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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랭보>의 배우 백형훈
경계가 없는 배우를 꿈꾸는 백형훈의 다양한 모습
다양한 캐릭터를 맡을 수 있도록 외적으로도 뭔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거죠. 기존 백형훈과는 다른 이미지도 가능하도록. 운동은 꾸준히 했는데, 강도를 높인 건 1년 정도 됐어요. (2019. 09. 04)
뮤지컬 <랭보> 가 9월 7일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개막합니다. 프랑스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시인 아르튀르 랭보와 폴 베를렌느의 삶과 작품을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엮어낸 뮤지컬 <랭보> 는 지난해 초연 때부터 화제였는데요.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의 그만큼 평범하지 않은 행보를 다룬 남성 3인극이라 캐스팅에 더욱 이목이 집중됐죠. 이번 무대는 든든한 초연 멤버들과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의 조합으로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랭보 역에는 정동화, 백형훈, 윤소호, 베를렌느 역에는 김재범, 에녹, 김종구, 정상윤, 랭보의 친구인 들라에 역에는 이용규, 정의제, 백기범, 강은일 씨가 캐스팅돼 도대체 어느 페어로 봐야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이 배우 말입니다. 며칠 전에도 공연을 봤는데, 지금 다른 공연에도 나오는데, <랭보> 까지 가능한가요? 새롭게 랭보를 맡은 배우 백형훈 씨 말입니다!
작품 수로 보면 예년과 비슷한데, 같은 기간에 공연이 몰렸어요. 매일 <랭보> 연습하고 저녁에는 공연하고. 일상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은 쉬는 월요일에 몰아서 하고 있죠(웃음).
백형훈 씨는 인터뷰 전날 연극 <Everybody Wants Him Dead>를 공연했고, 인터뷰 이후 <랭보> 를 연습하다 밤에는 뮤지컬 <테레즈 라캥>을 공연할 예정입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연극을 하고 싶었는데, <테레즈 라캥>을 준비할 때 <Everybody Wants Him Dead>가 들어왔어요. 분량으로는 가능할 것 같았는데, 직접 해보니까 힘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여유가 전혀 없어요. 이것도 경험이겠죠. 다시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웃음).
<Everybody Wants Him Dead>의 싱페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라서 참여한 줄 알았습니다. 근육이 아주 돋보였어요(웃음).
안 그래도 (임)병근이 형이 인터뷰에서 농담처럼 제 얘기를 했는데 기사에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싱페이는 캐릭터상 그렇게 근육이 필요한 거냐’고 물어봤습니다(웃음).
아니에요(웃음). 굳이 이유를 찾자면 제가 약간 어중간한 나이인 것 같아요. 랭보만 해도 17살에서 시작하는데, 물론 많은 장치가 제가 17살이 되도록 도와주겠지만 대학로에는 저보다 어린 뉴페이스 배우들이 많아요. 훨씬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선배님들도 많고요. 30대 초반 배우들이 약간 어중간한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을 수 있도록 외적으로도 뭔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거죠. 기존 백형훈과는 다른 이미지도 가능하도록. 운동은 꾸준히 했는데, 강도를 높인 건 1년 정도 됐어요.
바람처럼 확연히 다른 세 인물을 연기하고 있는데, 소화하기 힘든 일정일 것 같긴 합니다. <랭보> 가 그만큼 매력적이었던 거겠죠?
사실 <랭보> 는 생각지도 못했던 작품인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어요. 시간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처음에는 고민했는데, 대본이랑 음악을 들으니까 해야겠더라고요. 일단 윤희경 작가님이 대본을 막힘없이 잘 써주셨어요. 작품에 랭보의 시가 대사나 노래로 많이 나오는데, 사실 원시를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로 어렵고 학창시절 문학 공부하듯이 분석해야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간결하면서도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각색을 잘하셔서 시가 아름답게 읽혀요. 그래서 딱 보면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져요. 민찬홍 작곡가님도 넘버를 너무 잘 쓰셔서 초반 트랙부터 바로 느낌이 오고요. 배우로서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죠. 또 연습을 하다 보니 장면마다 제작진과 초연 배우들이 정말 치열하게 만드셨구나 생각됐어요. 저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아요.
극 안의 랭보는 어떤 인물인가요?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면 언제나 힘든데,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은 아니에요. 보통 사람들은 행복을 좆아 가는데, 사실 그 과정이 행복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랭보는 행복을 아예 제외하고 불행을 인생 자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어린 나이에 아무 것도 없이 아프리카에 몸을 던진 거죠. 자기는 행복해지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닌 것 같다고, 참을 수 없는 지옥의 열기가 아프리카에 있는데 거기에 들어갈 거라고 하거든요. 그 사람의 삶 자체가 드라마라서 <토탈 이클립스>라는 영화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다 보지는 않았어요. 영화는 훨씬 더 현실적이라서 순간순간 인물의 매력이 사라지고 다른 생각이 들어오더라고요. 무대는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환상이 있어야 한다고 할까.
사실 랭보라는 시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요.
백형훈 씨도 극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랭보’하면 다른 인물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무슨 얘기인지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웃음)!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요?
랭보라는 인물이 갖는 개성을 더 중시해야 하는지, 아니면 시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다룰 것인지 고민될 때가 있어요. 비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튀게 행동하고 생각도 다르지만, 이것에 집중하다 보면 그냥 흘러간다고 할까요. 한 번씩 즈려밟고 가야 하는데, 랭보라는 사람을 표현하려고만 하는 것 같거든요. 지금은 시를 사랑하고 투시자(꿰뚫어 보는)를 꿈꾸는 이 사람의 가치관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데, 무대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두 가지가 동시에 되면 좋은데 접점을 찾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성향상 <랭보> 의 랭보, <Everybody Wants Him Dead>의 싱페이, <테레즈 라캥>의 로랑 중 백형훈 씨와 가장 비슷한 인물은 누구인가요? 극단적인 상황은 제외하고요(웃음).
싱페이는 비슷한 면이 있으면 안 되죠(웃음). 로랑 같은 경우 제 모습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인물이 연기하기는 편해요. 저를 투영하지 않아도 되니까. 굳이 따지자면 랭보처럼 저만의 고집 같은 건 있어요. 어렸을 때나 신인 즈음에는 소심하고 자신감도 없어서 제 의견을 내세우지 못했지만, 이제는 하고 싶은 건 얘기는 해보는 편이에요. 특히 선생님들 연극하시는 걸 보면 ‘저건 그냥 저 선생님인데’ 싶지만, 그 안에서 해야 할 말을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런 부분에서는 고집이 있어야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같은 대사라도 저만의 느낌을 살릴 수 있고, 예민한 관객은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요.
<나폴레옹>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유한 성격의 인물로만 만나다 <Everybody Wants Him Dead>의 싱페이를 보고 놀란 분들도 많을 거예요. 또 끌어내서 보여주고 싶은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가 있나요?
제가 그렇게 표현해서 그렇지, (송)유택이나 (정)인지가 표현하는 싱페이는 완전히 달라요. 그렇게 배우가 표현하는 것에 따라 달라지는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정형화된 캐릭터도 있잖아요. 요즘 제 목표가 경계가 없는 배우거든요. 그동안 소년적인 이미지의 인물을 했다면 외적으로 정반대의 아주 남성적인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지킬이나 돈키호테도요. 예전에는 어려서 조심스러웠는데, 계속 조심스러워하면 기회가 안 올 것 같더라고요. 저는 준비가 됐거든요(웃음). 나이를 더 먹으면 <서편제>의 유봉도 하고 싶고요. <최후진술>의 갈릴레이도 재밌게 작업했는데, 제가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고 삶 전체를 상상할 수 있는 인물들에 끌리는 것 같아요.
요즘 개인 시간이 너무 없어서 힘들다고 했는데, 여유가 좀 생기면 어떻게 지내고 싶나요?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이 꽤 활동적이다 보니까 쉬는 날에는 아무 것도 안 하는 편이에요. 그야말로 회복에 전념해요. 긴 시간을 쉬게 될 때는 여행을 가죠. 물놀이를 좋아해요. 휴양지에서 먹고 물놀이하고 먹고 물놀이하고, 돌아다니는 건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웃음).
그러고 보니 <테레즈 라캥>이 끝나면 <Everybody Wants Him Dead>나 <랭보> 에는 모두 남자만 등장하네요. 두 작품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데 작업 분위기도 많이 다른가요?
아니요, 그냥 똑같아요(웃음). 다들 친한 배우들이라서 분위기도 좋고요.
일단 9월까지는 정신없을 텐데,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물리적으로 힘든 건 어쩔 수 없지만, 배우로서 제 일이니까 감사하죠. 체력이 잘 따라주길 바라면서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다만 관객들이 보시기에 ‘일이 많으니까 저런 실수를 하는 구나, 저렇게 힘들어 하는구나.’ 그런 얘기만 없다면 8~9월을 잘 보낸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매일 응원해 주시고 회차도 많은데 공연 챙겨봐 주시는 팬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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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