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특집] 콘텐츠 배달 왔어요
<월간 채널예스> 2019년 10월호 특집
갓 마감한 뜨끈뜨끈한 콘텐츠를 받아보는 것은 구독 서비스의 또다른 즐거움. 흥미로운 콘텐츠를 직접 배달하는 마감 생활자,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9. 10. 14)
일러스트_이다
문보영의 일기 딜리버리
<문보영의 일기 딜리버리>는 문보영 시인이 편지 일기를 우편과 이메일로 발송하는 구독 서비스. 매달 처음과 마지막은 손으로 쓴 편지 일기를 그림, 사진과 함께 자택으로 배송하고, 일주일에 2회 이메일로 일기를 발송한다. 매달 마지막 주 SNS(@###)에서 다음 달 구독자를 모집하는 방식.
구독 서비스의 시작
문득 독자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전자책보다 실물 책을, 휴대폰으로 읽는 이메일보다 종이에 적힌 글을 좋아하는 아날로그 성향의 사람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손글씨로 쓴 일기를 봉투에 담아 독자에게 보내기 시작했어요.
가장 좋았던 반응
‘오늘 무얼 버렸냐면요’ 시리즈와 픽션 연애 일기 시리즈입니다. ‘버리기’ 시리즈는 그날 버린 쓰레기를 사진으로 남기고 그에 관한 일기를 보내드리는 콘텐츠인데요, 생각보다 ‘버린다’는 행위에 대해 쓸 얘기가 많았어요. 그리고 종종 단편 소설을 3회에 걸쳐 보내는데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하시며 ‘언제 2편을 읽을 수 있나, 어서 3편을 내놓아라’하는 농담조의 항의 메일을 받을 때, 작가로서 기분이 무척 좋아요.
인상 깊었던 후기
군대에서 소문이 난 건지, 몇 달 전부터 구독자 목록에 군부대가 눈에 띄게 늘었어요. 군대에서 깔깔 웃으며 읽었다고 해서 기뻤어요. 또 해외에 계신 독자에게 편지 인증 사진을 받았을 때도 있어요. 고국에서 낯모를 시인으로부터 편지가 날아오니 기쁘다는 코멘트가 기억에 남아요.
구독 서비스 운영의 어려운 점
유통과 홍보를 직접 맡으니 글 쓰는 일 외에도 신경 쓸 거리가 많아요. 일반 우편으로 발송하니 주소 오류, 배송 실수로 우편물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간혹 있거든요. 알고보니 저에게는 포장과 배달이 체질에 맞더군요.(웃음)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피자를 먹으면서 포장할 때 행복해요. 매번 작은 파티 같아요.
구독 서비스의 시대에 대해 한마디
저의 경우 규칙적으로 글을 보내니까 제 일상에 리듬이 생기는 것이 좋은데,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것 같다’는 독자의 답장을 받은 적이 있어요. 짧은 분량의 제 글을 일주일에 2~3번 읽는 행위가 작은 즐거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구독 서비스는 독서에 대한 막연한 부담도 덜어주고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요.
콘텐츠의 소재 찾기
세상만사가 주제가 되어요. 제 안에 어떤 꼬마가 있는데, 그 꼬마가 할 말이 있다고 매일 손을 들어요. 너무 슬퍼서 부정적인 기운을 가져다 줄 것 같은 글은 혼자 읽고 버리는 편입니다.
<문보영 일기 딜리버리>만의 매력
스티커인 것 같아요(웃음). 우편 봉투에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거든요. 또 하나는 우편물의 이름을 받을 독자의 이름 짓기에요. ‘나쁜 피자가 끌리는 이유’ ‘오랜만에 지구 여행’ ‘애틋한 쓰레기’ ‘못 받은 돈’ 등 독자 본인이 지은 별명이 저를 자주 웃게 해요. 독자에게 보낸 글을 한 통 한 통 제 손으로 만져보기 때문에 작가로서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 동시에 감사합니다.
일간 매일마감
<매일마감>은 이다(일러스트레이터), 모호연(작가), 깅(전 다큐멘터리 감독, 현 직장인), 지민(다큐멘터리 감독) 등 4명의 작가가 모여 만드는 메일링 일간 잡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작가들이 신청자의 메일로 2개씩의 콘텐츠를 발송한다. 마치 잡지처럼 PDF 파일로 편집해서 보내기에 모바일로 보기 편한 콘텐츠.
구독서비스의 시작
<일간 이슬아>를 보고 영감을 받아서 지난 5월부터 시작했습니다. 보통 많은 작가들이 어떻게 하면 성실하게 작업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요, 스스로 마감을 만들고 강도 높은 벌칙을 정한다면 매일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데서 시작되었어요.
가장 좋았던 반응
‘공포 영화 대신 봐드림’ 코너가 의외로 인기가 있었어요. 공포영화를 보고 싶지만 겁이 많은 이들을 위해 제가 보고 내용을 요약하는 콘텐츠인데요. 가볍게 시작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랬어요.
인상 깊었던 후기
<매일마감>을 보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진다는 후기도 있고요, 출근하는 전철 혹은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이나 하루 일과를 끝낸 후 자기 전에 읽는다는 후기가 감격스러웠어요. 누군가의 일상에 자리잡는다는 건 엄청난 일이니까요.
안정적인 구독 서비스 운영의 조건
이다 스스로 즐기는 자세가 가장 중요해요. 독자의 호불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매일 성실히 작업하려면 이 일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즐거워야 해요.
지민 <매일마감>은 같은 시간에 메일이 도착하도록 애를 많이 쓰고 있어요. 구독자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하니까요.
모호연 구독 신청, 입금 확인, 메일링 등록 과정에서 지연 또는 누락되는 실수가 발생할 때가 있어요. 구독자에게 정말 죄송하지만 메일로 직접 소통하며 해결해 나가고 있어요.
가장 신나는 순간
모호연 벌칙을 받지 않기 위해 마감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다소 거친 글이 나오는데, 그러한 글에 담기는 솔직함이 있어요. 평소에 저라면 쓰지 않았을 부끄러운 이야기를 독자에게 하게 돼요. 그게 가장 큰 즐거움이에요.
@@@ 처음으로 구독 신청이 들어오던 순간, 가장 흥분됐어요. 이게 가능하다니! 잡지나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독자를 만나는 직배송 시스템에 후련함을 느꼈어요.
구독 서비스의 시대에 대해 한마디
현대인들은 식사 메뉴부터 무엇을 보고 읽을지 언제나 선택해야 하고, 거기서 오는 피로가 있어요. 구독은 나에게 볼 것을 정해주니까 편하다고 생각해요. 새롭고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기대도 있고요. 일상에 새로운 무언가가 침투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요?
<매일마감>의 방향
독자들도 ‘내 얘기를 쓰고 싶다, 참여해보고 싶다’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텐데요, 나중에는 구독자들과 함께 만드는 잡지도 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이 사람들도 하루를 성실히 살았구나, 나도 하루치를 잘 살아보자’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
제작자들은 스스로 “언제나 이야기가 고픈 당신을 위한 메일링 서비스”라고 표현한다. 시, 소설, 에세이, 만화, 일러스트, 레시피, 오디오북 등 30여 작가의 작품을 매일 하나씩 전송하며, 한 작가의 이야기가 한 달에 1편 전송되고 6개월간 총 6회 연재되는 방식.
구독 서비스의 시작
갑작스러운 암 선고로 순식간에 삶이 뒤바뀐 한 친구를 돕고 싶었어요. 그 친구의 친구가 가장 먼저 그 마음을 알렸고, 같은 마음을 가진 친구친구(작가)들이 모였습니다. 그래서 친구친구친구(독자)들과 아픔을 공유하며 하루하루를 이어가고자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가장 좋았던 반응
매일 다른 작가의 이야기를 발송하다 보니 그에 대한 구독자의 기호도 다양해요. 아픔을 나누려는 취지이다 보니 몸과 마음의 통증이나 상처에 대한 성찰에 공감하는 후기를 자주 받아요. 숨기고만 있던 자기 이야기를 타인의 말을 통해 확인하며 위로를 받기도 하니까요. 반면 너무 무겁고 심각해서 구독하기 어렵다는 코멘트도 듣습니다. 양쪽 반응을 모두 이해할 수 있어요.
구독 서비스 운영의 어려운 점
콘텐츠 제작만큼 회계, 홍보, CS업무도 잘 처리해야 합니다. 작가 역시 본인의 치열한 생계 중에 틈을 내어 원고를 쓰고요. 모두가 소진되지 않는 방향으로 과업을 수행하는 것이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작가 수익과 직결되는 구독자 확보가 가장 막중한 문제입니다. 구독자 확보를 위한 서비스 홍보, 구독자를 관리하는 회계 업무에 많은 에너지를 쏟습니다.
구독 서비스의 시대에 대해 한마디
SNS를 기반으로 평소에 관심있던 작업자의 콘텐츠를 비밀스럽게 받아볼 수 있다는 것, 손쉬운 구독과 메일함에서 바로 확인하는 그 과정의 가벼움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바로 지금이 아니면 읽을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는 콘텐츠이기도 하고요.
콘텐츠를 전송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친구를 돕고 싶다는 뚜렷한 이유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 과정이 어렵지 않아야 했어요. 책이나 굿즈를 만들거나, 전시나 이벤트를 꾸리는 일에는 큰 동력이 필요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가능한 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렸을 때 메일링 서비스가 제격이었어요.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의 방향
1달, 30일, 매일매일 다른 작가의 이야기와 만날 수 있는 것, 손 내미는 일력이라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아침 메일함에 반가운 편지가 한 통은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생각노트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는 운영자는 유의미한 브랜드와 트렌드를 분석해보는 개인 블로그 ‘생각노트’를 운영하며 매주 화요일에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있다. 블로그의 새로운 글을 전하는 것이 주 목적인데, 일주일 동안 재미있게 본 기사 또는 콘텐츠, 책이나 인터뷰에서 인상 깊게 본 문장을 소개하기도 한다.
구독서비스의 시작
이메일 뉴스레터는 현재 약 1만4000명이 구독 중인데요, 생각노트를 시작할 때 포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가 아닌 웹사이트 블로그를 만들다 보니 글의 발견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했어요. 이메일은 SNS 채널의 흥망성쇠와 상관없이 오랫동안 매력적인 마케팅 채널로 꿋꿋이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가장 좋았던 반응
‘프릳츠는 어떻게 밀레니얼 세대에게 사랑받는 ‘커피 브랜드’가 됐을까?’ '유튜브는 어떻게 점점 ‘지식iN’이 되어가고 있을까?’ '방탄소년단을 키운 ‘빅히트’에게 배우는 ‘매니지먼트’ 기술’ 등입니다. 뉴스레터를 보냈을 때 메일을 열어보는 비율이 높은 콘텐츠가 결국 SNS에서도 바이럴 되더라고요. 뉴스레터 초반 오픈율을 보면서 이 콘텐츠는 반응이 좋겠다, 아니다를 직감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요.
인상 깊었던 후기
얼마 전 재충전을 위해 잠시 쉬어갈 예정이라는 뉴스레터를 발송했는데 이 때 정말 많은 구독자들에게서 회신이 왔어요. ‘매주 생각노트의 인사이트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화요일 출근길에 늘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같은 수고했다, 감사하다 같은 피드백이었죠. 하나씩 읽으면서 그동안 뉴스레터를 운영한 것에 대한 보람과 책임감, 고마움을 느꼈어요.
구독 서비스 운영의 어려운 점
SNS는 독자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댓글을 통해 더 자세한 얘기도 나눌 수 있는데 이메일 구독 서비스는 이런 반응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없어서 아쉽죠. 그리고 본업은 직장인이어서 퇴근 후와 주말에 대부분 준비를 마쳐야 화요일 오전에 발송 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와 뉴스레터, 그리고 SNS 채널까지 혼자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의 리소스로 최대의 효율을 만들어야 하는 고민은 늘 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다양한 변주
콘텐츠 유료 플랫폼 PUBLY를 통해 ‘도쿄의 디테일’이라는 디지털 리포트를 지난해 3월 발행했는데, 최종 펀딩 결과 1,200%가 넘는 금액이 모였고, 8개월 후 책으로도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익명의 저자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고, 꿈 중 하나였던 책을 출간할 수 있었던 것도 아마 생각노트 블로그와 뉴스레터를 보신 구독자의 도움이 컸을 거라고 생각해요.
구독 서비스의 시대에 대해 한마디
구독은 좋아요, 댓글, 공유하기, 북마크 보다 훨씬 높은 최상위 수준의 팔로워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구독을 위해 세심하게 탐색하고 나에게 딱 맞는 콘텐츠인지 검토하고, 만약 맞을 경우 개인 정보인 이메일 주소를 기꺼이 알려주면서 온라인상에서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 콘텐츠 배달을 받길 원하는 거죠. 내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데 마다하는 구독자는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생각노트 활용법
뉴스레터 모습과 콘텐츠는 바뀔 수 있지만 저의 관점만은 꼭 유지하고자 합니다. 회사와 미디어의 관점에서는 볼 수 없는 한의 기획자 겸 마케터의 관점이 충분히 묻어나는 뉴스레터를 지향해요. 신문에서 어떤 트렌드가 뜬다고 하면 왜 뜨는지 생각해보고 저만의 관점으로 블로그 글에 적기도 하고, 책에서 색다른 관점을 발견하면 그 관점으로 브랜드와 트렌드를 바라보며 원인을 찾아봐요. 구독자들도 생각노트 뉴스레터로 인해 무언가를 생각 해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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