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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정담] 1인출판사, 지금 어떠십니까? - 코난북스, 유유, 심플라이프

한국출판인회의 주최 ‘출판정담’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 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 박경란 심플라이프 대표 작지만 나만의 방식으로-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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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는 ‘독자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한국출판인회의 사무국을 통해 문의할 수 있다. (2019. 0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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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 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요?” 한국출판인회의가 주최한 제1회 ‘출판 정담’을 참여한 소감이다. ‘작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 도전은 계속된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 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 박경란 심플라이프 대표가 스피커로 나섰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다른 사람들 앞에 서기를 극도로 꺼리는 출판인 세 분을 겨우 모셨다. 현장에서 분투하는 출판인들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7월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학당50주년홀에서 열린 ‘출판 정담’에서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는 ‘위고, 제철소 출판사와 함께 론칭한 브랜드 <아무튼>의 색다른 시도’, 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는 ‘낮은 제작 단가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출판 기획을 이어가며 100종을 출간한 이야기’, 박경란 대표는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  의 성공 후 확장보다는 지속하는 출판을 선택한 이유’를 동료 출판인들에게 아낌없이 나눴다.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세 출판사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실패가 어디까지인가’를 명확히 인지하고 책을 펴내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앞으로 매월 1회 ‘출판 정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8월에는 ‘독자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한국출판인회의 사무국(02-3142-2334)으로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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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브랜드, 성공했나?

 

2017년 9월  『아무튼, 쇼핑』 ,  『아무튼, 서재』 ,  『아무튼, 피트니스』 ,  『아무튼, 망원동』 ,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가 동시 출간됐다. 코난북스, 제철소, 위고 출판사 3곳이 함께 론칭한 문고본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의 시작이었다. 세 출판사 대표는 모두 푸른숲 출판사 편집자 출신.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는 “멋진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마음보다 작은 출판사로서 생존형에 가까운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아무튼 시리즈의 SNS 리뷰를 찾아보면, “믿고 읽는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시리즈’ 최고시다”라는 텍스트 안에 ‘코난북스’가 해시 태그로 달려 있어요. 이 책은 제철소 출판사가 만든 책인데 말이죠. (웃음) 우리가 아직 부족하구나 생각했죠. ‘아무튼 시리즈’를 론칭하고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세 출판사가 어디까지 같이 했냐, 몇 권까지 낼 거냐, 잘 나가냐,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는 안 싸우냐? 기타 등등. ‘아무튼 시리즈’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한 가지를 경쾌하게 담은 에세이입니다. 저희가 저자에게 책을 제안할 때 쓰는 말이 하나 있는데요. “생각만 해도 설레는 한 가지가 있나요? 그걸 들려 주세요”라는 말이에요.”

 

아무튼 시리즈는 현재 (2019년 7월) 위고 10권, 제철소 6권, 코난북스 6권으로 총 22권이 출간됐다. 2017년 9월 와우북페스티벌에 맞춰 5권을 묶어 같이 냈고, 같은 해 12월에 3권, 이후부터는 매월 1권 이상의 책이 출간됐다.

 

“처음에 같이 8종을 낸 다음부터는 한 달에 1권씩 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원고 수급이 딱딱 맞지가 않아서 순서를 조율해가면서 출간하고 있어요. 주제를 살펴보면 피트니스를 시작으로 식물, 요가, 술, 비건 같은 주제가 나왔어요. 저흰 문고본 시리즈라고 말하는데 200자 원고지로 약 350매 정도예요. 원래는 300매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쪽수가 안 나오더라고요. 보통 150쪽에서 230쪽 사이로 내고 있습니다. 아무튼 시리즈는 정가가 9,900원이에요. 인터넷서점에서는 10% 할인되니  무료배송이 안 되죠. 저희가 미처 생각을 못한 거예요. (웃음) 정가가 저렴해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1만 원 이하로 책정하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엄청 체계적이진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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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규 코난북스 대표

 

 

코난북스는  『나, 조선소 노동자』 ,   『IMF 키즈의 생애』  와 같은 사회과학 도서, 위고는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를 비롯한 심리, 정신분석 에세이, 제철소는 인터뷰 시리즈  『문학하는 마음』 , 『출판하는 마음』  과 희곡집을 주로 내는 출판서다. 세 출판사는 왜 ‘아무튼 시리즈’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

 

“협업을 하려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이런 에세이가 필요하지 않을까? 를 전제하고 협업으로 넘어간 거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할게요. <아무튼> 론칭 전 코난북스를 ‘고난북스’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어요. 코난북스가 주로 청년, 노동, 직장 내 근로 문제를 다루니까 신문 서평에는 책 소개가 잘 나오는데, 일반 독자들에게는 책이 회자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오프라인 서점에 가보면 사회정치 도서는 대개 평대가 하나예요. 저 평대 하나를 보면서 책을 만들어야 한다면 언젠가 위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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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길게는 8개월 동안 신간을 내지 못했던 코난북스. 이정규 대표는 ‘출판에 속도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고, <아무튼> 시리즈를 생각했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시리즈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 동료였던 이재현 위고 대표, 김태형 제철소 대표를 불러 모아 머리를 맞댔고 <아무튼>이 탄생했다.

 

“어떤 사람들이 우리들의 책을 읽을까 생각해봤어요. 취향이 강하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책도 많이 읽고 얼리어답터인 사람. 생각해보면 이 기획의 단초는 제 주변의 편집자 친구들이었던 것 같아요. 퇴근해서 발레, 수영을 다니고 식물을 키우는. 당당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죠.”

 

<아무튼> 시리즈는 경제적인 책이다. 문고본 사이즈에 저렴한 가격. 출퇴근길 가볍게 들고 읽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코난북스, 위고, 제철소는 각자의 책을 만들면서 새 시리즈가 나오면 표지를 먼저 공유하고 소식을 알리는 정도다. 각자의 역량을 믿었기 때문에 특별한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출판인분들이 가장 궁금한 게 아마 판매 부수일 텐데요. 2019년 7월 기준, 21종 중 4종을 제외하고서는 모두 증쇄를 찍었어요. 판매 속도가 가장 빨랐던 책은 김혼비 작가의  『술』  이었고요. 임이랑 작가의  『아무튼, 식물』  도 반응이 좋았어요. 이제 독자분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출판사가 생기신 것 같아요. <아무튼> 시리즈라는 집을 지어 놓고, 세 출판사가 각자 원하는 것을 채워 넣는 방식이 우리의 작업 스타일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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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규 코난북스 대표

 

 

<아무튼> 시리즈는 정가가 9,900원. 공급가 자체가 낮아서 이익은 높지 않지만, 원가가 낮기 때문에 이익률은 높다. 일반 단행본과 비교해보면 수익이 낮지만, 그만큼 제작 비용이 적게 들고 실패 비용이 적기 때문에 적절한 속도로 책을 만들 수 있다.

 

“저자 라인업을 보면 여성 작가 비율이 꽤 높아요. 앞으로 추가로 나올 책이 16종인데 그중 13종이 여성 작가예요. 연령별로 살펴보면 1980년대 이후 출생자가 꾸준히 늘고 있고요. 저자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의 연령이에요. 그리고 <아무튼> 시리즈가 첫 책인 작가가 50% 정도입니다. 앞으로 연령대와 독자의 폭을 넓히는 게, 저희의 숙제죠.”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는 “크게 마케팅은 하지 않는다. 저자의 힘에 의해 팔리는 것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아무튼> 시리즈가 성공했냐?”는 물음에는 아직도 물음표. 다만 출판을 하며 괴로워 했던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것. 그 자체로 보면 작은 성취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해주는 분들의 반응을 보면, 이건 저희의 힘이 아니라 책의 힘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책을 쓴 저자들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의 숙제는 이 힘을 갖고 책을 잘 만들면서 새로운 상황이 등장하면 그것에 맞춰 잘 가리고 고쳐나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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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

 

 

유유출판사 100종 출간, 어떻게 가능했나?

 

2012년 첫 책  『단단한 공부』  부터 2019년  『국어사전 혼내는 책』  까지. 유유출판사는 7년 동안 100종을 출간한 출판사다. 편집자 출신 조성웅 대표가 1인출판사로 시작, 현재는 편집자 2명과 한 달에 2권 출간을 목표로 책을 만들고 있다. ‘작고, 단단하게, 재미있게’를 캐치프레이즈로 땅콩문고 시리즈를 비롯해 고전 강의, 교양, 문장, 우리말 공부, 글쓰기 등을 주제로 한 책을 펴내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유유의 판매 성적표를 한번 정리해봤어요. 저희가 100종을 내는 동안 5,6만 부 이상 팔린 책이 2권, 1만 부 이상 팔린 책이 3권이에요. 그 외 책들은 5천 부 이상 팔리거나 초판 이상 팔렸고요. 저희는 투자 개념으로 책을 보지 않아요. 제가 책을 만들 때 염두에 두는 경제 개념은 총 비용과 총 소득을 놓고, 총 소득이 총 비용보다 많아야 한다는 생각 정도예요. 그래서 손익분기점이 매우 중요해요. 1200,1300부가 팔리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데, 이 손익분기점을 못 넘을 책 같으면 출간할 엄두가 안 나요.”

 

유유출판사에서 펴내는 책은 국내서가 60%, 외서가 40%다. 작은 규모의 출판사임에도 100종을 출간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성웅 대표는 “우선 내 책을 많이 내고 싶다”고 말했다.

 

“웃으시겠지만 제겐 정말 중요한 이유입니다. 저는 책을 많이 내고 싶어요. 둘째는 현실적인 이유인데요. 현재 유유출판사에는 편집자 분이 두 분이 있기 때문에 그분들의 월급, 그리고 외주 디자인비, 제작비, 물류비 등을 책 판매로 감당해야 해요. 꾸준히 팔리는 책이 아예 없진 않지만, 큰 금액은 아니니까요. 신간을 꾸준히 내야 지출과 소득의 균형을 맞출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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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

 

 

조성웅 대표의 특기는 ‘출간 제의’다. 눈에 띄는 필자가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책을 써보자고 제안한다. 편견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다. 저자로서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우선 ‘땅콩문고’ 저자로 섭외한다. 땅콩문고 시리즈는 원고지 400매 분량의 작은 문고본 시리즈. 최근 유튜버 김겨울의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이 나왔고  『서평 쓰는 법』  , 『편집자 되는 법』  이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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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문고는 일반 단행본의 반도 안 되는 분량이니까 편안하게 볼 수 있어요. 저자들은 쉽게 쓸 수 있는 책이고요. 이외에  『쓰기의 말들』  을 포함한 문장 시리즈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유유출판사의 타깃 독자는 1년에 베스트셀러 1,2권 읽는 분들이 아닙니다. 책을 꾸준히 읽고 자기 글을 조금이라도 쓰는 사람,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사람들을 저희 예비 독자라고 상상하고 책을 만듭니다. 책을 꾸준히 읽고 좋아하는 분들은 자기 성장에 관한 니즈가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께 어필할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합니다.”

 

유유출판사가 펴내는 책의 표4 책날개에는 ‘함께 읽으면 좋은 유유의 책’이 소개되어 있다. 지금 독자가 읽고 있는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이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책을 소개해 독서를 확장시키는 것.

 

“유유출판사는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기준 디자이너가 모든 책을 만들고 있어요. 한 디자이너가 한 출판사의 책을 전담하면 출판사의 디자인 정체성이 생기죠. 출판사를 열기 전에 디자인 원칙을 하나 세웠어요. 전문 디자이너의 시각을 믿자, 저는 최종 컨펌 정도만 합니다. 표지는 결국 취향의 문제인 것 같아요. 이 표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죠. 다행히 유유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분들이 꽤 있어서 유유 책을 모아놓은 서가를 SNS에 올려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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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란 심플라이프 대표

 

 

심플라이프, 출판사 이름처럼 심플하게

 

박경란 심플라이프 대표는 첫 책이 나왔던 날을 잊지 못한다. 바로 2014년 4월, 세월호가 가라앉은 날이었기 때문. 편집자로 오래 일했지만 실용서를 기획한 경험이 전혀 없었던 박경란 대표는 “더 이상 연봉협상을 하고 싶지 않아” 3천만 원을 들고 창업을 결심했다.

 

“초기 자본금이 총 3천만 원이었어요. 돈이 떨어지기 전에 자금 회전이 돌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죠. 3권 중 1권은 초판 이상이 팔려야 한다는 기준을 갖고 있었어요. 창업 초기 2년 동안은 사무실에서 일했어요. 친구 4명이서 같이 쓰는 사무실이었는데요. 2년 후는 뿔뿔이 흩어지게 됐어요. 저는 80만 원이라는 월세를 홀로 감당할 수 없어 집에서 일하기 시작했고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싫은 책을 만들고 싶지 않았죠. 깊이 가보자는 생각이 컸어요.”

 

‘심플라이프’라는 이름을 알린 건 두 번째로 펴낸 책 윤홍균 저자의  『자존감 수업』  이다. 이 책이 나올 무렵 박경란 대표는 리어카를 끌어서라도 반드시 5천 권을 팔겠다고 다짐했다. 비장한 마음으로 준비한 책은 다행히 잘 팔렸다.

 

『자존감 수업』  이 나오고 1년은 이 책의 뒷바라지를 한 것 같아요. 하루 18시간 정도 일하면서 1년 정도를 보냈는데요. 이 때 출판 마케팅을 많이 공부했어요. 제가 편집자 출신이다보니까 마케팅은 전혀 몰랐거든요. 서점 매대에 올려진 책, 인터넷서점에 올라와져 있는 책이 그냥 노출되는 게 아니라는 걸 그제야 안 거죠. 마케팅을 하면서 서점이 없으면 출판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뼛속까지 했어요. 서점이 앞장서서 책을 팔아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많이 느꼈죠.”

 

박경란 대표는 윤홍균 저자의  『자존감 수업』  을 3년에 걸쳐 완성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노력하면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다. 이후 출판계 동료들이 출판사 확장을 권했지만 박 대표는 소극적인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매년 5~7권 정도 책을 출간해요. 제가 얼마나 두려움이 많고 부족한지를 잘 알기 때문에 제가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책은 무조건 포기해요. 보수적인 성향이기도 한데요. 이런 점 때문에 지금까지 뭔가 큰일을 벌이지 않고 잘 오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저는 경쟁 업체가 2군데 이상 붙으면 계약을 포기해요. 베스트셀러가 있기 때문은 아니고요.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조급한 마음이 생기면 자제하려고 해요. 처음엔 경쟁에서 떨어지면 잠이 오지 않았는데요. 지금은 고민하지 않아요. 세상에 책은 정말 많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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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란 심플라이프 대표

 

 

심플라이프에서 국내서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자의 성향’이다. 저자가 “제 책을 3만 부 이상 팔아주세요”, “이 책은 반드시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제 원고 좋으니까 빨리 출간해달라”고 말하는 저자와는 책을 계약하지 않는다. 많이 팔리는 책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1인출판사가 감당하지 못하는 책은 출간하지 않는 것이 심플라이프의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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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외주로 하지만, 제작은 제가 직접 관리합니다. 출고 관리는 직원이 하고요. 마케팅은 외주 마케터와 같이 하고 있는데요. 홍보는 전혀 하지 않고 저는 블로그만 운영해요. 최근 심플라이프에서  『엄마 심리 수업』  을 출간했는데 현재 8천 부까지 나갔어요. 반응이 나쁘지 않아요. 최근 경력 있는 편집자 한 분을 채용했어요. 저는 평화롭고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서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확장만 꿈꾸고 있어요.”

 

박경란 대표는 창업 후 꽤 오랫동안 밤 12시 이전에 퇴근한 날이 없었다. 지금은 “출판사의 지속 가능성은 대표의 체력”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체력 관리를 꾸준히 해서 직원들에게 짜증을 내지 않고 좋은 분위기 속에 책을 만드는 것, 바로 심플라이프의 목표다.

 

“가장 중요한 건 ‘욕심 버리기’예요.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못하면 무조건 포기하는 것이 저의 살 길이라고 생각해요. 출판은 협업이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입장도 잘 생각해봐야 하고요. ‘최고가 될 수 없어도 후회는 적게 남기자’가 제가 출판사 대표로서 잊지 않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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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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