도 있지만, 생각의 방향이 좋아요. 책을 읽다 보면 ‘이게 가능하다고?’ 싶은 문장을 볼 때가 있거든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제대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게 대학 때였잖아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입시 면접을 떨어진 후, 책을 몰아서 봤던 이력이 있으시죠. “책을 왜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나요?
저는 “책을 꼭 읽으세요”라고 말하진 않아요. 다만 책을 읽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죠. “읽어보면 좋아”, “읽어봐라”, 이 정도인 것 같아요. 사실 경험치 같은 거라서요. 스무 살이 넘어서야 제대로 책을 읽었는데, 10년을 꾸준히 읽어보니 이제야 조금 책을 깊이 볼 줄 알게 된 것 같아요.
산문집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이 하나 있어요. “아직도 집중 받는 걸 극히 혐오하고, 사람이 많은 공간에선 숨조차 제대로 못 쉬는 인간이 연기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서 연기를 합니다.”(67쪽) 이 글의 제목은 ‘찌질이’예요.
(웃음) 아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이 직업은 저랑 잘 안 맞아요. 배우는 전면에 나서야 하는 사람인데, 저는 나서는 일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가장 잘한 선택이 있다면, 배우를 포기하고 싶었을 때 포기하지 않은 일이에요. 연기가 너무 좋아서 영화를 잘하고 싶어서 직업으로 배우를 선택했지만, 자연인 박정민이 감당하기 벅찬 직업일 때가 있어요. 하지만 연기를 좋아하니까요. 포기하지 않는 것 또한 제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좀 웃기죠?
(웃음) 어떤 사람을 볼 때, 멋있다고 생각하나요?
스스로 당당해서 여유가 느껴지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볼 때 부럽고 존경스러워요. 자기의 신념이 있을 때 나오는 여유가 있잖아요. 고수들만이 보일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면 권해효 선배님 같은 분들이 그렇죠. 본인의 연기를 믿고 있을 때 나오는 여유, 그 여유를 저도 갖고 싶어요.
산문집에 실린 글을 쓴 시기가 2013년부터예요. 벌써 6년이 지났는데요. 10년 전으로 돌아가본다고 가정해 본다면, 스스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열심히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무턱대고 열심히 하면 나만 힘든 것 같아요. 열심히는 누구든 하거든요. 잘하는 게 문제지. 가장 중요한 건, 내가 한 일에 관해 계속 되돌아보고 ‘잘했는가’를 생각해보는 일이에요. 쉽게 말하면 기준을 높여야 해요. 눈이 낮으면 그 이상은 못 가니까요.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의미가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배우를 하고 싶어서 전 너무 쓸데없는 걸 많이 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놀 걸, 하는 후회가 있어요.
책 제목이 『쓸 만한 인간』 이잖아요. 중의적인 표현으로 읽히는데요. 어떤 독자는 이 책을 읽고 ‘어쩌면 나도 (글을) 쓸 만한 인간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이 제목은 출판사에서 지어줬어요. 책에 실린 모든 글은 제가 썼는데, 유일하게 제가 쓰지 않은 문장이 바로 제목이에요. 가끔 희한하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이 제목으로 책을 기억하잖아요. 내가 쓰지 않은 문장으로 내 책을 기억해준다는 사실이 참 재밌기도 하고 신기해요. 아시다시피 『쓸 만한 인간』 은 어려운 글이 전혀 없는 책이에요. 문장도 단순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쓴 에세이예요. 많은 분이 ‘이 정도면 나도 쓸 수 있겠네’ 생각하셨을 것 같고,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요. 누구나 작가가 될 수는 없지만, 누구나 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글 쓰는 행위 자체를 자주 추천하거든요. 왜냐면 내 삶이 정리가 돼요. 배우로 살고 있지만 촬영이 끝나면 영화에 관해 자주 까먹는데, 때마다 인터뷰를 하면 정리가 잘 돼요. 말하면서 정리가 되는 것처럼 글도 비슷해요. 다만 상태가 좋을 때, 쓰는 글이 좋아요.
쓸 만한 인간박정민 저 | 상상출판
박정민이 직접 쓰고 그린 일러스트와 손글씨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글을 말로 옮기는 일을 하다가 말을 글로 옮기고 싶어졌다’고 말했던 그가 이번에는 일러스트까지 더해 좀 더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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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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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저8,000원(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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