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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출근길에 읽으면 좋을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106회)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배틀 그라운드』, 『초콜릿 하트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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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19.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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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오은) : 한 달 만에 돌아온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프랑소와엄 : 공개방송이 있어서 <어떤,책임>이 한 회 쉬었죠. <책읽아웃> 2주년 기념 공개방송을 성황리에 마치고, 지금은 12월 20일에 있을 오프라인 모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완전 소규모 모임이 될 텐데요. 기대해주세요.


불현듯(오은) : 오늘 주제는 프랑소와엄님이 제안해주셨죠. ‘출근길에 읽으면 좋을 책’, 왜 이 주제를 제안하셨죠?


프랑소와엄 : 선 책 선택, 후 주제 제안이었습니다.(웃음)

 

 

 

프랑소와엄이 추천하는 책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김현 저 | 봄날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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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에 출연하셨던 게스트 분들의 책이 나오면 아무래도 한 번 더 관심을 기울이게 돼요. 김현 시인님이 <오은의 옹기종기>에 2019년 1월에 출연하셨는데요. 이번 책 소개를 준비하면서 유튜브 영상을 다시 한 번 봤더니 시인님이 자신을 ‘기쁨형 인간’이라고 하셨더라고요. 다시 봐도 좋았어요. 요즘 가을이라 재킷을 입고 출퇴근 하잖아요.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시집 판형의 가벼운 책입니다. 봄날의책 출판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가벼운 종이를 쓴다는 거거든요.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 책 내용은 묵직하게 다가오는 책이에요. 차례가 재미있어요. 1부는 ‘사람’을 제목으로 했고요. 2부는 ‘순간’, 3부는 ‘생활’, 그리고 4부는 ‘말’이라는 단어로 끝나는 제목의 산문이 실렸습니다.


‘출근길에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주제를 제안하게 된 글이 있어 읽어드리고 싶어요. 책 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글인데요. 아주 특별한 글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09시까지 출근하고 18시가 되면 퇴근한다. 야근하고 때론 주말에도 일한다. 지난 몇 년간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한의원을 통해 쌍화탕을 종종 복용하였고, 요즘엔 아침마다 홍삼농축액을 미온수에 타 먹고 있다.(중략) 며칠 전 아침 ‘지옥철’에서는 “아, 씨발, 자빠지겠네.”라는 말을 들었다. 무언가 들킨 기분이 들어서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해 앞사람을 힘껏 밀었다. 내 옆에 서 있던 사람은 그 와중에도 태연히 휴대전화로 ‘에코후레쉬세탁조클리너’를 살펴보고 있었다. 인생은 어디까지나 살아 봐야 하는 것. 이런 작가 약력을 보면 누군가는 작가가 신비하지 못하게, 하고 혀를 끌끌 찰 테지만 신비롭게도 이렇게 살고 있음이 작가에게는 가장 신비로운 일이다.

 

이 글을 읽은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은 이 책을 안 볼 수 없지 않을까요? 저는 김현 시인님과 특별한 친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보면서 갑자기 시인님께 메일을 보내고 싶어졌어요. 왠지 김현 시인님은 어떤 상황을 균형감 있게 선택하고, 방향성 있게 일을 하실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 고민 상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물론 하지 않았습니다.(웃음) 책을 읽으면서 고민이 어느 정도는 풀리기도 했고요.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내 일상도 많이 생각했는데요. 집에서도 혼자의 시간이 없는 분들이 출퇴근 시간에 읽으면 정말 좋을 책입니다. 가볍게 주머니에 넣었다가 꺼내 읽으면 좋겠어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배틀그라운드』
문보영 저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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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던 시절에 지하철로 출퇴근을 했어요. 그때 제가 가장 많이 읽었던 책들을 떠올려보니 그게 시집이었어요. 서사는 중단되는 느낌이 있어서 아쉬운데 시는 그렇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그때를 떠올리면서 최근 읽은 시집 중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시집을 가지고 왔습니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네 번째 시리즈 가운데 하나고요.  『배틀그라운드』  는 ‘전쟁터’라는 뜻이잖아요. 회사에 가는 마음이 전쟁터에 가는 병사의 마음이 아닐까도 생각을 해봤어요.(웃음) 그런데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있어요. 문보영 시인님에게 물어본 적이 있거든요. 이 게임을 해보았느냐고 했더니 자기는 해본 적이 없지만 오빠가 매일 하는 것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집 초반에 ‘배틀그라운드 용사 문지성에게’라고 쓰여 있어요.(웃음) 그 플레이를 보고 이런 시들을 적어낸 거죠.


문보영 시인님은 잘 아시겠지만 정말 탁월한 게, 남들이 생각하지 않은 지점을 잘 요리하는 요리사 같아요. 이번 시집에는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이 등장인물들이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 하면서 쓰는 시처럼 해두었어요. 아무도 해보지 않은 거잖아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 문보영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문보영 시인님은 모든 글은 재미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는데요. 역시나 이 시집에 실린 시도 하나같이 묵직하면서 재미를 놓치지 않아요.

 

추락으로 시작한다 추락하지 않는 인간은 게임 참여 의사가 없는 것으로 취급한다 뛰어내려 곧 깨어날 거야 너는 추락하는 자를 깨어나는 자라고 부른다 햇볕 아래 놓인 벽돌색 헤드셋을 끼고, 네 마리의 말이 달리는 옷을 입은 네가 웃으며 말한다 너, 송경련은 미소에 소질이 있으니까 무서운 사람이다 여기는 사망맵이야 너는 불안할 때 농담한다 바닥에서 만나자 뛰어내린다 비행기에서 그녀가 먼저(「배틀그라운드―사막맵」)

 

어쩐지 이 시들이 전부 회사 은유처럼 느껴졌어요. 전쟁터,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집이 아닐까 싶은 거죠. 이런 사람들이 읽을 때 가장 무릎을 탁 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이 시집을 다 읽었더니 마치 제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다닌 회사 생활을 다시 한 번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회사 다니던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시집을 읽었더니 어느 새 전쟁이 끝나 있었고, 평온이 찾아왔죠. 출퇴근 길에 책을 한 권 읽어봐야겠다 마음 먹고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초콜릿 하트 드래곤』
스테파니 버지스 저 / 김지현 역 | 베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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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소설 읽기 어렵다는 얘기를 두분이 하셨지만 이 책은 진짜 조심하셔야 합니다. 출근길에 읽다가 지나칠 수 있습니다.(웃음)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용이 주인공인 이야기고요. ‘어벤추린’이라는 어린 용이 등장합니다. 어벤추린은 어른들을 따라 사냥을 나가고 싶은데요. 어른들은 아직 어리다면서 데려가질 않아요. 옆에서 오빠는 “너는 30분도 못 버틸 걸” 하면서 놀리고요. 엄마는 아직 네 비늘이 여물지 않아서 바깥에 나갔다가는 하루도 못 버틴다, 지금 네가 부리는 건 용기가 아니라 무모함이다, 라고 말해요. 화가 난 어벤추린은 문득 자기가 할 일을 떠올립니다. 그것은 혼자 나가서 사냥에 성공하는 거예요. 그러면 자신을 인정해줄 테니까요.


사냥은 역시 쉽지 않습니다. 금방 사냥에 성공할 줄 알았는데 자갈은 미끄러워서 걸려 넘어지고, 엄마 말처럼 연약한 날개에는 벌써 상처가 났어요.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던 어벤추린은 마침내 사냥감을 발견해요. 바로 인간이었죠. 할아버지는 인간을 조심하라고, 그들에게 속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었거든요. 또 인간은 총을 갖고 있을 수도 있고, 마법을 부리기도 하니까 용은 인간을 조심해야 해요. 그렇지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어벤추린은 인간에게 다가가죠. 그런데 인간은 둘째치고 그 옆에 너무 놀라운 향기의 뭔가가 끓고 있는 거예요. 바로 초콜릿이었어요. 인간이 내어주는 초콜릿을 먹었는데, 다음 순간 의식을 잃어요. 일어나서 보니 어벤추린이 인간이 되어버린 거예요. 알고 보니 이 인간은 마법사였던 겁니다.


소설은 어린 소녀가 된, 사실은 용인 어벤추린이 인간 마을에 내려가서 살아남는 이야기예요. 이야기 자체도 정말 재미있는데요. 저는 이게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마음에 기운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어벤추린을 만만하고 돈 없는, 행색이 초라한 어린 여자아이로 보지만 사실 나는 용이잖아요. “나는 이 도시에서 가장 사나운 맹수다”라고 되뇌면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용기가 돼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진짜 원하는 것만 생각하면서 나는 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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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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