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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사전을 쓰는 마음을 나누려는 사랑”

『이오덕 마음 읽기』, 『우리말 글쓰기 사전』 최종규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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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을 아름다운 보금자리로 느끼며 ‘지식백과 아닌 우리 집 사전’을 저마다 신나게 새롭게 노래하며 쓰자는 마음을 담았어요. (2019.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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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나 연구소 월급을 받지 않고 혼자서 사전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더구나 예전도 아닌 오늘날에? 10살 무렵부터 스스로 ‘사전을 쓰는 배움길’을 걷고, 고등학교 2학년 무렵 국어사전을 통째로 읽고서 “이 따위 사전이라면 차라리 내가 쓰겠다”고 다짐을 하더니, 시골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국어사전, 아니 한국말 사전을 쓰는 사람이 있다. 2001∼2003년 26살에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ㆍ자료조사부장을 맡았다가, 2003년 가을부터 이오덕 어른 유고를 정리한 숲노래(최종규) 사전집필가는 『이오덕 마음 읽기』  와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을 잇달아 내놓았다. 한꺼번에 두 가지 책을 낸 저자에게 이오덕 작가님과 사전에 대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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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작가님에 대한 책  『이오덕 마음 읽기』 를 내셨어요. 작가님이 이오덕 작가님을 처음 뵈었을 때, 해 주신 말씀이 따끔하면서도 기쁘게 와닿아 그날부터 스스로 많이 달라졌다고 하셨습니다. 이오덕 작가님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었고, 그 이야기를 발판 삼아 작가님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이오덕 어른은 1999년 봄에 처음 뵈었어요. 그때 저는 대학교를 그만두고서 신문 배달로 살림을 꾸리면서 이틀마다 ‘우리말 소식지’를 새로 엮어서 신문 독자에게 드리거나 주변에 그냥 나눠 주곤 했어요. 마침 이때 ‘새벽을 열며 우리말 지킴이로 일하는 젊은이’라는 이름으로 한겨레신문 광고모델을 했는데요, 신문사에서 이오덕 어른 과천 주소를 알려주어서 어른께도 우리말 소식지를 보냈어요. 어느 날 신문사 지국으로 전화가 왔어요. 저를 만나고 싶다고. 설레고 놀란 마음으로 과천에 찾아뵈었는데 ‘가끔씩’이란 겹말을 바로잡고 ‘부르다’를 잘못 쓰지 않도록 다스리라는 말씀만 떠오르고, 다른 말은 멍해서 거의 못 들었어요. 어른이 들려준 얘기보다도 어른이 젊은이를 아끼는 마음이 기뻐서, 이 기쁜 마음만 받아먹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오덕 어른은 그때까지 듣던 바와 달리 매우 부드럽고 상냥하며 참하셨어요. 이런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로 젊은이를 슬기롭게 이끌고 싶어 하셨구나 하는 걸 느껴서, 저도 부드럽고 상냥하면서 참한 어른으로 살아가자고 다짐할 수 있었어요.

 

이오덕 작가님의 책 가운데 한 권을 추천하신다면요? 요즘은 글쓰기 책이 무척 많은데, 굳이 오늘날 우리가 이오덕 작가님을 떠올리거나 읽을 만한 까닭이 있을까요?


이오덕 어른이 손수 쓴 글도 아름답습니다만, 이오덕 어른이 가르친 아이들이 쓴 글도 아름다워요. 어른은 누구보다 어린이를 사랑하셨어요. 서울 어린이도 사랑하셨지만, ‘따돌림받고 손가락질받고 죽어라 일만 하면서 고개를 꺾은 멧골마을 어린이’를 가없이 사랑하셨습니다.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  라는 책에는 어른 글이 머리말에만 있습니다만, 멧골 어린이가 쓴 글은 바로 어른 마음이자 사랑이라고 느껴요. 다른 어느 책보다 이 책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란 책을 썼습니다만, 이오덕 어른은 ‘그냥 글쓰기’가 아니라 ‘스스로 삶을 사랑하는 슬기로운 살림을 숲에서 짓는 새로운 글쓰기’를 이야기하셨고, 이를 엮어 책으로 써냈습니다. 이 대목에서는 오늘날에도 이오덕 어른 책이 초롱초롱 빛난다고 느껴요.


 제가 쓴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은 글쓰기를 바로 ‘우리말(한국말)’로 하자는 뜻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이 서울이든 시골이든 이 터전을 아름다운 보금자리로 느끼며 기쁘게 글을 써서 ‘지식백과 아닌 우리 집 사전’을 저마다 신나게 새롭게 노래하며 쓰자는 마음을 담았어요. 이오덕 어른은 우리한테 “남 흉내를 내지 말라”고, “가난한 멧골집을 부끄러워 말라”고, “우리는 다 다르게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하는 뜻을 글로 말로 책으로 폈어요.  『이오덕 마음 읽기』  라는 책으로 이런 숨결을 살짝 건드려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란 이름으로 작가님도 글쓰기 책을 쓰셨는데요, 책 이름이 아무래도 낯설어요. 어떤 책인지 더 말씀해 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7살 무렵까지 그냥 노래하고 춤추며 놀았다가, 8살이던 1982년에 국민학교에 들어가면서 날마다 놀림질하고 손가락질을 받았어요. 제가 혀짤배기이면서 말더듬이였거든요. 날마다 교과서 읽기를 시키는데 자꾸 소리가 새고 더듬었어요. 이때마다 동무들뿐 아니라 담임교사마저 책상을 치며 웃었습니다.

 

8살 아이는 날마다 학교가 매우 힘들었고, 그저 죽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이러다 3학년이 되고, 마을 할아버지 한 분이 예절교육도 함께할 뜻으로 마을 어린이와 청소년을 모아서 천자문을 가르치셨는데요, 천자문을 배우며 눈을 번쩍 떴어요. 새로운 글씨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천자문을 익히고 국어 교과서를 들여다보니 ‘그동안 소리가 새고 더듬은 낱말은 모조리 한자말’이었더군요. 엄청난 것이 왔지요. 천자문을 익힌 바탕으로 사전을 뒤져서 ‘교과서에 적힌, 혀짤배기 말더듬이가 소리내기 어려운 한자말’을 모조리 ‘소리를 내기 쉬운 한국말’로 바꾸는 일을 했습니다. 아무도 안 시킨 일이지만, 비웃음?놀림질?손가락질에서 살아남으려고 이 일을 했어요.


자, 그 뒤로 어떻게 달라졌느냐면요, 제가 교과서를 술술 읽으니 다들 놀라다가 어느새 아리송하다고 느끼지요. 다르게 읽거든요. 이때 비로소 ‘혀짤배기 말더듬이’에서 스스로 벗어났어요. 이때는 몰랐으나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을 쓰며 어릴 적 일이 환하게 떠올랐어요. 괴롭던 일도 스스로 받아들여서 새로운 씨앗으로 심으면 사랑으로 피어날 수 있는 줄 온몸으로 배웠어요. 내세우는 글쓰기가 아닌, 스스로 삶을 사랑하며 가시밭길이든 꽃길이든 즐겁게 걸어가려는 글을 한 줄씩 쓰노라면, 저로서는 이 길을 1982년부터 2019년까지 걸으며 『우리 집 글쓰기 사전』을 쓴 셈이고요, 이웃님도 이렇게 하실 수 있다는 마음을 나누고 싶어요.
 
작가님은 고흥에서 도서관을 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도서관은 어떤 곳인가요? 그 도서관을 가 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전을 쓰려면 책이며 자료이며 엄청나게 읽고 건사해야 합니다.  『보리 국어사전』 을 짓던 무렵에는 하루에 30∼40만 원어치씩 책을 사서 읽고 자료로 갈무리했어요. 월급 받고 일하던 때는 짧기에, 여느 때에는 늘 제 주머니를 털어서 책이며 자료를 사서 건사하는데요, 사전 자료를 비롯해 갖은 갈래 온갖 책이 무척 많아요. 2007년이었는데, 인천 배다리 이웃님을 도우려는 마음으로 그곳에서 ‘사진책 도서관’을 열었고, 2011년에 전남 고흥으로 옮겨서 ‘사전 짓는 책숲’이란 이름으로 고쳤어요. 사전을 짓는 도서관이면서, 사진을 말하는 도서관이고, 숲 놀이를 나누는 도서관이에요. 다만 개인도서관이기에 제가 시골집에 없으면 문을 못 엽니다. 오시려는 분은 제 메일(hbooklove@naver.com)로 미리 물어보셔야 해요.

 

올해 1월에 영화 〈말모이〉가 나왔고, 그때 작가님은  『우리말 동시 사전』  을 선보였어요. 올해 7월에 영화 〈나랏말싸미〉가 나왔고, 또 이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을 선보였고요. 작가님, 설마 영화 관계자하고 친분이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판에서 일하는 분을 몰라요. (웃음) 그런데 정말 두 가지 사전이 누리 책 집에 올라가는 날 두 가지 영화가 극장에 올랐더군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곁 얘기가 될 텐데,  『우리말 동시 사전』  은 우리 집 아이들이 한글을 익히도록 제가 손수 11달 동안 쓴 동시를 갈무리하고 간추려서 엮었어요. 동시란 어렵지 않다는 뜻을, 또 동시를 ‘사전 올림말을 어버이 스스로 풀이하듯 이야기라는 살을 입혀’서 아이한테 들려주면 참 즐겁더라 하는 이야기를 밝히려고 했어요.


두 가지 책 모두 ‘사전’이란 이름을 붙였는데요, 앞으로는 사전을 보는 눈이나 쓰는 손이나 읽는 마음이 새롭게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올림말을 실어서 더 두꺼워지는 사전보다는, 알맞게 추려서 제대로 풀이하고 새롭게 보기글을 붙이며 즐겁게 이야기를 노래할 수 있는 사전이 태어나면 좋겠어요. 한국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듯 한국말 사전을 내야 했어요. 중국이란 그늘에 가려진 채 훈민정음이 태어났어요. 앞으로는 군홧발도 그늘도 아닌, 우리 사랑으로 꽃길을 걷는 곱고 즐거운 한국말 사전을 쓰고 읽는 바탕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작가님은 ‘숲노래’라는 이름을 쓰시는데, 왜 ‘최종규’라는 이름을 안 쓰려고 하시나요?


저는 우리 어버이가 사랑으로 붙여 주신 ‘최종규’라는 이름을 19살까지 맞아들여서 누렸어요. 19살부터 39살까지는 ‘함께살기’란 이름을 지어서 누렸지요. ‘함께살기’는 ‘아름다운 나라로 함께 가는 길’을 줄인 이름입니다. 39살이란 나이에 이르러, 이제 또 새로운 길로 가야겠다고 여겨 이름부터 새로 지어서 쓰기로 했어요. ‘숲노래’에는 ‘숲을 즐겁게 노래하는 슬기로운 사랑으로 살림을 가꾸는 새로운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뜻을 담았어요. 앞으로 59살이 되면, 그때에 또 스스로 새 이름을 저한테 붙이지 않으려나 하고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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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을 만나면 등에 멘 짐을 비롯해서 차림새에 수첩에 고무신에 긴 머리에 꽃 머리핀에, 하나부터 열까지 놀라는 것투성이입니다. 작가님은 왜 치마를 입으시는지 궁금해요. 또, 작가님이 가지고 다니시는 수첩도 소개해 주시면 좋겠어요.


혀짤배기 말더듬이 어린이는 10살 나이부터 스스로 ‘사전 짓기 배움길’을 걸었어요. 18살이던 1993년 11월 17일, 대학 입시를 치른 이튿날 학교에서, 귀밑으로 0.1cm 넘어간 머리카락이 ‘두발규정 위반’이라며 제 머리통에 바리깡으로 구멍을 냈어요. 그때 머리를 손질 안 하고 저절로 자라서 덮을 때까지 두었더니 어느새 치렁머리가 되었어요. 고등학교를 마친 1994년에 버스 기사가 “남자가 불량하게 머리를 길러?” 하면서 승차 거부를 했어요. 그래서 서너 시간 걸리는 길도 그냥 걸어 다녔어요.

 

1986년 체르노빌 원전이 터진 뒤로 한국에 방사능 분유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왔고, 저는 그걸 먹고 큰 바람에 여러 해 동안 피부병을 끔찍이 앓았고, 그 뒤로 가볍고 짧은 차림으로 햇볕과 바람을 살갗으로 받아들이는 몸으로 바뀌었어요. 이런 제 삶을 누가 글로 적어 주지 않으니 저 스스로 제 삶을 글로 적어요. 삶을 적는 수첩, 동시를 적는 수첩, 사전에 담을 낱말을 모으는 수첩, 아이들이 노래하는 말을 옮겨적는 수첩, 사진 이야기나 책 이야기를 적는 수첩 등 갖은 수첩을 챙기고 다녀요. 사전 짓는 데에만 마음을 쓰려고 거울도 안 보고 머리카락도 안 깎습니다. 머리끈하고 머리핀을 해야 하는데, 어차피 한다면 이쁜 것으로 하자 싶어 꽃 머리핀을 써요. 2017년 가을부터 치마바지를 입는데, 자전거를 늘 타는 저로서는 이 치마바지가 아주 좋고 어울리더군요. 요새는 한 벌 옷(원피스)도 더러 입는데, 치마란 더없이 홀가분하며 상큼한 옷이라고 느껴요.
 
사전을 쓰려면 모든 일을 스스로 해봐야 해요. 치마를 안 입고서 ‘치마’란 말을 뜻풀이하지 못합니다.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에 재미있게 나오기도 합니다만, 사내한테 치마를, 무엇보다 깡동치마를 입혀야 전철에서 ‘쩍벌남’ 짓을 멈추지 않을까요? 바지라는 옷을 이제 남녀 누구나 입으며 평등하고 가까워지듯, 치마라는 옷을 이제 남녀 누구나 입으면 사회가 훨씬 빠르게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숲노래(최종규)


국어사전 아닌 ‘한국말 사전’을 짓는다. 시골에서 아이를 낳아 돌보며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도서관을 꾸리고 살림을 한다. 두 아이를 돌보며 ‘사전 뜻풀이는 모두 시가 되어야 하는데, 무엇보다 동시가 되어 누구나 쉽고 즐거우며 노래하듯 읽도록 갈무리해야 말도 넋도 삶도 피어나는구나’ 하는 것을 배웠다. 아이에게서 배운 사랑을 이웃과 신바람으로 나누려는 뜻을 살려서 새로운 사전을 쓴다.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내가 사랑한 사진책』을 썼다.

 

 

 


 

 

이오덕 마음 읽기최종규 저/숲노래 기획 | 자연과생태
‘이오덕’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수많은 책을 큰 줄기에 맞춰 가름함으로써 선생이 걸어온 길을 결대로 또렷이 보여 주고, 그 길목 길목에서 선생이 힘주어 한 이야기를 똑똑히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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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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