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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빠! 아빠 때문이야! 무조건 남 탓하는 아이 마음

『아이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습관』 연재 아이가 이기적이라서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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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인 우리와 달리, 영유아 시기의 아이들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동시에 마음에 담을 수 없어요. 신나고 즐겁게 놀고 있던 중 로봇 팔이 빠져버리면 속상한 마음과 분노를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없는 거죠. (2019. 0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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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가 여섯 살 때의 일이었어요. 혼자서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가 로봇 팔이 빠지자 갑자기 “엄마 나빠! 엄마 미워!”라고 말하며 막무가내로 화를 내기 시작했어요. 처음 있는 일이 아니어서 “그랬구나. 같이 고쳐보자.”라고 아이를 달랬어요. 그러나 아이는 “엄마 때문이야! 엄마 싫어!”라며 짜증을 심하게 내기 시작했어요. 상황이 괜찮으면 좀 더 받아줄 수 있지만 부모도 힘든 상황이면, “네가 망가트리고 왜 엄마 탓을 해!”라고 아이에게 소리치고 싶어지지요. 아이들은 왜 엄마 아빠에게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쏟아내는 걸까요?

 

 

아이는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을 동시에 품을 수 없어요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은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을 만만한 부모 탓을 하며 감정을 쏟아내는 모습에 대해, 모든 아이들이 거치는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라고 했어요.

 

부모인 우리와 달리, 영유아 시기의 아이들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동시에 마음에 담을 수 없어요. 신나고 즐겁게 놀고 있던 중 로봇 팔이 빠져버리면 속상한 마음과 분노를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우선은 그 감정을 다른 곳으로 밀어내려고 해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밖으로 버려야 내 마음 속의 좋은 것들이 위협받지 않고 지켜질 테니까요. 그리고 아이 입장에서는 이 위험하고 나쁜 것을 가장 빠르게 던져버릴 수 있는 대상, 이것을 나 대신 처리해줄 수 있는 안정적인 대상이 바로 나를 보살펴주는 부모예요. 그래서 ‘불편한 마음, 싫은 마음, 짜증나는 마음을 엄마나 아빠에게 보내면 나는 안전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감정을 배설해버립니다. “이건 엄마 때문이야.” “엄마 나빠!” “아빠하고 안 놀아.” “아빠 미워!”라고 하면서 말이죠.

 

‘자기가 싫다고 이걸 엄마에게 넘겨?’ 아이의 감정 표현이 좀 무례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데 아이들의 무례함은 당연한 과정이에요. 또한 이 행동은 진짜로 엄마나 아빠가 밉거나 싫어서 하는 행동도 아니에요. 그저 이 나쁜 감정을 처리해줄 수 있는 ‘거름망’과 같은 부모에게 감정을 맡기려는 의도인 거죠. 아이는 부모에게 감정을 맡길 때, 부모가 이 감정을 어느 정도 씹어서 소화하기 좋게 만들어 넘겨주기를 기대해요.

 

그런데 만약 “넘어진 건 네 잘못인데 왜 남 탓을 하며 우니?”라고 비난하며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감정으로 돌려준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아이는 이런 감정들이 생겨 압도당해버릴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이 감정을 감당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동시에 이 위험한 감정을 맡길 곳이 없다는 절망감을 느끼게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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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남 탓을 할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요?

 

아이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그 행동을 늘 좋게 받아줄 수는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아직 처리하기 미숙하다고 생각해본다면, 적어도 ‘아이가 나를 미워하나?’라든가 ‘아이가 왜 이렇게 버릇이 없고 무례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화가 나는 마음은 다스릴 수 있어요.

 

1. 악당을 물리치는 놀이를 제지하지 마세요


아이들의 놀이를 보고 있으면 악당이 등장하고 그것을 물리치거나 약한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해요. 나쁜 것과 좋은 것을 나누어 싸우는 놀이는, 아이가 자기 마음속에 있는 복잡하고 나쁜 감정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이에요.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놀이를 시작하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도록 지지해주어야, 아이는 놀이를 통해 마음 안에 있는 심리적인 긴장과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어요.


물론 싸우는 놀이를 보고 있으면 아이가 너무 공격적이 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될 때가 있어요. 또한 아이가 흥분해서 정말로 사람을 때리는 등 경계를 넘는 바람에 부모가 개입해야 할 때도 생기죠. 그래서 놀이 시작 전에 선을 명확하게 그어주고 만약 직접적인 공격성을 보인다면 놀이를 중지시킬 거라고 미리 이야기해주면 좋아요. 기본적으로는 선과 악으로 편을 나누어 싸우는 놀이는 아이가 건강하게 심리적인 갈등을 경험하고 해소하는 과정임을 기억해주시고, 존중해주세요.


2. 부모 탓을 할 때, 아이를 비난하지는 마세요


아이가 나쁜 감정을 죄다 부모에게 던질 때, “그 정도로 화가 났어?” “엄마 탓을 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구나.”와 같이 행동 너머에 있는 진짜 마음을 읽어주세요. 아직 감정 표현이 미숙한 우리 아이에게 올바르게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잖아요. 감정 표현을 연습하려면 우선, 감정을 한 번 수용받아야 느슨한 공간이 생겨요.


아이의 응석을 받아주거나 모두 옳다고 해주라는 의미가 아니에요. 있는 그대로 ‘그 정도로 화났구나’라고 인정해주는 거죠. 그러고 나서 “‘장난감이 망가져서 속상해’라고 말하면 엄마도 네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어.”(말하는 방식 가르쳐주기) “네가 아빠 때문이라고 하니 아빠도 속상해.”(상대방이 느끼는 감정 이해시키기) 같이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어요.

 

초등학교 전까지 아이들의 감정은 매일매일 새로운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아요. 아이는 아직 한 번도 맞춰보지 못한 퍼즐을 한 조각 한 조각 매일 맞춰나가는 중인 거죠. 처음이라 낯설고 잘 모르는 게 당연해요. 여기저기 끼워보다가 잘 안 되면 흐트러트리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수도 있고요. 아이의 감정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도 아직 낯설고 잘 모르는 자신의 감정들이기에 시행착오가 있고 누군가의 도움도 필요해요.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잘 처리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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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랑


10년 넘게 아동과 부모 교육 관련 활동을 해왔지만 직접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실제 육아에 적용되는 이론들이 더욱 선명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책 속 심리학 이론과 현실 육아가 결합되자 아이 마음과 현재 상태가 또렷이 보이고, 아이에 대한 조급함과 육아에 대한 불안도 잦아들었다. 이 같은 경험을 나누고자 ‘엄마를 위한 심리학 공부’라는 주제로, 현실 육아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심리학 이론을 쉽게 풀어 그로잉맘 블로그, 브런치 등에 연재했으며, 아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힘들고 어려워하던 부모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현재는 온오프라인 육아상담 플랫폼 그로잉맘 대표로, 부모 교육 및 육아 상담과 강연, 방송 및 매거진, 네이버 부모i 전문가 섹션과 블로그 등을 통해 부모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있다. 저서로는 『그로잉맘 내 아이를 위한 심플 육아』가 있으며, 『육아 말고 뭐라도』를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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