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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가 아니라서 아이에게 죄책감이 느껴진다면

『아이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습관』 연재 부모의 부족한 부분이 아이를 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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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부모 아래서 자라면 아이가 과연 행복할까요? 아이는 부모의 허술한 면,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보고 실망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때부터 크게 성장합니다. (2019.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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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완벽한 부모, 완벽한 엄마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때때로 완벽한 모습을 그리며 스스로를 미워하는 부모들이 많아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 아이가 버겁게 느껴지고 부모 노릇을 그만두고 싶을 만큼 화가 날 때, 내 아이지만 예뻐 보이지 않을 때, 내가 왜 부모가 되어 이렇게 살고 있나 후회스러운 마음이 들 때, 아이가 아닌 일이나 또 다른 것을 선택하게 되었을 때, 참다 참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켰을 때, 큰 죄책감이 밀려오곤 합니다. “나는 정말 형편없는 엄마야(아빠야).”라는 자책과 더불어, 할 수만 있다면 완벽하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모든 영역이 지배받는 세상을 그린 영국 드라마 <휴먼>에서, 아빠는 늘 바쁘고 정신없고 실수투성이인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미녀 로봇을 구입합니다. 미녀 로봇은 아침식사도 훌륭하게 차리고 가족들에게 필요한 일도 절대로 잊지 않지요. 짜증도 화도 내지 않아요. 그런 미녀 로봇을 가족 모두가 좋아하게 되고 그 모습에 엄마는 큰 위기감을 느껴요. 심지어 아이들조차 미녀 로봇을 엄마보다 더 많이 찾거든요. 미녀 로봇은 다그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니까요.

 

요리나 살림도 잘 못 하고, 늘 서두르고 정신없는 저는 ‘만약 로봇이 엄마 역할을 대체한다면 난 망했어’라는 생각이 들며 두려웠어요. 완벽한 로봇 엄마와는 비교도 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만약 정말로 완벽한 로봇 엄마가 있다면, 아이의 필요를 정확하게 알고 채워주며, 언제나 화내지 않고 늘 상냥한 로봇이 아이에게 정말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부모에게 실망할 때 아이는 성장해요

 

사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얼마간은 아이의 욕구를 알아채고 민감하게 반응해주는 ‘완벽한 엄마’가 아이에게 필요해요. 세상에 태어난 직후 아이는 자신의 불편함을 민감하게 해결해주는 누군가를 통해 만족감을 얻고 자신과 세상이 참 좋은 곳이라는 신뢰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욕구를 빠르게 채워주는 완벽한 부모는 어느 정도 모성(부성)에 의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모습이지요. 위니콧은 이것을 ‘일차적 모성 몰두(Primary maternal preoccupation)’라고 부르며 부모가 비정상적으로 아이에게 몰두하며 아이의 필요를 민감하게 인지하는 시기라고 설명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는 더 이상 일차적 모성 몰두 기간처럼 아이에게만 몰두하는 완벽한 상태에 계속 머물 수 없어요. 부모는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고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좌절시키고 실망시키게 되지요. 아이의 욕구에 반응해주지 못할 때도 있고, 부모도 현실적인 피로감으로 인해 한계에 다다르게 되니까요. 하지만 위니콧은 양육자에게 느낀 이 실망감으로 인해 아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가 자신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지하기 시작한다고 보았어요. 적절하게 실망을 주는 엄마가 오히려 아이를 성장시키는 셈이지요. 이것이 바로 절대적 의존기에서 상대적 의존기 그리고 독립에 이르는 과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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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아이를 떨어뜨리는 때가 없을 수는 없다

 

대학원 때 공부했던 위니콧의 정신분석학 책을 부모가 되어 다시 읽으면서 ‘내 마음이 아이를 떨어뜨리는 때가 없을 수는 없다’는 문장이 와닿고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늘 아이를 품에 소중히 안고 있고 싶은 것은 부모의 바람이라지만, 매순간 늘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하고 가끔은 밀어버리는 실수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 부모에게 ‘부모의 마음이 아이를 늘 품고 있을 수는 없다’라는 이야기는 굉장한 안도감을 주지요. 모든 부모는 아이에게 완벽한 부모가 되기를 갈망하지만 위니콧은 오히려 ‘완벽함은 무의미하다’라고 이야기해요. 부모의 사랑은 완벽할 수 없고 부모도 인간인지라 당연히 그 안에는 소유욕, 식욕과 미움도 있을 수 있으며, 사생활과 피곤함, 나약함도 존재하니까요.

 

부모의 이런 나약함은 흠이 아니에요. 오히려 아이에게는 실패하는 엄마가 필요해요. 만약 로봇처럼 완벽한 엄마가 있다면 아이는 완벽한 돌봄 때문에 자신을 독립적인 존재로 분리할 수도 없고 세상과 소통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 거예요. 부모는 완벽하지도 않고 나를 때때로 실망시킨다는 것을 깨달아야 아이는 비로소 외부세계로 나갈 수 있게 되니까요. 이러한 의미에서 위니콧은 아이에게 필요한 엄마는 실수하지 않는 엄마, 아이를 실망시키지 않는 훌륭한 엄마, 헌신적으로 아이의 필요를 채우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라고 이야기했어요. 이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물리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아이를 안아줄 환경을 제공하는 엄마라면 충분히 좋다는 의미입니다.

 

위니콧의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개념은, 제가 엄마가 되어 부모 노릇을 하는 내내, 조바심이 나고 죄책감이 들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해주었어요. 위니콧은 부모의 역할을 너무 막중한 일로 생각하면 오히려 부모의 역할이 부자연스러워지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게 더 어려워진다고 했어요. 그 덕분에 저는 과도한 목표는 세우지 말고 나답게 자연스러운 육아를 하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죠. 제가 그동안 상담 현장에서 만났던 엄마들은 각자 가진 강점이 있었고, 자연스러운 모성의 흐름에 따라 아이의 필요를 채우고, 때로는 아이에게 적절한 좌절감을 주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었어요. 아이를 키우며 완벽을 추구하려는 욕심이 생기고 조바심이 날 때마다 위니콧의 ‘충분히 좋은 엄마’ 의미를 떠올린다면 지금보다 더 건강하게 자신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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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랑


10년 넘게 아동과 부모 교육 관련 활동을 해왔지만 직접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실제 육아에 적용되는 이론들이 더욱 선명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책 속 심리학 이론과 현실 육아가 결합되자 아이 마음과 현재 상태가 또렷이 보이고, 아이에 대한 조급함과 육아에 대한 불안도 잦아들었다. 이 같은 경험을 나누고자 ‘엄마를 위한 심리학 공부’라는 주제로, 현실 육아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심리학 이론을 쉽게 풀어 그로잉맘 블로그, 브런치 등에 연재했으며, 아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힘들고 어려워하던 부모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현재는 온오프라인 육아상담 플랫폼 그로잉맘 대표로, 부모 교육 및 육아 상담과 강연, 방송 및 매거진, 네이버 부모i 전문가 섹션과 블로그 등을 통해 부모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있다. 저서로는 『그로잉맘 내 아이를 위한 심플 육아』가 있으며, 『육아 말고 뭐라도』를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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