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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의 배우 최연우
단아하고 처연한 그녀의 그토록 다른 모습
앞으로 매일 매일을 무대 위에 설 수 있는 디데이라고 생각하면 특별한 날이 되잖아요.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거죠. (2019. 08. 28)
또 한 편의 인기 웹툰이 무대에 오릅니다. 옴니버스로 구성된 캐롯 작가의 웹툰 <이토록 보통의> 에피소드 중 두 번째 단편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가 9월 7일 초연을 앞두고 있는데요.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제이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은기를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통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접하기 힘든 남녀 혼성 2인극으로, 제이 역에는 최연우, 이예은, 은기 역에는 성두섭, 정욱진, 정휘 씨가 캐스팅돼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서서히 스며들어 언젠가부터 묵직하게 무대를 지키고 있는 최연우 씨가 궁금하더군요. 이번 작품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어떤 배우인지,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는데요. 기사를 읽으면 그녀의 의외의 모습에 여러분도 깜짝 놀랄 겁니다.
이 작품은 대본 봤을 때 꼭 하고 싶었거든요. 주위에 다 말하고 다닐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토록 보통의> , 제목이 참 독특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뭐라고?’ 다시 물었어요. 제목을 듣고도 계속 까먹는 거예요.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니 ‘이거 이외의 제목은 없다’라고 생각돼요. <여신님이 보고 계셔> 이후 처음이에요(웃음). 그 작품도 ‘이게 뭐야’ 하다가 보고 나면 ‘이거 이외의 제목은 없구나’ 싶잖아요. <이토록 보통의> 도 쭉 보면 특이한 상황이지만 또 너무 보통의 사랑이라는 생각이 딱 들 거예요. 사랑하면서 겪는 감정과 생각의 변화, 이별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거든요. 스펙터클한 이야기는 없지만 명백하게 마니아를 확보할 거라고 장담해요.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좀 전에 지나친 성두섭 씨 얼굴이 밝은 걸 보니 준비가 잘 되고 있나 봅니다(웃음).
오빠도 얼굴에 드러나는 편이죠(웃음). 쭉 훑었지만 창작 초연이라 다시 지난 작업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아요. 익숙한 일이죠. 전체적으로는 여성의 감성에 좀 친숙하지 않나. 테이블 작업할 때도 남녀 배우의 이해도가 다르더라고요. 우리는 그냥 이해되는데, 남자 배우들은 ‘아니 왜?’라고 물어요. 그런 합일점 찾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김종욱 찾기>,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사의찬미> 등 3인극을 꽤 많이 했잖아요. 2인극은 처음인가요?
2인극은 예전에 연극 <극적인 하룻밤>을 했어요. 확실히 3인극과는 또 다른 것 같아요. 3인극은 누구 하나 따로 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세 배우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2인극은 상대방이 더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다르다 보니 설득하는 방법, 공유하는 방법도 다른 거예요.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대화들이지만 쉽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모두 좋은 공연이라는 같은 지점을 향해 가는 거니까 연습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두려워하지는 않아요.
상대배우 세 명이 나이대도 다르고 성향도 달라 보입니다. 특징을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두섭 오빠는 예전부터 공연을 함께 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세심하고 깊은 감정을 나눠야 해서 알고 지내던 사이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확실히 형이라서 그런지 연출님 말대로 좀 더 단단한 느낌이 있고요. 휘는 눈빛이 참 좋아요. 딱히 뭘 하지 않아도 은기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외로움이 그대로 보여요. 욱진이는 스스로 입이 커서 웃을 때 진짜 해맑게 웃는다고 하는데, 그게 장점이에요. 은기와 제이의 행복한 모습을 표현할 때 정말 행복해 보이거든요. 세 배우 모두 다른 매력이라서 페어마다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제이의 캐릭터는 어떻게 잡아가고 있나요?
저는 항상 공연에 임할 때 ‘이 인물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따로 만들지 않아요. ‘이때 이런 생각이 들어 이런 선택을 하는 것 같아’라고 가다 보면 공연 2주 전쯤 런-스루를 돌면서 어떤 인물이 되어가더라고요. 제이의 경우 세 명의 은기가 모두 다르다 보니 각각의 은기를 만날 때마다 달라지는 면이 있고요. 어쩌면 여자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랑은 제정신으로 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정신에서 보면 모든 선택이 어리석게 보일 거예요. <미드나잇>부터 <사의찬미>까지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했더니 다시 정서적으로 깊은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이토록 보통의> 가 또 채워줄 것 같아요.
그러게요, 단아한 한국적인 캐릭터를 많이 맡아왔잖아요.
대게 한 많고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았죠. 저도 궁금해요. ‘왜 나는 처연하고 슬픈 인물만 맡지? 내 얼굴이 그렇게 생겼나?’ 주변에 물어봤더니 우스갯소리로 ‘너가 울고 있는 걸 보는 게 좋아’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 속이 시원하대요. 욕인지 칭찬인지 모르겠는데,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때 제가 떠오르는 것도 감사한 일이겠죠?
그리고 한복이 어울리는 또래 배우가 많지는 않을 거예요.
한복을 매우 좋아해요. 집에도 한복이 있고, 2~3년에 한 번씩 한복을 새로 맞출 정도예요. 사람들이 언제 입느냐고 묻는데, 명절 때도 입고, 전주 놀러갈 때도 입고, 본가 쪽에 있는 수원화성 놀러갈 때도 입어요. 제가 어릴 때 태권도를 하다 중학교 때 갑자기 힙합에 빠져서 온갖 춤을 다 배웠거든요. 마지막이 한국무용이었는데, 그래서 모든 춤선도 한국무용으로 변하고 한복도 많이 입어서 좀 더 어울리나 봐요.
태권도에 힙합, 의외인데요?
저는 아주 털털한데, 학교 졸업하고 계속 여성스러운 인물만 하니까 너무 어려웠어요. 스스로 괴리감이 많이 들더라고요. 친구들도 처음에 <여신님이 보고 계셔> 보고 다 웃었고요(웃음). 그런데 계속 하다 보니 적응이 됐고, 이제는 최연우가 아닌 다른 이미지를 연기하는 것도 좋아요. 한편으로는 갈증도 있었죠. 그래서 <사의찬미>도 신나게 공연하고 있고. 심덕이는 지금까지 했던 캐럭터와 조금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하는데, <미드나잇>의 우먼은 광분하는 인물이라 관객들이 거부감을 느끼면 어쩌나 고민도 했어요. 그동안 무대에서 쌓아온 이미지가 있는데 한꺼번에 깨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런데 솔직한 게 좋은가 봐요. 제 성질대로 연기했더니 더 시원하게 봐주시더라고요(웃음).
무대에서 볼 때와 전혀 다른 최연우 씨의 실제 모습은
영상으로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넷으로 검색할 때 프로필 사진 보고 깜짝 놀라기는 했습니다(웃음).
그 모습이 오히려 저에 가까워요. 아주 편하게 촬영했어요. 무대에서 대부분 미소 짓고 있지만 평소에 무표정하게 있으면 무섭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요. 불의를 못 참는 편이고, 그냥 웃어넘기지 못하는 상황도 많아요. 작품 선택할 때도 대본을 봤을 때 무대가 상상이 되고 내가 재밌게 참여할 수 있겠다 싶으면 조건이 좋지 않더라도 안 가리는 편이에요. 반면 그냥 해야 하는 공연은 참여한 적이 없어요. 회사에서 힘들어 하죠(웃음).
사실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가 겉으로는 여릴지 몰라도 다 굳은 심지가 있는 인물이잖아요. 그런 차원에서는 최연우 씨와 모두 어울리는 인물들이었네요.
그걸 꿰뚫어 봐주시는 분들이 간간이 있는데, 되게 감사해요. 아무리 여리고 많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 있더라도 누구에게나 자기 안에 버틸 수 있는 힘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살아가는 힘이고, 어떤 캐릭터나 그런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제가 맡았던 캐릭터를 연민하고 싶지 않아요. 단 한 번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스스로 선택한 삶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제 성격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공연에서는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데, 범죄물 영화에서 형사나 조직원을 해도 어울리겠는데요?
탐나네요(웃음). 창작 작품이 많이 들어오는데, 인물이 세다고 하면 ‘나한테 칼이나 장총을 쥐어줘’라고 하거든요. 몸 쓰는 걸 좋아하니까 액션이 많은 공연을 하고 싶어요. 정말 잘할 수 있는데! 뛰고 구르고 나면 매우 상쾌해서 스트레스가 다 해소될 정도예요.
최연우 씨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한 인터뷰였네요. 연기라는 것도 배우 입장에서는 보통의 일이지만 사실 무척 특별한 일이잖아요. 이번 작품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맞아요, 얼마 전까지 보통의 나날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힘들 때 엄마와 상담을 많이 하는데, 최근에 엄마가 ‘연우야, 네가 10년간 뮤지컬을 했는데 앞으로 10년도 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니?’ 물으시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는데, 갑자기 지금까지 했던 모든 고민들이 특별해지더라고요. 우리 작품에서 제이가 ‘내가 너무 힘들 때 우주를 생각하면 내 고민들이 보잘 것 없다’라고 하는데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앞으로 매일 매일을 무대 위에 설 수 있는 디데이라고 생각하면 특별한 날이 되잖아요.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거죠!
관련태그: 최연우 배우,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제이, 예스24스테이지 3관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