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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서점을 둘러싼 귀촌

아무렇지 않게 걸어주는 말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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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 년 간, 권 대표는 아주 조금씩 제주도에 적응해 나갔다. 한 자리에 뿌리를 내려가는 희노애락을 SNS로 들여다보자면 『타샤 튜터 나의 정원』에 나오는 타샤 튜터의 귀촌기를 떠올리고도 남았다. (2019. 0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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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타샤 튜터는 쉰여섯의 나이에 버몬트 주의 땅 30만평을 구입한다. 오랜 시간 꿈꿨던 18세기 무렵 농가주택을 모델로 집을 짓는다. 3년에 걸쳐 온실을 만들고 연못을 뚫는다. 『타샤 튜터 나의 정원』 에 나오는 내용이다.

 

처음 이곳, 남양주에 이사를 왔을 때만 해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베란다에 작은 정원을 꾸린다던가 근처에 빈 땅을 얻어 농장을 짓는다던가. 실제로 주변에 주말농장이 있었다. 곳곳에 비닐하우스며 텃밭이 즐비하기에 마음만 먹으면 일도 아닐 듯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평소의 느긋하고 게으른 일상에 젖어들었다. 우연히 제주도 꽃집 겸 서점 ‘디어마이블루’를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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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를 읽은 후 추리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마음먹고 나니 길이 보였다. 북스피어라는 작은 출판사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몽땅 내고 있었다. 나는 이 출판사를 목표로 삼았다. 북스피어에서 책을 낸다면 미야베 미유키 옆에 내 책이 놓이겠지, 얼마나 멋지겠어! 라는 치기어린 생각의 발로였달까. 그리고 희한하게도 이 목표가 날 진짜 추리소설가로 만들었다.

 

작년 6월, 이런 북스피어가 국제도서전에 참가한다기에 코엑스를 찾았다. 그랬다가 얼마 가지 않아 길을 잃었다. 방향치인 탓이다. 당황하자 일행도 잃어버렸다. 아, 연락하자 생각하며 핸드폰을 찾아보니 핸드폰도 없었다. 나이 마흔에 미아가 되어버렸다.  『꿈꾸는 책들의 미로』  같은 국제전을 헤매다 정신을 차려보면 북스피어 앞이었다. 도돌이표처럼 돌아오는 내게 친절하게 말을 붙여주신 분이 있었으니 북스피어 부스에서 책포장으로 여념이 없는 플로리스트였다. 또래나 조금 위일까 싶은 플로리스트는 바쁜 손을 잠시 멈추고 내게 말을 붙여왔다.

 

“뭔가 도와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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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무렇지 않게 걸어주는 말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법이다. 나는 이 플로리스트의 도움으로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두꺼비의 보은이란 말이 있듯이 평소 바보개구리로 불리는 나는 보은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은혜를 갚을 수 있을까 싶었다. 플로리스트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SNS에 글이 하나 떴다. 이 플로리스트가 제주도에 꽃집 겸 서점 ‘디어마이블루’를 오픈한다는 사연이었다.

 

인연이다 싶었다. 내가 남양주로 귀촌했듯 그해에 제주도로 귀촌했다니, 게다가 내 생일 전날 꽃집 겸 서점을 오픈했다니, 나는 플로리스트의 이름 석 자 권희진을 단숨에 외웠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고 싶었다. 당신이 도와준 그 마흔 살 미아가 나였소, 밝힌 후 18일 00시를 기해 함께 생일케이크에 촛불을 꽂아 불을 밝히고 후! 불며 소원을 빌면 참으로 멋질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보기보다 낯을 가린다. 또 염려했다. 이렇게 갑자기 들이대면 부담스럽지 않을까 소심한 마음에 덧글만 달았다. 서점 오픈 축하드려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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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 년 간, 권 대표는 아주 조금씩 제주도에 적응해 나갔다. 한 자리에 뿌리를 내려가는 희노애락을 SNS로 들여다보자면  『타샤 튜터 나의 정원』 에 나오는 타샤 튜터의 귀촌기를 떠올리고도 남았다. 덕분에 눈동냥만으로 흐뭇했다. 어쩐지 이곳 남양주에서 원격으로 동거동락하는 기분이 들었달까. 그래서 나는 또 다짐했다. 제주도에 가자. 만나자. 책을 사든 꽃을 사든 밥을 사든 어떤 방식으로든 보은을 하자, 라고.

 

태어나서 네 번째로 찾을 제주도 애월의 풍경은, 권 대표가 꾸리는 ‘디어마이블루’의 꽃과 함께하는 서점은, 내가 늘 꿈꾸던 타샤 튜터의 정원과 닮은꼴일 것만 같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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