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지 못했던 도시 속 100년 역사
『100년 후의 도시를 설계하라』 펴낸 조재성 교수
우리의 도시를 역사성과 문화, 한국 사람의 관습과 전통을 계승하고, 21세기적 첨단 통신 컴퓨터 관련 기술을 장착하면서 한국적 심미감이 발휘되는 21세기 도시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2019. 06. 25)
『100년 후의 도시를 설계하라』 는 단호히 그저 시멘트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빌딩에도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으며, 나름의 얼굴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어느덧 100살이 훌쩍 넘은 빌딩이 옛 모습 그대로를 갖고 살아있는 거리를 바라보며, 100년 후에도 시민들이 따뜻하고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그려본다. 책을 읽다 보면, 시민들이 걸어 다니는 도보의 폭과 길이, 건물들의 높이와 생김새. 어느 것 하나 설계자와 사연이 없는 것들이 없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는 비단 건물과 거리들이 만들어낸 도시만은 아닐 터. 비록 이 책이 도시 개발 도서이지만 많은 독자들이 우리네 지난 인생을 돌아보며, 앞으로 다가올 삶을 그려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미국에 머물면서 느낀 한국의 도시와 미국 도시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도시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 도시는 자동차와 보행자, 빌딩 숲 사이 일조권, 시민들의 쉼터 등 도시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짜여있다. 그리고 각 시마다 도시 나름의 고유한 특징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도시는 자연스러운 어울림이 부족하다. 지나치게 서구 선진국의 도시를 모방하는 와중에 단점마저 가져오는 우를 범하면서 많은 것들이 기능적으로 혼재되어 있으며, 도시의 세련미와 나름의 멋을 추구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책에 쓰신 것처럼 미국은 100년이 넘는 건물들이 여전히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면, 한국은 완공 20년만 지나도 재건축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미국 도시는 건물 하나를 짓더라도 작품을 완성시킨다는 생각으로 건설 초기부터 심사숙고하고 정성을 들입니다. 그 이후에도 초기의 완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입니다. 그에 반해, 한국은 건물을 경제성의 논리로만 접근합니다. 저 비용으로 쉽게 짓고, 헐어버린다. 때문에 충분히 역사, 문화적인 랜드마크 효과가 있는 건물을 쉽게 헐어버립니다. 도시 건축물을 경제성만 따진 결과입니다. 혹여 건물이 정성스럽게 세워졌다 하더라도 유지 관리하는데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며, 연속성과 역사적인 배경, 주변 건물에 미치는 장소성의 영향, 주민들이 받는 환경정서적 효과, 문화의 측면을 소홀히 여긴다. 도시 건축물을 경제성만 따진 결과입니다. 대표적으로 도심 재개발 등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도심 내에 충분히 보존할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을 지대추구의 목적으로 그 역사문화적 가치를 가볍게 여겨 쉽게 헐어버리는 결정을 합니다. 먼 미래를 바라보면 이러한 접근은 우리나라를 책에서도 언급했듯 역사가 없는 무국적의 도시로 만들 것이 분명합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국가입니다. 모든 것들이 최첨단일 것 같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아주 작은 부분에까지 옛 것을 지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요?
미국은 경제력이나 1인당 국민 소득이 세계 최상에 속하는 부국입니다. 그럼에도 오래된 건물이나 형성된 지 오래된 동네나 마을의 역사성과 그 문화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옛 것을 지키고 보존해 나가려는 노력을 늘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시민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안정감, 삶의 충족감이 옛 것을 보존하고 지키는 데서 얻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삶의 질’이 경제성의 논리나 치솟는 집값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회가 진화하면서 깨달은 것입니다. 그리고 건축가, 도시계획가 등의 전문가와 시공무원 등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자산이 무엇이고,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경제성의 논리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납득시키는 노력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모세와 제인 제이콥스의 도시관은 완전히 상반됩니다. 서로 장단점이 있을텐데, 우리나라가 본받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은 각각 무엇이 있을까요?
책에서도 비교했듯이 로버트 모세와 제인 제이콥스의 도시관은 완전히 상반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둘의 관점 중 어느 하나의 관점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도시가 처한 상황, 규모, 역사성, 무엇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입지와 문화 등을 고려해서 로버트 모세처럼 도시 전체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도시관이 우선할 수도 있고, 안정적인 주거지, 주민 삶의 안정감을 경제적 효율성보다 우선시 하는 소규모의 유기적 개발에서는 제인 제이콥스의 관점이 앞설 수 있습니다. 그 상황과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가치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 선진국을 향한 발전과 함께 그 동안 소홀했던 국민들의 안정적인 삶에도 중점을 둬야 합니다. 때문에 어느 한쪽의 도시관을 일방적으로 따른다기 보다는 로버트 모세와 제인 제이콥스의 도시관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접목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건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축학은 무엇인가요?
근대화 시기 한국의 건축에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그 영향을 미치는 서구 선진국의 건축을 꼽으라면 미국 시카고에서 꽃을 피운 모더니즘 양식의 건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도 많은 재건축 단지의 고층 아파트, 근린상가, 도심재개발로 인한 도심의 복합 업무 빌딩 건설 등 많은 건물들이 국적불명의 기능적인 것만 중시하는 천박해 보이는 모더니즘 건물만 지금도 세워지고 있습니다.
책에서 교수님은 서울을 무국적의 도시라고 표현하셨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께서도 추천사를 쓰셨는데요. 100년 후를 바라보며 서울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서울을 무국적의 도시라고 지칭한 이유는 서울의 개발이 경제적 효율성만 앞세워 서울이 갖고 있는 역사성, 한국 고유의 문화, 한국 사람들의 관습과 전통 등을 무시하고 서구 모더니즘 경향의 건축물이 집중적으로 세워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표현입니다. 예를 들면, 근래 완공된 종로 피맛골에서 이루어진 도심재개발은 엄청난 규모의 초고층 업무 복합 건물을 세웠습니다. 피맛골에 있었던 조선시대부터 수 백년 동안 지속되어 온 골목길과 그 곳에서 이루어지던 미로 같은 중세적 토지이용, 역사성, 우리의 고유 문화 자취가 일거에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서울에서, 무교동 지구에서 살아갈 후손들에게 커다란 죄를 짓는 것입니다.
『100년 후의 도시를 설계하라』 를 읽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가장 기억했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우리의 도시를 역사성과 문화, 한국사람의 관습과 전통을 계승하고, 21세기적 첨단 통신 컴퓨터 관련기술을 장착하면서 한국적 심미감이 발휘되는 21세기 도시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조재성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영국 서섹스 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과정과 미시건주립대학교와 미시건대학교 교환교수를 역임한 도시 건설 및 건축학 전문가다. 현재는 원광대학교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로 미국에 머물며, 우리나라와 다른 외국의 도시건축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의 글로벌 지역전문가로도 활동한 바 있다.
저서로는 『도시계획-제도와 규제』『미국의 도시계획』『도시와 현대사회』등이 있으며, 도시계획 분야의 고전인 『내일의 전원도시』의 번역 작업에 참여했다. 한국-대만-일본 도시계획학과 국제학술대회를 비롯해 아시아 도시계획학 학술대회, 세계도시계획학 학술대회 등 다수의 국제 학술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학술 연구를 이어왔다. 2008년에는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00년 후의 도시를 설계하라조재성 저 | 새빛
우리가 그냥 스쳐 지나갔던 것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다. 어느 것 하나 설계자와 사연이 없는 것들이 없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관련태그: 조재성 교수, 100년 후의 도시를 설계하라, 도시, 빌딩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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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지 못했던 도시 속 100년 역사를 되짚어보며, 100년 후의 도시를 그려본다 우리 눈에 보인 빌딩은 그저 네모 모양이다. 높고, 낮음. 크고 작음만 있을 뿐 다양한 모양을 갖고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단호히 그저 시멘트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빌딩에도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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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이 만들어내고, 거리가 완성해 나간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도시 속 역사 이야기 우리는 매일 거리를 걷고 빌딩 숲을 지나 다닌다. 대학로 거리, 전주 한옥마을과 같은 특별한 곳을 제외하고는 우리 눈에 보이는 빌딩과 거리는 특별하지 않았을 터. 그러나 이 책은 거리마다, 빌딩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